[데스크칼럼]CEO 후계자를 키워라

입력 2011-09-09 10:32 수정 2011-09-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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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부국장 겸 금융부장

금융계가 후계자 발굴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후계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신한금융 사태 영향이 컸다. 포스트 라응찬 시대를 준비하지 못한 신한금융은 내부에서 권력 다툼이 벌어졌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큰 대가를 치렀다.

처음 겪은 힘의 공백상태에서 이사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조직은 우왕좌왕 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즈(FT)는 ‘신한금융 사태’가 한국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꼬집었다.

신한금융 사태가 터진지 1년여가 지난 7일.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 후보군을 중심으로 그룹경영회의를 열었다. 한동우 회장이 “차기 회장은 그룹경영회의 멤버 중에서 나올 것” 이라 공표한 터라 그날 참석한 인물들 면면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리더 역할의 70%는 후계자 양성 = ‘신한금융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은 하나은행도 ‘제너럴일렉트릭(GE)식 후계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예측 가능한 권력 승계구도를 만들어, ‘CEO리스크’ 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산하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에서 CEO 인재풀을 구성, 미래 후계자들을 양성해나갈 방침이다. 경발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차기 CEO후보군을 정해 매년 검증작업을 벌인다. 후보군에 포함됐더라도 실적이 나쁘거나 결격사유가 발견되면 탈락하며, 유능한 후보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게 된다.

역사는 도전을 통해서 발전하다고 금융계가 후계자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인 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GE의 전 CEO 잭 웰치는 리더 역할의 70%는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 그는 CEO에서 물러나기 10여 년 전 부터 경영권 이양 준비를 했다.

1994년 각 사업부에서 24명의 후보들을 선정했고 2000년 제프리 이멜트를 포함한 3명의 후보로 압축했다. 3명 모두 경영 능력이 뛰어났지만 창조적 경영에서 두각을 보인 제프리 이멜트가 2001년 9월 CEO로 낙점됐다.

소트프뱅크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장은 아예 후계자를 양성하는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현재 300명이 수업을 받고 있는데 6개월마다 20%씩을 퇴출시켜 최종 선발된 1인을 후계자로 선정한다.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 저자 짐 콜린스는 잘못된 리더 한명이 잘 나가는 회사를 망쳐 놓기는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능력 없는 CEO때문에 망했고 모토롤라는 무능한 CEO 때문에 일류에서 3류 기업으로 전락했다.

애플 신화의 주역이면서 IT의 아이콘이 된 스티브 잡스의 최대 실수는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잡스의 두 번의 실수 = 잡스가 애플을 떠나 있던 13년(1984~1997년)간 회사가 잘 굴러가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CEO 승계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이후 7년 동안 췌장암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CEO 승계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니 잡스가 경영일선에서 사라질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고 주주와 투자자들이 항의를 하고 나선 것이다.

경영자가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심하게 표현하면 경제적 죄악이다. 금융 산업, 특히 은행이 발전하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할 수 있는 유능한 경영자가 나와야 한다. 지금처럼 그 때 그 때 ‘코드 인사’가 등장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이를 위한 필요조건은 정부가 금융권 인사에서 손을 떼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수장(首長)만이라도 금융기관이 자체 프로그램에 의해 배출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그래야 조직에 비전과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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