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② 외화유동성도 안심 못해

입력 2011-08-01 11:30 수정 2011-08-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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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당시 80%까지…외환보유액 3천억달러악재 겹칠 땐 ‘실탄’부족

“지금 같은 속도라면 대외채무가 2분기 심리적 저지선이 4000억달러를 넘을 것이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지난 6일 대외채무 증가를 염려하며 한 말이다. 이를 시작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점검이 시작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에 “외화건정성을 유지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급격한 대외채무 증가를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일부 제한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의 학습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대외채무 증가 급증, 관리 부실시 위기 초래= 정부가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은 대외채무의 증가 속도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외채무가 느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증가 속도가 빠를 경우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대외채무는 올 1분기 3818억5900만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분기에 비해 218억7400만달러나 늘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분기 247억9200만달러 늘어난 이후 가장 큰 증가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단기외채가 116억9800만달러 늘어나며 증가분의 47%나 차지했다. 2008년 1분기에는 단기외채가 25억5100만달러 늘어나는데 그쳤다.

단기외채 증가만 놓고 보면 금융위기 때보다 4배 이상 규모가 크다. 정부로서는 데자뷰를 느낄법도 한 셈이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는 3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다. 위기에 대응할 실탄은 충분하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000억달러는 위기설을 불식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고 평가했다.

부정적으로 변한 상황도 있다. 우선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은행의 단기 차입도 늘어나며 금융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시작한 금융위기가 외부에서 시작했다면 현재는 유로존 재정위기·미국 경기 침체라는 외부, 가계부채·고물가라는 내부의 악재가 겹쳤다.

금융위기는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는 의미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를 인하하려니 가계부채와 고물가가 부담이다. 재정을 확대는 채무 증가 속도를 키울 수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도 유로존 위기를 유심히 보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외국인투자 중 유럽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이 걱정거리이다. 유럽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1%(2481억달러)다. 올 1분기에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가 늘면서 이같은 증가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프랑스 등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국가에 번질 경우 국내 시장에서 자금이 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외화유동성 위기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재정적자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유로존 위기는 온·오프(On·Off)를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의 국가에 구제금융을 합의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민간 투자자들까지 손실을 보면 구제금융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흥국 등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그리스 지원금액 중 500억유로를 민간채권단이 부담해야 한다”며 “한국과 같은 안전하게 투자해서 이익을 본 국가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본의 급격한 유입, 성장에 악영향= 물론 현 상황이 위기에 근접한 것은 아니다. 단기외채를 준비자산으로 나눈 단기외채 비율은 올 1분기 49.1% 전분기 대비 2.8%포인트 늘었지만 50%를 넘은 수준은 아니다.

단기외채 비율은 지난 2008년 당시 80%대까지 오르며 위기설이 고개를 드는데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단기외채 비율은 718.6%까지 치솟았다.

은행의 외화유동성도 올해 들어 100%대에 머물면서 당국의 지도기준인 85% 수준을 넘었다.

이 상무는 “정부가 최근 외화유동성 점검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차원이라기 보다는 사전적 차단의 의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채무 관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채무의 급격한 증가는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최근 ‘자본유입 급증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은행 차입, 증권 투자 등에서의 자본의 급격한 유입은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자본유입의 변동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기에 급증했다는 것은 고용효과가 큰 그린필드(Green Field)형 투자보다는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인수합병(M&A) 투자, 생산 효과가 적은 서비스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유입된 외자 잔액은 8250억달러다. 이는 2010년 중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1조143억달러의 81.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정책 당국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최근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축소했다. 은행의 단기 차입을 줄이기 위해서다. 외환건전성부담금도 오는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은행이 보유한 비예금성외화부채의 부담금요율을 만기 1년 이하 0.20%포인트, 1년 초과~3년 이하 0.1%포인트, 3년 초과~5년 이하 0.05%포인트, 5년 초과는 0.02%포인트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최영준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자본유입의 속도나 규모가 과도한 경우에는 금융시장 불안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며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를 보다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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