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기아차 스포티지R 터보 "아우디TT 킬러!"

입력 2011-04-25 08:55 수정 2011-04-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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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2000cc 터보 가운데 최강, 스포츠카 추월하는 가속력 일품

▲기아차 스포티지R 터보GDI. 2000cc 직분사 엔진에 트윈 스크롤 터보를 더해 최고출력 261마력을 찍는다.

스포티지R은 어정쩡한 차라고 생각했다. 뾰족한 앞모습에 높은 벨트라인(차체와 윈도의 경계선), 풍만한 엉덩이가 SUV답지 않아서다. 기아차가 애써 강조한 "이 차는 SUV가 아니라 크로스오버"라는 주장도 변명처럼 들렸다.

나아가 꽤 괜찮은 성능과 밸런스를 유지했음에도 K5와 쏘렌토R 등 걸출한 신차 무리에 파묻혀 본연의 가치가 희석돼왔다. 스타일을 제외하면 현대차의 투싼ix를 뒤로하고 스포티지R을 선택해야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4월,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된다. 직분사 방식의 2.0 가솔린 엔진에 고성능 터보차저를 더한 터보 GDI의 등장이다. 새 모델은 존재의 당위성은 물론 단숨에 '국내 초고성능 SUV'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고성능 버전의 등장은 스포티지R을 달리보이게끔 만든다. 판매 대박을 터트려 수익을 내기보다 '이미지 리더'로서의 역할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프론트그릴을매시타입으로 바꾸고 트윈 머플러를 더한 것이 차이다. 얌전한 겉모습에 주변을 압도하는 고성능을 지닌차를 흔히 '슬리퍼'라 부른다. 스포티지R 터보GDI는 전형적인 슬리퍼다.

변화의 중심은 터보(Turbo)다. 터보는 엔진에 대량의 공기를 강제로 구겨넣어 고성능을 뽑아내는 과급기 가운데 하나다. 배기가스 힘으로 터빈을 돌리고 이 터빈이 엄청난 량의 흡기를 엔진에 불어넣는다.

일반 가솔린 엔진은 배기량 1000cc당 최고출력 100마력을 내기가 불가능했다. 2000cc 중형차가 최고출력 150마력 안팎에 머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직분사 방식을 쓰고 고회전에 유리하도록 밸브에 유동성을 줘도 마찬가지다. 몇몇 스포츠 모델을 제외하면 양산차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이런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터보였다. 독일 폭스바겐의 골프 GTI가 2000cc 직분사 엔진에 터보를 더해 최고출력 211마력을 낸다. 같은 엔진을 얹은 아우디 TT의 고성능 버전은 ECU를 손봐 간신히 250마력을 찍기도 한다.

반면 같은 조건에 기아차 스포티지R 터보는 최고출력 261마력을 찍는다. 2.0 직분사 터보 엔진 가운데 현존 최고 수준이다. 단숨에 고성능 SUV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 같은 가로배치 방식의 YF쏘나타 또는 K5에 얹으면 출력을 274마력에 맞출 수도 있다. 이 정도 출력은 제네시스의 람다 엔진과 맞먹는다.

겉모습은 디젤 스포티지R과 다를게 없다. 프론트그릴을 벌집모양으로 바꾸고 뒤 머플러를 트윈방식으로 바꿔 고성능을 상징했다. 이밖에 직분사 터보를 상징하는 T-GDI 앰블럼 정도가 차이다.

▲인테리어는 디젤과 다르지 않되 복잡한 컬러를 걷어냈다. 고성능 모델답게 불필요한 치장을 없애고 크롬과 무광 플라스틱으로 마무리했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머플러 진동은 기분을 들뜨게 한다. 슬쩍슬쩍 가속페달을 터치할 때마다 '우두둥' 쏟아져나오는 배기음이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저속영역에선 묵직한 핸들링 덕에 그닥 묵직하지 않은 서스펜션마저 탄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본적으로 플랫폼이 같은 현대차 투싼ix보다 스포티지R의 서스펜션이 더 탄탄했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짓누르는 순간 차는 반템포 쉬었다가 대포알처럼 튀어나간다. 순간 가속력은 상대적으로 차체가 높고 스쿼드(급가속때 앞머리가 위로 들리는) 현상이 강해 더 크게 가슴팍을 짓누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7초를 살짝 웃돈다. AWD방식의 시승차는 휠 스핀없이 깔끔하게 고속영역으로 빨려 들어간다. 잠깐 타본 2WD 모델은 휠 스핀이 심해 초기 급가속이 되려 불리했다.

독특한 점은 시속 140km를 넘어서면서 시작되는 재가속이 더욱 거세다는 점. 엔진이 너무 조용한 탓에 고속영역에서 되려 풍절음이 더 크게 들리지만 눈 튀어나올 정도의 성능을 감안하면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다.

고속 주행능력은 국내 SUV는 물론 웬만한 대형 세단도 가볍게 제칠 수 있다.

뻥뚫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제한속도와 최고속도 사이를 오가며 신나게 달리는 사이, 메르세데스-벤츠의 V6 세단 한 대가 끈덕지게 쫓아왔다. 이 정도는 가속페달 한번 지긋이 밟아 '킥 다운' 한방 만들어내면 가볍게 룸미러에 가둬버릴 수 있었다.

▲터보 GDI는 '이미지 리더'의 성격이 강하다. 판매를 끌어올려 수익을 내기보다 스포티지R, 나아가 고성능을 지향하는 기아차의 성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단순하게 가속력만 따졌을 때 폭스바겐이 고성능이라 자부하는 골프 GTI나 같은 엔진을 장착한 아우디의 스포츠 쿠페 TT의 가속력을 가볍게 제친다. 같은 터보를 얹었지만 스포티지R은 싱글 터보로 2개의 터보효과를 내는 '트윈 스크롤 터보'를 얹은 덕이다.

경험상 후륜구동 방식의 2.0 터보를 얹은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200 터보의 가속력역시 근소하게 앞선다. 이 정도면 한국형 '핫(Hot) 해치'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2000cc 터보엔진을 얹은 독일차를 타고 있는 기자의 눈에도 스포티지R의 가속력은 합격이다.

다만 SUV라는 구조적인 한계 탓에 좌우 롤센터가 높아 고속주행에서 제네시스를 끝까지 따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닛산의 고성능 스포츠카는 독일 포르쉐를 앞서는 엔진 성능을 지녔다. 그럼에도 독일 아우토반에서 포르쉐의 꽁무니만 따라갔던 이유는 바로 서스펜션 탓이었다.

▲단순한 앰블럼에 불과하지만 스포티지R의 고성능과 기아차의 엔진 기술력을 상징한다.
우리에게도 한때 스포츠카를 단숨에 따라잡았던 SUV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체어맨의 3200cc 가솔린 엔진을 얹었던 쌍용차 무쏘 320은 '티뷰론 킬러'로 등극하며 많은 매니아의 가슴을 방망이질 쳤다.

역사는 재현돼 자타가 공인하는 '공도 최강' 제네시스 쿠페 오너들도 이제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고속도로를 빠르고 무섭게 내달리는 스포티지R을 만난다면 한번쯤 엉덩이의 앰블럼을 확인하시길. 엄청난 가속력으로 바람을 가르는 그의 꽁무니만 영문도 모른채 바라볼지도 모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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