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운용 시스템이 망가졌다

입력 2011-03-28 10:55 수정 2011-03-29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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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위기, 경제팀은 더 위기…새로 진용 짜야

‘총부채상환비율(DTI) 놓고 갈팡질팡하는 금융당국, 취득세 인하를 둘러싼 지자체들의 집단 반발, 실효성 없는 정부 기름 값 태스크포스(TF), 금리인상 시기 놓친 한국은행, 반쪽짜리 구제역 대책…’

세계 13위 경제대국 대한민국 경제시스템의 현 주소다. 부처 간 조율되지 않은 정책 남발로 일관성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제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작동을 멈춘 셈이다. ‘말 한마디면 다 정리된다’는 1960~1970대식 관치주의에 젖은 관료들이 자초한 결과다.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는 지적이다.

중앙부처간 정책 엇박자나 충돌은 일상이 된 실정이다. 책임은 서로 미루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에 대한 DTI 적용을 놓고 벌써 금융당국 간 혼선을 빚었다. 금감원은 24일 정부의 주택거래활성화 방안에서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에 DTI 가산비율을 적용해 최고한도를 상향하되 적용 대상에 수도권 투기지역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은행에 발표했다. 이틀 전 금융위 발표 내용을 뒤집은 것.

금융위는 즉시 “금감원이 보낸 공문은 사실과 다르다. 강남3구도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에 가산비율이 최대 15%포인트까지 확대된다”고 못 박았다. 금감원과 금융위의 정책조율 실패는 수백만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주택금융정책의 혼란만 초래했다.

정책다운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기름 값 비대칭성과 가격결정구조를 문제 삼아 꾸려진 기름 값 TF다. “회계전문가답게 대책을 내놓겠다”며 큰소리 쳤던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TF가 별 소득을 내지 못하자 “정유사들이 벌어들인 돈에 걸맞게 성의표시를 해야 한다”는 ‘굴욕’적인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윤 장관은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2009년부터 기름 값을 분석하면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며 TF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업 선진화 대책도 구제역 급속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밀집사육’에 대한 대책이 빠졌을 뿐 아니라 살처분 가축 처리 방안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금리인상 시기를 잇달아 놓치며 물가상승을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국제유가와 집값이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뒷북 금리 인상은 슬그머니 뒤로 빼버렸다.

뒷북 규제의 ‘대명사’란 비아냥마저 듣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역시 증권업계로부터 상당한 원성을 사고 있다. 과거 적립식 자문형 랩 상품을 돌연 판매 금지시켜 일부 증권사가 상품 판매 반나절 만에 판매를 중단하는 촌극을 빚었음에도, 지난 1월 또 다시 목표달성시 청산하는 형태인 ‘스폿랩’판매를 1년 반 만에 중단시켰다.

중앙부처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다보니 지자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정부가 3·22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 취득세를 감면키로 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취득세율이 50% 인하되면 시의 세수가 연간 6085억원 줄어 행정서비스에 차질을 빚는다며 거부감을 표시했다. 경기도 역시 5194억원, 대구시 850억원, 대전시 600억원, 광주시 321억원, 울산시 370억원, 인천시 2141억원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선 지자체들은 “정부가 다른 방법을 찾거나, 양도소득세로 지방세 감소분 전액을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학과 교수들은 “그 동안 정부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버금가는 관치통제의 정책을 펼친데다 부처 간 엇박자 등으로 시장과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잃었다”며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이제는 정부의 정책이 먹혀들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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