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진퇴양난]원자재값 오르는 데 빵·과자값 못올리니 속만 타

입력 2011-03-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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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제빵 등 식품 가공업체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CJ제일제당 등 설탕생산업체들이 지난해 말 9% 대 인상에 이어 올 3월에도 평균 9.8% 가격을 올렸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제품가격에 전혀 반영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누적적자가 심화돼 올해 사업계획 축소까지 고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재업체인 CJ제일제당은 지난 12일 설탕출고가를 평균 9.8% 인상했다. 공장도 가격 기준으로 하얀설탕 1kg은 1309원에서 1436원으로 9.7%, 15kg은 1만6928원에서 1만8605원으로 9.9% 올렸다.

회사측은 지난 2008년 이후 국내 도입 원당가격이 210% 넘게 급등했지만, 정부 물가 안정정책에 적극 협조하면서 감내해온 손실로 인해 비상경영에 돌입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 원당 가격 인상에 따른 영업이익 악화가 정부의 물가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을 부채질 한 것이다. 제당업계 2,3위인 삼양사와 대한제당도 지난 주 평균 9.9% 올려 가격인상에 동참했다.

식품소재업체들이 전격적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제과나 제빵 등 식품가공업체들은 여전히 눈치만 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설탕값과 기타 원재료 값이 올라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소재업체들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극도로 악화되는 등 문제가 심각했지만 그래도 롯데제과나 오리온 등 대표적인 가공업체들은 양호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탕 뿐만 아니라 구제역 장기화에 따른 탈지분유나 버터, 생크림 가격 상승 등 전반적인 원재료값 인상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가공업체들의 실적도 장담하기는 힘들다.

23일 익명을 요구한 A제과업체 관계자는 “설탕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가격을 3번이나 올려 영향이 너무 크다”며 “이밖에도 유지 등 모든 원자재가 올라 누적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책이라는 게 결국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조만간 가격인상을 시사했다.

B제과도 “자의로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1월~3월 계속 적자가 발생해 올해 사업계획을 전반적으로 축소하거나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구제역 여파로 버터나 생크림, 탈지분유 생산량도 급감하면서 설탕 뿐만 아니라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C제과 관계자는 “설탕은 과자에 많이 들어가는 원료로 원재료의 9~10% 정도 차지하고 있고 이외에도 버터나 생크림 탈지분유 등이 필수적인데 모두 30% 이상씩 가격이 뛰었다”며 “정부 압박이 계속되면 내부적으로 절감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빵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설탕 뿐만 아니라 각종 원재료 가격상승으로 인해 가격인상 요인이 계속 발생했지만 생산 및 물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 가격인상을 자제해왔는데 설탕값 인상이 계속돼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자칫 식품 소재 업체와 가공 업체간의 반목까지 보여지는 모습이다. 가공업체들은 그나마 지난해 실적이 괜찮았지만 소재업체들의 경우엔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제과·제빵 등 식품가공업체들이 정부의 물가 억제 정책과 소재업체의 가격인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원자재 값 상승을 가격을 올리 지 못한 채 그대로 떠안을 경우 영업이익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물가 정책에 된서리를 맞았던 업체들은 2009년 제품 가격을 올리자 영업이익률이 크게 좋아졌다. 당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인 제과회사들은 8%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오리온은 두배 가까운 8.85%까지 끌어올렸고 롯데제과도 8.53%를 기록했다.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던 해태제과 역시 2008년 2.95% 보다 크게 나아져 5.88%를 나타냈다.

반면 원당이나 밀을 수입해 설탕과 밀가루를 만드는 회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됐다. 설탕과 밀가루를 공급하는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21%를 보여 세계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7.4% 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같은 제당업체인 삼양사와 대한제당은 영업이익률이 각각 1.88%, 1.24%에 그쳤다. 삼양사와 대한제당은 1000원 어치 팔아서 각각 18원, 12원 정도 남긴 셈이다.

식품가공업체 관계자는 “소재업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가격인상에 나섰지만 정부의 반응이 어떨지 몰라 가격을 올리는데 주저하고 있다”며 “정부정책에 업체들이 희생해온 만큼 이번에는 시장 순리대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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