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 체스 천재에서 경제학계 이단아로

입력 2011-03-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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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로고프 교수(가운데) 2003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취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공동 브리핑하고 있다. 블룸버그
1953년 미국 뉴욕의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0대에 미국 전역을 휩쓸 만큼 전도 유망한 체스 선수로 명성을 떨치다 성인이 된 후에는 세계 경제학계의 천재 학자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14세 때 프로 선수인 ‘내셔널 마스터’를 획득하고 25세 때인 1974년 ‘인터내셔널 마스터’에 이어 4년 뒤에는 국제체스연맹이 체스 최고수에게 부여하는 ‘그랜드 마스터’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체스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수많은 체스 경기에 참가했던 로고프는 1975년 U.S.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했고, 이외에 옛 소련의 월드 챔피언인 미카일 탈, 타그란 페트로시안과의 대전에서 무승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학교를 그만두고 체스를 위해 유고슬라비아행을 택했지만 이후 미국 명문 예일대에 당당하게 합격하고, 1975년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여름에만 체스를 두고도 미국 3개 대회에서 7위안에 들었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과정 시절에는 학업은 뒷전으로 제쳐놓고 체스에 빠져 퇴학까지 당했으나 1년 뒤 재입학해 무사히 학위 과정을 마쳤다.

그는 박사 학위 취득 후 곧바로 강단에 서지 않고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에서 근무했다. 잠시 미국 예술 및 과학 아카데미와 계량경제학회 회원, 구겐하임 펠로로도 활동했다.

이후 위스콘신주립대를 시작으로 UC 버클리대와 프린스턴대를 거쳐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하버드대학에서 금융경제학을 강의하고 있다.

실무에 대한 욕심이 강했던 로고프 교수는 2001년 8월부터 2003년 9월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도 활동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시절 로고프 교수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의 설전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형적인 케인지 학파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2002년 내놓은 저서 ‘세계화와 그 불만(Globalization and its Discontents)’에서 “IMF가 처방한 고금리, 긴축재정 정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자 로고프 교수가 이례적으로 항의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당시 IMF 홈페이지에 “친애하는 조에게”라는 서한을 게재하고 “당신은 IMF가 가는 곳마다 문제가 생긴다고 썼는데, 그것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곳에서 많은 의사를 보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냐”며 “IMF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 당신의 생각은 아주 문제가 많다. 나쁘게 말하면 실없는 소리다”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자신보다 10살이나 많은 스티글리츠 교수 개인에 대해서도 “학자로서는 뛰어난 천재이고, 노벨상 수상자인 존 내쉬처럼 ‘아름다운 마음(Beautiful Mind)’의 소유자지만 정책 당국자로서는 형편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학계는 스티글리츠파와 로고프파로 갈려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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