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 어설픈 낙관주의에 메스 들이댄 '신흥 닥터둠'

입력 2011-03-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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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편집자주 :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쳐 중동의 ‘재스민혁명’까지, 글로벌 경제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깊은 고찰과 비전으로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학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의 비전을 분석하고 상아탑을 넘어 실물 경제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경제이론과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②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④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⑥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

⑦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⑧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⑨ 존 내쉬 프린스턴대 박사

⑩ 앨빈 토플러 뉴욕대 학사

⑪ 폴 새무얼슨 하버드대 박사(2009년 사망)

⑫ 오마에 겐이치 UCLA 교수

⑬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⑭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학원대 교수

⑮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교수

▲주요 약력 : △1953년 뉴욕 로체스터 출생 △예일대 졸업 △MIT대 박사(1980) △연준 이코노미스트(1980~1983) △UC버클리대 교수(1989~1991) △프린스턴대 교수(1992~1994)△하버드대 교수(1999~현재)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2001~2003). △저서 : 국제경제학 핸드북(1995), 국제거시경제 근간(1996), 국제거시경제 워크북(1998), 이번엔 다르다(2009) 등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호황기에 숨죽이던 비관론자들, 이른바 ‘닥터 둠(Dr. Doom)’들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놨다.

낙관론이 지배적인 가운데서도 비관론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닥터 둠’들은 금융위기 발발과 함께 물 만난 고기처럼 각계에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인물이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다.

그는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2월 선정한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영향력을 높일 경제학자’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신흥 닥터 둠’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카르멘 라인하르트 메릴랜드대 교수와 함께 800여년간 66개국에서 일어난 호황과 불황에 대해 분석하고 금융위기가 매번 유사한 패턴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학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에 따르면 과도한 부채로 이루어진 호황의 끝에는 언제나 금융위기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착각해 대응에 혼란을 겪었다.

금융위기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무수히 반복됐고, 진행되는 양상은 시간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 매우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로고프 교수와 라인하르트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2009년 9월 펴낸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 eight centuries of financial folly)’라는 저서에 집대성, 매번 같은 패턴으로 발생하는 금융위기 조짐을 미리 알아차리고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세기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최근에 일어난 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12세기 중국 및 중세 유럽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 방대한 데이터에 근거해 쓰여진데다 향후 상황 전개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번엔 다르다’가 장안의 화제를 모으면서 로고프 교수의 비관론은 한층 더 힘을 얻었다. 그는 지난 한해 세계 경제에 대해 거침없는 비관론을 쏟아냈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더블딥이라기 보다 느리고 고통스러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9%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 경제 역시 느리고 고통스러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위험 수위에 달한 국가 부채는 미국은 물론 유럽 지역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 국채 대부분이 일본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지만 퇴직자들이 저금을 줄이고 국채를 매각할 경우 정부가 무방비 상태라는 사실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로고프 교수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해 부동산시장 붕괴가 시작될 것이며, 이것이 은행 시스템을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실제 부채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점을 위험 요소”로 꼽고, “중국이 많은 대책과 효과적인 방책을 갖고 있지만 (시장의 붕괴를 막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은 극심한 부동산 버블을 겪고 있으며, 통화당국은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고삐를 조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대국은 사상 초유의 국가부채로 휘청거리고 있다.

로고프 교수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재정지출을 동원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케인즈학파의 논리는 모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케인즈식 재정정책은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유효했지만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 가운데서는 엄청난 재정적자를 수반하는만큼 정부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경기가 악화할 경우 재정 지출보다는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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