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실용’ 사라지고…‘작은 정부, 큰 시장’ 모두

입력 2011-03-09 11:00 수정 2011-03-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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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관료에 포섭된 MB정부

“이명박 정부가 임기 초기에 제시한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국정기조를 회복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규제학회가 공동 개최한 ‘이명박 정부 정책평가와 선진화 과제’에 대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작정하고 내뱉은 목소리다. 이명박 정권 후기 들어서면서 ‘관치’(官治) 부활에 대한 우려가 계속 불거지자 MB정부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보수정권의 정체성’을 회복하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작은 정부’가 정부 조직 슬림화와 시장개입 최소화 등 두 가지 지상과제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무늬만 작은, 비대한 정부’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정권 초기 정부조직 축소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늘어나고 있는 ‘공무원 수’와 대폭 증가한 정부 산하 ‘위원회’에서 엿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2010년 국가 공무원 수는 노무현 정부 말기 보다 1만4000여명이나 늘어났다. 집권 초기보다도 7000명이 늘어난 숫자다. 작은 정부 기조하에 국책 사업 등에 인력의 효율적 배치를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위원회공화국’이라고 비판받았던 노무현 정부(2007년 말) 때 보다 정부 위원회 수도 433(2010년6월)개로 17개가 더 많다. 이 (특별)위원회에는 총리나 장관, 청와대 수석에서 중도 하차한 이 대통령 측근들이 위원장으로 지명돼 관료들의 재등용문이라는 비아냥섞인 비판까지 나왔다. 재정지출을 증대시켜 사회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관료들을 중심으로 한 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은 미국 민주당이나 한국의 김대중 정부 등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권이 주로 해왔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공기업 구조조정과 정부조직 및 공무원 수 축소 등을 외쳤던 이명박 정부의 전격적인 ‘비대화’에 대해 학계에서는 정부 개혁에 관료들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조직학회장)는 “정권 초기에 의지를 갖고 개혁을 진행했지만 고위 공무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개혁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명박 정부가 관료들에게 포획돼 애초 주창했던 작은정부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권 초기에는 작은 정부를 내세우더니 후기에는 관료들에게 포획돼 주창도 안하더라”면서 “(작은 정부를)주창도 하지 않은 참여정부 보다 못한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권이 실용노선을 강조하다 보니 사람 중심의 정책 수행 활동으로 인해 관료들의 진출이 활발해져 관치의 정도가 강해졌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정권은 시스템 보다는 사람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료도 정부의 시스템에 녹아들기 보다는 일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시장개입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올해 초 정부가 물가관리 대책을 내놓으며 통신회사와 정유사, 식품회사의 가격결정 시스템에 압박을 가했던 점은 이명박 정부가 관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일갈했다.

관료들이 정권의 성격에 따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는 기업 CEO 같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며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야 하다보니 시장이 고유의 자율성 보다는 ‘관’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작은 정부 실패는 경기 부양을 지상목표로 삼다보니 재정지출을 축소시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기를 안정시켜야 하는 보수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을 간과했다는 점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권 초기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은 고(高) 환율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어 수출기업에는 도움을 줬지만 내수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강 전 장관에 이어 윤증현 장관도 내수기업들을 압박해 가격인상을 동결시키는 바람에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됐고, 물가가 오르다 보니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늘어났다. 한국은행도 보란듯이 금리를 동결시키며 인플레를 가중시켰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 이명박 정권의 시장 개입 강도가 그 어느 정권보다 강하다”면서 “특히 외환위기 때 실무를 맡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움직이면서 시장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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