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 없는 노동시장 글로벌 경쟁력 악화시킨다

입력 2011-02-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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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복수노조…올 노사관계 긴급진단

올 한해 재계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가 노사관계 정립이다. 노동법 계정과 타임오프제 정립, 복수노조 등이 쟁점 현안으로 예고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가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노사관계의 냉각기류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진중공업과 대우자동차판매, 현대차 등이 노사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으나 팽팽한 대립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공식입장을 통해 오는 4월부터 시행예정인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을 앞두고 “역사상 가장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긴장감을 예고했다.

울산공장장인 김억조 사장 역시 임직원 가정통신문을 통해 “올해 임단협을 비롯해 사내하청 노조, 타임오프, 복수노조 등 우리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사안은 어느 것 하나도 녹록하지 않다”며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사 현안 가운데 사내하청노조의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든 국내 재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내하청노조의 점거파업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사진은 노사양측의 당시 대립장면
◇차산업 비정규직 비율이 조선업의 25% 수준=특히 현대차 사내하청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총 6차수에 걸친 특별협의 끝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또다시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우리 산업계 전반에 사내하청근로도급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과 철강, 전자 등 주요 기간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0년 사내하도급 활용 현황’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전체 근로자 132만6040명 중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32만5932명으로 전체의 24.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조선분야가 61.3%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철강업계(43.7%)가 잇고 있다. 이어 기계⋅금속산업의 사내하청 근로자 비율이 19.7%, 전기⋅전자분야가 14.1%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16.3%가 사내하청 근로자로 확인됐다. 이는 사내하청 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조선업계의 25% 수준이다. 이는 자동차 노조의 정규직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기업의 국내외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노동관계법령은 ‘해고의 제한’을 비롯해 정규직 근로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노동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해 있다.

또한 경직된 노사관계로 인해 배치전환 등 기업의 인사권 행사도 힘든 상황이어서 기업들은 부득이 사내하도급 활용을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 노동유연성이 기업의 경쟁력 좌우해=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치열한 경쟁구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각국에 퍼져있는 생산시설은 앞다퉈 유연한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 자동차 메이커 역시 파견근로를 폭넓게 활용하면서 고용유연성을 키워 경영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는 곧 원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제품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국내 노동유연성과 국제 수준비교 자료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2000년대 이후 고용형태를 다원화하고 근로시간 유연화 등을 추구해 경쟁력을 키워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 역시 비정규직 근로자를 확대하고 전환배치 등을 통한 노동력 활용의 유연화를 추구해 왔다. 정규직 근로자의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탄력적으로 투입해온 것. 이를 통해 경기 상황을

대비하고 실업문제 등과 같은 사회현상을 해결해왔다.

미국 빅3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시장상황에 따라 저임금 신규 근로자를 활용하는 등의 인력 유연성을 통해 재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빠른 시간에 금융위기 이전의 경영상태를 회복하기도 했다.

◇ 현대차 사내하청근로자 임금 月평균 338만원=그러나 국내 사정은 이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 사내하도급 도입 배경 및 운용 실태를 살펴보면 선진국의 노동 유연성과는 거리가 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 한해 재계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가 노사관계 정립이다. 사진은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을 불법점거한 사내하청노조에게 퇴거명령서를 전달하고 있는 강호돈 前울산공장장(오른쪽)과 이경훈 정규직 노조위원장
고용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한 사내하도급 근로의 경우 기본적으로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위한 조치다.

특히 경기회복 초기에 생산물량 증가에 따른 추가인원 투입의 필요성 인식하고 있지만 경영환경 예측이 곤란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정규직 근로자를 추가 고용할 수 없는 것이 기업의 실태다.

이를 위해 정규직 근로자와 경영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사내하도급을 도입하기로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내하도급은 기본적으로 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정책이다. 생산라인 가운데 기피공정에 대해 정규직 근로자가 일하기를 거부할 경우 회사가 임의대로 근로명령을 내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강제로 추진하면 노조의 반발로 인해 생산라인이 중단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사내협력업체에 도급을 추진해왔다.

또한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근로자의 경우 1‧2차 협력업체 직원보다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0년 2분기 사업체 임금, 근로시간’에 따르면 현대차 사내협력업체 인원들의 월 평균 임금은 338만2000원이다. 이는 국내 전체 근로자 월 총액 임금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동일한 제조업 사업장에 비해서는 1.3배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300인 이상 대기업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사측의 경우 이같은 상황에도 사내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매년 도급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들은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 사내하도급 판결로 기업 인력운영 경직=이러한 상황에 사내하도급 관련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인해 재계에서는 국내 노동유연성과 기업의 인력운영 경직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기업 및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경직성 강화는 자칫 기업 및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같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인건비 상승, 불안한 노사관계 등으로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은 물론 국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 가능성도 뚜렷하게 존재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화 가속화로 해외 현지 거점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 여건의 악화는 국내기업의 해외 투자에 대한 유인을 더욱 증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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