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원칙주의자.. 화합 이끌 '9회말 구원투수'

입력 2011-02-18 11:00 수정 2011-02-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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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허창수호 출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T빌딩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실. 7개월 넘게 공석인 전경련의 차기 회장 추대를 위한 밀고 당기기가 벌어졌다.

오는 24일 전경련 정기총회 전까지는 회장 추대가 이뤄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재계와 전경련 원로들은 허창수 GS그룹 회장 설득에 나섰다. 끈질긴 설득과 요청, 고사가 반복되면서 40여분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손길승 전경련 명예회장도 이례적으로 회의에 참석해 허 회장 설득에 힘을 보탰다. 재계의 끈질긴 요청에 허 회장이 뜻을 굽히고 회장직을 수락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이 모두 회장 직을 고사하며‘또 표류하나’를 고민하던 전경련의 숙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에 참여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스스로 회장 직에 적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GS그룹은 “전경련 회장단과 경제계 원로들의 추대 의지가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 전경련이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데 미력이나마 봉사하겠다는 마음에서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기로 했다”는 공식발표를 통해 허 회장의 입장을 대신 전달했다.

◇ 위상 강화, 화합·단결 이끌 듯= 전경련 회장에 허창수 GS회장을 추대한 것은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회장 직을 고사하는 현 상황에서 최적의 대안이라는 평가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후 재계 서열 10위 이내의 그룹 오너가 전경련 회장을 맡은 적이 없었다.

허창수 회장이 이끌고 있는 GS그룹은 재계 서열 7위로 김우중 회장 이후 전경련 회장을 맡았던 김각중 경방 회장, 손길승 전 SK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에 비해 기업규모나 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은 지난 2004년 LG그룹에서 분리한 이후 에너지·석유화학건설·유통 사업에 주력하며 지난해 52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09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성장한 것. 2009년 말 현재 국내에 6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 허 회장이 범 LG가의 일원이라는 점을 봤을 때 그동안 전경련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LG그룹을 전경련 회의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등 재계의 화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 회장의 조부인 허만정 LG그룹 공동 창업자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열 때 종자돈을 대는 등 삼성과도 인연이 깊다.

전경련 관계자는 “허 회장의 추대는 그룹 규모나 위상으로 볼 때 적절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허 회장은 2009년 2월 전경련 회장단에 합류한 뒤 회장단 회의를 비롯한 전경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며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왜 허창수인가= 허창수 차기 전경련 회장은 항상 노타이를 선호할 정도로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첨단 전자장비 등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인터넷 서핑을 통해 새로운 컴퓨터, 캠코더, PDA, 디지털카메라, 통신기기, MP3 등 첨단 멀티미디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직접 검색할 정도. 젊은 직원들 조차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진땀을 뺀다.

허 회장은 LG상사 재직시절 홍콩, 도쿄지사 등 오랜기간 해외에서 근무해 온 경력으로 영어, 일어에 능통하며 탁월한 국제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허창수 회장은 구인회 LG 창업회장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허 회장은 구·허씨 양대 가문이 57년간 다져온 동업체제를 형성한 범 LG그룹내 허씨가를 대표하는 경영인. 허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에서 MBA학위를 취득한 후 1977년 LG그룹 기조실로 입사해 LG상사, LG화학, LG산전, LG전선 등 LG그룹내 계열사들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는 등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허 회장은 1995년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것과 때를 맞춰 LG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해왔으며 2004년 회사분할을 통해 GS그룹이 탄생하자 허씨 가문 내부의 합의를 거쳐 GS그룹의 대표 자리를 맡아왔다.

◇ 4대 그룹의 참여 이끌어 낼까= 허 회장의 차기 전경련 회장 추대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전경련과 LG그룹과의 관계 회복이다. 당장 24일에 있을 전체회의에 구본무 회장이 참석할 지도 관심이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1999년 당시 전경련이 정부에 LG반도체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에 넘기는 빅딜 안을 낸데 불만을 품고 10년 넘게 회장단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하지만 허창수 GS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LG그룹과 GS그룹은 지난 2005년 계열분리되기 까지 57년 간 동업자 관계를 맺어온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구본무 회장은 허창수 회장을 골프모임에 초청하는 등 친분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을 잘 아는 재계 한 관계자는 “구씨와 허씨 가문은 계열분리 이후에도 절친한 관계를 맺으며 중요한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허 회장은 LG그룹, LG상사, LG화학, LG전선 등을 거친 정통 LG인 출신이다. 정병철 상근부회장도 LG화학에 입사해 LG반도체·LG전자를 거쳐 LG CNS 대표이사로 활동한 정통 LG인이기 때문에 전경련은 회장과 부회장 모두 LG인으로 채워졌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의 전경련 회장단 회의 참석여부에 대해 “ 참석 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허창수 회장이 구본무 회장 외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참석도 이끌어 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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