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해져야 산다”...동네 구멍가게까지 바꾼다

입력 2011-01-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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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저녁 6시. 서울 종로에 위치한 이태리요리전문점 D레스토랑은 평일 저녁임을 감안하면 이른 시간이지만 현관입구부터 손님들로 가득찼다.

커피와 와인 그리고 이태리 요리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신개념 복합공간인 이 식당의 고객층은 30~40대 직장인. 다소 비싼 가격 탓에 20대 대학생들이 찾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날 홀을 가득 메운 손님은 소셜커머스 이용자라는 공통점을 지닌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었다.

소위 ‘반값할인’이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소셜커머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시장에 소셜커머스라는 이름이 등장한지 8개월 만에 젊은이들부터 주부, 직장인까지 여가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수단이 됐다. 반면 홍보 기회가 없었던 소상인들은 연일 대박행진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마케팅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반값’으로 팔아도 남는 장사= 소셜커머스는 일정수의 구매자를 모아 제품가격을 파격적으로 할인해서 판매하는 ‘박리다매’ 구조의 온라인 상거래다. 일반적으로 50% 이상의 파격적인 할인가에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하는 소셜 쇼핑을 가리킬 때 쓰인다.

먼저 ‘오늘의 할인 상품’이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올라오면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은 마감 시간 전까지 구매를 선택하고 SNS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린다. 구매자가 일정 수를 넘으면 할인 쿠폰이 전송돼 다음 날부터 이용할 수 있으며, 인원이 못 미치면 거래가 자동 취소된다.

소셜커머스를 국내에 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표주자 티켓몬스터의 경우 창업 8개월 만에 매출 24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회원수가 50만명을 넘어섰으며, 데일리픽의 회원수 10만명을 합치면 60만명에 이른다.

이 같은 소셜커머스 열풍에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0일 신년 라디오연설에서 한 소셜커머스 업체를 거론하며 “다섯 명이 창업해 110명을 고용효과를 창출했으니 참 대단한 일”이라며 “올해 2000억원의 매출 목표가 꼭 이뤄지길 기대 한다고”고 말한바 있다. 해당업체 대표는 지난해 연말 신세대 벤처기업인을 대표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 자리에도 참석했다.

지난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응답자 10명 중 3명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은 음식점 이용 할인권(40.5%, 중복응답)과 패션잡화(38.5%), 영화공연티켓(30.5%)으로 나타났다. 소셜커머스 이용시 가장 고려하는 요인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53.7%, 중복응답), 이용자의 평가후기 (52.2%)였다.

이렇듯 값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소셜커머스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퍼졌고 이들의 생활패턴마저 바꿔놓았다. 홍보 기회가 없었던 소상인들도 자신들의 브랜드를 확실히 알리고 지속적인 마케팅 발판이 마련돼 소비자 좋고 상인 좋은 ‘선순환 유통구조’가 탄생한 셈이다.

◇철저한 사후관리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하지만 소셜커머스가 올해 벤처열풍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 8개월 동안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무르익기도 전에 상해버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소셜커머스라는 타이틀을 걸고 사업에 뛰어든 업체만 500여 개가 넘는다. 이에 따른 이미지 하락과 소비자 피해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영세 업체들까지 소셜마케팅에 나서면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

문제는 반값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미끼로 소비자를 현혹시켜 기대에 못 미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환불을 거절하는 등 고객만족에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이에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허위·과장 광고 또한 판을 치고 있다. 사전에 공지 없이 서비스 항목을 변경하거나, 예약에 밀려 아예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사이트가 폐쇄돼 돈만 날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셜커머스를 활용, 광고 효과를 보려는 제휴사들 역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처음에 할인쿠폰을 들고 온 고객이 다음에는 제값을 내고 해당 서비스와 상품을 이용하리라는 기대감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 명동에서 스파케티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상엽(33)씨는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당일만 손님이 늘고, 이후에는 그 전 상태와 별반 다르게 없다”며 “결국 단발성 행사 판매다보니 소셜커머스의 궁극적 목적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통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던 신세계와 CJ, 현대 등 대기업들이 차례대로 소셜커머스 서비스 대열에 합류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규모 벤처기업 중심으로 붐을 일으켰던 소셜커머스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소비자 보호 이슈 등 소셜커머스의 문제로 지적됐던 것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는 그 특성상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며 “현재 소셜커머스의 문제점을 지적되고 있는 사후관리 부분을 확실하게 강화할 방안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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