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11년 만에 최대 위기...붕괴론 가시화

입력 2010-12-14 10:48 수정 2010-12-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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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로 출범 11년만에 유럽통합의 꿈 물거품

유럽통합의 꿈을 안고 야심차게 출범한 유로가 불과 11년만에 붕괴 위기에 처했다.

재정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수출대국 독일에서부터 섬나라 몰타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인 유럽 경제권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1999년 유로 출범 당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시 유로존은 스페인의 페세타, 프랑스의 프랑, 네덜란드의 길더, 독일의 마르크 등 유로존에 가입한 모든 국가들이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것 자체로 평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역내 다른 국가들에까지 파급하면서 유로 연대에 대한 국가간 반감만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가 최근 전했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로존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컬럼비아대학의 로버트 먼델 교수는 “통화 동맹은 정치적인 동맹에 근거하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일자리가 풍부한 나라로 노동력이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탄력적인 임금제도, 균등한 세제, 회원국에 거액의 재정적자를 금하는 제도를 정비해야지만 통화 동맹이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유럽의 다른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자국의 법인세를 12.5%의 낮은 수준으로 동결해 회원국의 원성을 샀다. 독일의 법인세는 30%.

비즈니스 위크는 지금까지 유로존이 존속해온 것은 단지 공통 통화가 낳은 정 때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재정위기를 계기로 역내 국가 지도자들끼리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은 유로존의 해체가 이득은커녕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할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런던 소재 에볼루션 시큐리티즈의 게리 젠킨스 채권부문 책임자는 “역내에서 재정 동맹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뉴욕 소재 시장조사업체인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이 해체되면 그 어느 나라도 이득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유로가 붕괴할 경우 새롭게 발행되는 독일의 마르크가 급등하면 독일의 수출 산업에서는 수 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남유럽 국가들은 재원이 풍부한 나라와의 금융 면에서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고 비즈니스 위크는 지적했다. 그리스 아일랜드의 위기를 계기로 유로 붕괴 조짐이 이미 일고 있다는 것.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의 대형 금융기관인 ING의 마크 클리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어느 한 나라가 단일 통화에서 이탈하는 전례를 만들면 다른 나라도 동조할 수 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도 결코 놀랄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만일 유로 붕괴 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로존 각국은 방어태세를 강화한 형태의 재편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먼 존슨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사이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는 “유로존 전체가 시장의 공포에 휘말리기 전에 재정적으로 강한 나라들이 ‘완충지대(cordon sanitaire)’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먼 교수는 완충지대를 꾸릴 국가로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핀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등을 지목했다. 다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키프로스 등 재정적으로 불안한 국가들은 제외됐다.

비즈니스 위크는 완충지대에 들지 못한 나라 중 최소 2개국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는 유럽은 완전 통합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실현 불가능한 이상을 위해 유럽인들에게 30년간 부채를 짊어지게 하느니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유럽통합의 꿈은 재정위기와 함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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