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늘 위의 호텔’ A380 제작현장을 가다

입력 2010-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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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5개 크기…대한항공 도입예정 4기 제작 중

▲조립 작업이 한창인 대한항공 A380 2호기와 3호기(대한항공)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40만의 도시 툴루즈((Toulouse).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이 조용한 도시는 함부르크와 함께 유럽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통한다. 보잉과 함께 세계 상용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에어버스사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파리로부터 680km를 날아 숙소에 짐을 푼 것도 잠시. 채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새벽, 버스에 올라 에어버스 본사로 향한다. 대한항공이 도입 예정인 ‘하늘 위의 호텔’ A380 조립현장을 찾기 위해서다.

에어버스의 야심작 A380은 연료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인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다. 747 시리즈의 최신 기종인 747-8보다 운항거리와 수송량이 각각 500해리, 30%씩 증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자들이 먼저 찾은 곳은 에어버스 본사의 ‘목업 센터(Mock-up Centre)’. ‘목업’이란 비행기 등을 제작하기 전에 기체의 일부나 전부의 모형을 목재로 만든 것을 말한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목업 센터에 들어서니 실물 크기의 항공기 모형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 전시된 목업들은 좌석 등 각종 내장재를 완전히 갖춘 일종의 샘플이다.

전시된 A380 목업 1층(Main Deck)에 들어서자 탑승객들의 공동공간인 라운지가 기자들을 맞는다. 라운지를 지나면 비즈니스 좌석과 이코노미 좌석이 차례로 배치돼 있다. 각 좌석을 지나 나선 계단을 오르면 2층(Upper Deck)이다. 이코노미 좌석과 비즈니스 좌석을 거쳐 기수 쪽으로 향하면 호사스런 1등석 공간이 나오고 1등석 앞에는 미니바와 샤워공간이 비치돼 있다.

물론 이 같은 배치는 참고용 예시일 뿐으로 좌석이나 부대 설비의 배치는 각 항공사들의 주문에 따라 달라진다. 대한항공은 총 400~450석 규모에 2층 전체를 비즈니스 좌석 전용으로 구성해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내세울 계획이다.

목업 센터를 나와 실제 A380 제작현장을 찾았다. 툴루즈 공항 인근에 위치한 A380 조립공장은 실내 조립 공간만 길이 500m 너비 250m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축구장 15개에 맞먹는 크기다.

보안 절차를 거쳐 공장에 들어서니 조립을 위해 운반된 A380의 전방 동체와 후부가 대기하고 있고 호주 항공사 콴투스가 주문한 A380 1대가 작업대에 매달려 동체를 조립하고 있다.

▲동체 조립 작업 중인 A380(대한항공)
툴루즈 공장은 4개국에서 제작된 각 부분이 모여 최종 조립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동체 앞부분과 뒷부분, 수직꼬리날개는 함부르크, 조종실과 동체 중간 부분은 프랑스, 주날개는 영국, 수평꼬리날개는 스페인에서 각각 제작되며 각 부분은 보르도까지 배로 이동한 뒤 수로를 통해 툴루즈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곳까지 옮겨져 트럭으로 운송된다. 보르도에서 툴루즈 공장까지 운송 시간만 5~6일이 걸리는 대여정이다.

이렇게 운반된 각 부분은 조립대(Jig)에 매달려 동시에 조립된다. 에어버스는 정밀한 조립을 위해 레이저 포인터를 거울에 반사시키는 방법을 통해 조립 오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밀 조립을 통해 공기역학적 성능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다른 항공기보다 20% 이상 높은 연료효율을 확보할 수 있다.

조립 공장에서는 우선 동체 각 부분을 조립하고 조립된 동체에 엔진과 랜딩 기어 등 비행에 필요한 각종 설비를 장착하고 마지막으로 야외로 옮겨 연료계와 전자기기 등을 테스트하는 순서로 공정이 진행된다. 동체 조립에만 1주일이 걸리고 엔진 등 주요 부품을 장착하는데 3주일이 소요된다. 금속 소재를 가공해 최종 완성까지는 19개월, 이곳 툴루즈 공장에서 내장재까지 완비되기까지는 약 12개월이 필요하다.

동체 조립 공정 과정을 지나 옆 작업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최종 조립 작업이 한창인 대한항공 A380 2호기와 3호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엔진, 출입문, 각종 계기들이 조립하는 과정으로 2호기는 이미 엔진 4기가 모두 장착된 상태다.

비행에 필요한 각종 설비 장착까지 마무리된 기체는 토잉카에 이끌려 야외로 옮겨진다. 이곳에서는 연료계와 통신기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야외 공간에는 조립을 마친 대한항공 A380 1호기가 시험 비행을 기다리고 있다.

1호기 측면에는 ‘MSN-035’이라는 표시가 선명하다. 일종의 제조번호로 35번째로 제작된 A380이라는 뜻이다. 1호기는 비행을 위한 제작 공정을 마치고 오는 11월 함부르크로 날아가 좌석 등 객실 내부 공사, 동체 도장 등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함부르크까지의 비행이 첫 시험 비행이 되는 셈이다.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 길, 툴루즈 실내 조립공장 외벽에는 에어버스 4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약 30여 년 전인 1974년 대한항공은 비유럽 항공사로는 최초로 에어버스를 도입했고 이는 오늘날 에어버스가 보잉사와 쌍벽을 이루는 항공기 제작사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됐다.

시간이 흘러 2010년, 이제 태평양 노선 세계 1위의 대한항공이 A380과 함께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첫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 A380 1호기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조립 공정을 마치고 내장재 설치 작업을 앞두고 있는 대한항공 A380 1호기(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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