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목숨' CEO… 글로벌 IB 못나와

입력 2010-10-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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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재임기간 2년7개월, 미 7~8년에 비하면 단명

▲현재 재직중인 증권사 CEO 평균 재임기간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세계적 투자은행(IB)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겠습니다.”

이 말은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취임하면 경영 목표로서 가장 많이 던지는 화두다. 하지만 현실은 CEO의 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국내 증권사 CEO의 평균 재임기간이 3년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과연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흔히들 CEO 짧은 임기를 두고 ‘파리 목숨’이라든지, ‘회전문 인사’로 불리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 성장은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토양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유능한 CEO의 장기근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4일 본지가 20개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재직 중인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2년7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등 미국의 대형IB CEO들의 재임기간이 7~8년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단명이다. 올 초 중앙경제 부설 ‘한구CXO연구소’가 조사한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최근 10년 간 국내 500대 상장 기업 평균 CEO 재임 기간 3년4개월보다도 짧다.

이번 조사에서 재임기간이 가장 긴 CEO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으로 10년을 재임하고 있다. 원종석 신영증권 사장이 5년4개월,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이 5년으로 그 뒤를 이었다.

조사 대상 평균 재임기간보다 긴 재임기간을 나타낸 CEO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3년7개월)과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2년8개월) 등 모두 5명뿐이다.

이처럼 증권업계 CEO들의 임기가 너무 단기라서 장기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성장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들 CEO들이 자리보전을 위해 장기성과보다는 단기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글로벌IB사로서 도약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한 장기 전력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능력 있는 CEO의 재임기간이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CEO의 임기를 늘려 장기적 안목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지만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IB로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IB사업은 긴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국내 증권사 CEO들의 단기 임기로는 제대로 된 IB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단기 임기로서는 단기성과에만 급급해 자칫 ‘경영 해저드’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나 금융지주사의 입김이 작용하는 증권사의 경우 단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리내주기식 인사가 아닌 주주와 투자자들을 위한 인사로 먼저 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임기가 장기가 될 경우 CEO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CEO를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와 시장에서 내외부의 통제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익 침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지금처럼 코드나 인맥에 끌려 다니는 인사로서는 국내 증권사가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IB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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