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과 공평 사이

입력 2010-09-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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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논술, 시험 없이 100% 면담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느 시골학교에서 값비싼 사교육보다 스스로의 노력과 창의력이 중요하다며 그곳 학생들을 독려하면서 한 말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 도입 첫해인 지난해 주요 사립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30~40%가 특목고 학생에게 유리한 스펙을 요구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사교육을 받지 못해 시험성적이 높지 않더라도 잠재력이 높은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토플 성적, 수상경력, 전문교과이수 여부 등을 요구함으로써 특목고 학생들을 사실상 골라 뽑은 것이다.

출발선이 달라서 생기는 불공평한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새로이 만든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오히려 대통령의 말을 믿은 학생들만 '순진한 바보'로 만들었다. 교육개혁이 매번 국민들의 냉소와 불신을 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많은 이들이 바라는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가야 한다. 불필요한 국민들의 반감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치우침이 없이 고르다'는 뜻의 공평함은 노력과 상관없이 결과물이 균등하다는 것을 강조해 자유와 책임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로 보기 힘들다. 성적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두 학생이 희망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같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으며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누리며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공정한 사회'가 추구해야 할 한국의 미래 모습이다.

그러나 공정사회를 단순히 외친다고 해서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 이 보다 그 방식을 함께 고민해 가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료 자녀들의 채용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갑자기 변명처럼 내놓은 공정사회가 진정성을 얻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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