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G20 회의 주재하면서 외로웠다”

입력 2010-07-02 09:26 수정 2010-07-02 10:1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강연서 “따라갈 대상 없는 새로운 도전 직면” 강조

(재정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도약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서비스선진화와 관련 링컨의 말을 인용해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라면서 의지를 드러냈다.

윤 장관은 2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경제인회 초청 조찬세미나에서 윤 장관은 “따라갈 대상이 분명하지 않은 지금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G-20 재무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느낀 감정은 바로 외로움으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고 이견을 조정하고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하는데 지식과 경험의 부족을 절감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윤 장관은 “이제껏 열심히 정해진 길을 달려왔는데 지금부터는 길을 찾고 만들면서 나아가야하는 전혀 새로운 상황을 맞았다”면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도약할 수 있는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좁은 시야와 작은 이익에 매몰되어 있는 부분은 없는지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들을 목표로 삼아 우리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부지런히 뛰어 왔다”면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세계의 규칙을 따라가던 나라에서 규칙을 만드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있는 나라, 신흥국 가운데 처음으로 G-20 회의를 개최하는 나라, 녹색성장이라는 지속 가능한 성장 패러다임을 여는 나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태산같다”면서 “최근 유럽 선진국들의 재정위기 등을 통해 보듯이 이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도 선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단순히 선진국을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강연을 시작하면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산문집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오는 구절 ‘우리는 어려운 것에 집착해야 합니다. 자연의 모든 것들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고유함을 지닐 수 있습니다’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주위에서 우리경제를 칭찬하고 우리가 앞서 나가고 있다고 느낄 때 혹시나 우리가 안일함에 빠져서 어려운 것을 피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한번 더 되돌아보아야 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 참여한 소감과 관련 “그 곳에서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Architecture)를 자국에 유리하게 설정하기 위한 주요국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으며 위기 이후에 달라질 세계경제 환경 즉 ‘뉴 노멀(New Normal)'이 형성되고 있는 과정임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면서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 발전해온 한국경제에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현 경제상황과 관련 “우리경제가 이제 어느 정도는 정상성장의 궤도에 올라 온 모습으로 일자리가 4월 40만명 증가한 데 이어 5월 58만명이나 늘어났으며 일자리의 대부분이 상용직으로 구성돼 있어 고용의 질도 함께 개선되는 모습”이라면서 “원래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지만 고용회복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장이 고용을 만들고 소득 및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면서 “한편으로 눈을 돌려 보면 우리경제의 앞길이 결코 순탄해 보이지 않으며 지금부터가 중요하고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면서 “6월 10일경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반국민의 47%는 6개월 전과 비교해서 경제상황이 오히려 나빠졌다고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일자리와 소득 등 민생여건이 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위기이전의 추세수준인 25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상당기간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외환위기이후 부문간의 성과격차가 커지는 흐름이 장기간 지속돼 왔으며 그 결과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중소 하도급 업체와 영세 자영업 부문으로까지 쉽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면서 “우선 기업간에 공정하고 대등한 거래질서가 형성되지 않아 납품가격 등의 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문제가 많이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대표적인 내수부문인 서비스업이 한쪽에서는 영세업체가 과당경쟁을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지나친 진입규제 등으로 경쟁이 제한되고 있어 전반적인 서비스업의 수익성과 생산성이 매우 낮은 문제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경제 전망과 관련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경제 환경은 ‘불확실성의 상시화’라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모습으로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자체는 진정되었으나 그 여파가 작년에 동유럽과 두바이를 거쳐서 올해 들어서는 남유럽의 재정위기라는 형태로 높은 파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시장참가자들이 부실한 부분을 찾아다니면서(who is next) 차례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양상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유럽의 재정위기는 강력한 국제공조 노력을 통해 점차 안정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은 안고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하며 따라서 기업이든 정부든 위험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특히 이번 그리스 사태는 경제주체들의 부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이제는 어떤 선진국이라도 부채가 많은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되고 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우리경제가 수출지향으로 부족한 내수시장을 보완하고 대량생산체제로 빈약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여 요소투입 확대와 모방에 기초한 양적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다”면서 “그러나 우리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중국, 인도 등 대량생산체제에 더 유리한 나라들이 부상하면서 양적 성장모델에 한계를 맞고 있고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존 성장전략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우리경제의 패러다임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우리 경제의 문제에 관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년 현재 1.15명으로 세계평균 2.56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라면서 “그 결과 총인구는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불확실성의 증대와 기업투자 성향의 보수화로 자본투입이 정체되고 노동공급 역시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성장과 고용간의 관계가 약화되고 있다”면서 “수출 10억원당 취업유발계수가 95년에 24명에서 2007년에는 9.4명으로 급락하고 수출부문의 장비 고도화 추세와 함께 부품․소재 등 중간재 산업의 취약성으로 수출증가가 국내산업의 부가가치 및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내수중심의 서비스업도 생산성이 매우 낮아 고용창출력이 미약한 실정이며 이번 위기 시에도 드러났지만 우리경제는 외부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2009년 기준으로 우리의 대외의존도는 GDP의 82%로서, 싱가폴, 홍콩, 대만 등 도시형 소규모 경제를 제외하고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으로 이러한 체감경기의 문제와 세계경제환경의 불확실성, 그리고 중장기적 도전과제들을 감안할 때 경제지표만으로 현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며 소득 2만달러 수준을 뛰어 넘어 한 단계 도약하느냐를 가름할 변곡점(inflection)을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경제 전망과 관련 “작년의 기저효과 등으로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는 낮아질 것이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회복세는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성장의 내용 면에서는 건설부문이 다소 부진하지만 설비투자가 두자리수 증가세를 나타내고 민간소비도 고용회복에 따라 위기이전 수준인 4%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윤 장관은 “재정을 통한 일자리 사업이 줄어들고 있지만 82%를 넘는 제조업 가동률 등에서 나타나듯이 기업들이 이제 신규채용을 늘려야 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와 고용, 물가와 금융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거시정책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고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측면과 잠재적인 물가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균형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출구전략과 관련해 재정, 통화, 금융 등 거시정책 전반을 아울러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그동안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고 중소기업 신용보증 만기연장 등 한시적․예외적 위기대응조치들을 정상화해 왔다는 점에서 이미 출구전략을 시행해 오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 과정에서 물가와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정책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가 외줄타기(tightrope walking)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현재의 상황은 상충되는 정책목표들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고용창출 효과가 큰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통해 서비스업 선진화에 대한 저의 마음가짐을 표현해 보자면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습니다’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앞으로의 정책 추진과 관련 “각부처에 흩어져 있는 179개의 각종 일자리 사업을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여 효과성을 높여 나가겠다”면서 “경제성과가 취약부문으로 원활하게 확산될 수 있도록 기업간 거래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우리경제가 대외충격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이제는 당면한 위기극복을 넘어서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우선 가계․기업․정부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부문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법정스님의 법문집에 나온 문구를 전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나 자신은 어떤 꽃과 잎을 피우고 있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꽃으로 피어날 씨앗을 일찍이 뿌린 적이 있었던가? 준비된 나무와 풀만이 때를 만나 꽃과 잎을 열어 보입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계절을 만나서, 시절인연을 만나서 변신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아이스크림은?…매출액 1위 공개 [그래픽 스토리]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 부과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 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금사과도, 무더위도, 항공기 비상착륙도…모두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이슈크래커]
  • "딱 기다려" 블리자드, 연내 '디아4·WoW 확장팩' 출시 앞두고 폭풍 업데이트 행보 [게임톡톡]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840,000
    • -2.2%
    • 이더리움
    • 5,283,000
    • +2.56%
    • 비트코인 캐시
    • 675,000
    • -2.53%
    • 리플
    • 724
    • -0.69%
    • 솔라나
    • 238,900
    • -3%
    • 에이다
    • 641
    • -3.46%
    • 이오스
    • 1,135
    • -2.74%
    • 트론
    • 160
    • -3.61%
    • 스텔라루멘
    • 149
    • -2.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88,350
    • -2.54%
    • 체인링크
    • 22,240
    • -1.29%
    • 샌드박스
    • 604
    • -4.1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