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부채 늪에 빠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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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주모(여·55)씨는 2년 전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돼 금융기관 대출이 어렵게 되자 사채업자로부터 1000만원을 빌렸다.

연이율 200~250%에 달하는 초고금리였지만 자신의 백내장 수술과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수술 이후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경제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수천만 원의 빚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유모(남ㆍ26)씨는 지난 해 초 학자금마련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2금융권에서 3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이율은 연 6%를 훌쩍 넘었지만 부모 동의서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대출이 가능하다는 주변인들의 정보를 듣고 곧바로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대출의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 때 내지 못하면서 이제는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유씨는 “주변인들의 70% 이상이 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처음에는 빚에 대한 두려움을 몰랐는데 막상 사회생활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 취업을 하려면 2~3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이 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영식(54.남) 씨는 빚더미로 산 집이 매매가 안되면서 이제는 회사도 그만둬야할 위기에 놓였다.

그는 7년 전 평생 샐러리맨 하는 것보다 빚을 얹어 집 사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생애 처음으로 은행 대출을 통해 83㎡ 제곱미터(구 25평) 아파트를 구입한 것.

이후 자산을 더 늘리는 방법은 조금씩 평수를 넓혀야 한다는 정보를 듣고 2년 전 살던 집을 되팔고 또 다시 109㎡(구 33평)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김 씨는 당연히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해 별다른 부담 없이 중도금과 관리비 등을 모두 은행 빚으로 해결했다. 특히 매달 받은 급여는 은행 이자를 갚거나 가족들과 외식하는 데 소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집값은 급격히 하락했고 설상가상으로 김 씨는 회사에서 지방발령이 나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 씨는 “가뜩이나 집이 안 팔리는데 거주하고 있는 집의 중도금을 치르는 집은 더 힘든 상황”이라며 “아직 은행에 2억원이 넘는 대출이 남아있는데 회사도 그만둬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 부채가 가파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549조7000억원에 달한다.

또 카드론 등 다른 부채까지 합한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854조8000억원을 기록 중이며 이를 1인당으로 환산하면 평균 국민총소득의 80%, 가처분소득의 150%에 달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위기 도화선이 된 미국보다 나쁜 수치다

여기에 미등록된 사채시장까지 합친다면 규모는 9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국내 사금융 시장 규모는 약 16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일수와 불법 사채 등 금융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부채까지 합친다면 부채 규모는 천문학 적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정부ㆍ공기업과 공정금융기관을 보면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반 정부ㆍ공기업 부채가 600조 원을 넘어섰고 공정금융기관이 부채까지 합한 공적영역 부채는 700조 원에 이른다. 이를 우리나라 국민 1인당을 환산하면 단순히 정부가 계산한 나라 빚(722만원)의 두 배가 넘는 1500만원에 근접한 규모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2위를 차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집단의 부채비율은 무려 50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재무건전성 상태가 최악인 것으로 조사됐다.

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LH공사집단의 자산 규모는 총 130조3380억원으로 전체 53개 기업집단 중 2위지만 자본총액이 20조8430억원인데 반해 부채총액이 109조4940억원에 달한다.

이는 자산총액 1위인 삼성기업집단의 부채비율 54.56%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높으며, 같은 공기업이면서 자산총액 3위인 한국전력공사의 80.52%보다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또 워크아웃 신청 등으로 그룹이 총체적 위기에 놓인 자산총액 12위의 금호아시아나(부채비율 405.67%)보다도 100%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LH공사는 사채 발행을 통해 6월 말까지 국세청에 240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재무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부채비율(159.9%)도 민간기업(101.9%)보다 약 60%p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투입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건전한 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통계 수치로만 보면, “아직 괜찮다”는 정부 주장도 틀리지 않다. 올해 예상되는 국가채무는 407조2000억원, 국내총생산(GDP)의 36.1% 규모다.

일본(227%) 그리스(125%) 이탈리아(120%)는 물론 미국(94%) 영국(82%) 등과 비교해도 여전히 양호한 편이다.

작년 재정적자도 51조원으로 GDP의 5%에 달했지만, 이 역시 선진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가파른 증가 속도다. 국가채무는 2004년 203조원에서 2008년 309조원, 2009년 366조원, 2010년 407조원으로 상승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추세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2년(18.5%)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 예상대로 2013년께 균형 재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재정 지출이 늘면서 2050년 적자가 GDP의 10%에 이르고 국가채무는 GDP의 91%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부채규모가 크다고 하기에는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선진국과 비교하면 평균 수준”이라면서도 “개인부채와 공기업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정부차원에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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