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귀환…순환출자 해소 등 전환 '주목'

입력 2010-01-11 10:30 수정 2010-01-1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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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전용기를 타고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2010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2008년 4월 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지 1년8개월만이고, 지난해 말 사면복권 이후 첫 공식 해외 출장이다.

삼성측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자격으로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것”이라고 출국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첫 출장지가 최지성 사장, 이재용 부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위 임원들이 총출동한 ‘2010 CES’인 까닭에 자연스럽게 경영일선 복귀를 위한 수순이 시작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최지성 사장도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시사했다. 최 사장은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기자들에게 “앞으로(이 전 회장을) 우리가 모시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과거회귀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명예회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간의 문제이지만 이 전 회장의 행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가속할 ‘결정자’가 공식적으로 귀환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 삼성,순환출자 해소 시동 거나

이 전 회장과 직계가족들은 전체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의 5% 미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전 회장과 직계가족들이 약소한 지분으로 6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20%의 이상의 지분을 상호 보유의 형태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삼성에버랜드를 주축으로 한 ‘순환출자방식’을 통한 지배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전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을 20.76%를 갖고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10%를, 이부진 삼성에버랜드·호텔신라 전무도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를 보유하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의 삼성에버랜드 지분확보율은 8.37%이다(그림 참조).

이처럼 이 전 회장 자녀들은 비상장기업인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이고, 삼성에버랜드 역시 비상장기업인 삼성생명을 지배하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이 같은 삼성그룹의 소유와 지배구조는 취약한 편이라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맞물려 있는 주요 계열사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외부세력에 의해 끊길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의 콘트롤 타워 기능에 혼선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적은 지분으로 삼성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자체도 ‘도마’에 올라있다.

외국 자산운용사의 한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의 과반수 이상은 외국인 주주가 소유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아직도 가족기업과 같이 운용되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하나의 사례이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들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전환을 거론한다. 물론 순환출자 해소가 전제 과제이다. 이미 삼성은 지난 2008년 4월 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순환출자 해소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신년 초부터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매각, 즉 삼성카드의 계열분리 루머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가능성이 나왔다. 이 전 회장의 사면 복권과 이에 앞선 이재용 전무의 부사장 승진으로 삼성의 후계 작업이 윤곽을 드러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삼성카드가 계열 분리되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는 일단 해소될 전망이다.

반론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했을 경우 대기업진단이 과연 해외 자본에 의한 적대적 M&A의 위협을 견딜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이 전 회장 카리스마 공백, 이재용 메울 수 있을까

장세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나타나는 특징은 강력한 오너에 의한 통제”라고 표현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기 직전까지 이 전 회장의 의사결정에는 모든 조직이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경쟁사인 소니의 한 중역은 “이건희 회장이 한마디 하면, 그것은 하늘에서 들려오는 신의 목소리와 같다. 모든 사람이 경청을 하며 아무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강력한 오너인 이건희 회장의 존재는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강력한 오너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한다. 고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전 회장이 ‘현명한 황제’의 역할을 했지만 언제까지 그런 역할이 계속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또 이건희 전 회장과 같은 카리스마를 이재용 부사장이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장 교수는 “점차 한국의 지배구조에서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서구식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가 작동될 때 과연 이건희 전 회장처럼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오너의 통제를 대신할 만한 전문경영인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금까지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오너들의 통제를 대체할만한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최고경영자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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