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남아 있지만, 지난주 급락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반등을 시도할 전망이다. 코스피 지수가 과거 금융위기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하락한 만큼 추가 급락보다는 낙폭 회복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코스피는 미국 블루웨이브발 AI 불확실성 여진,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주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 발언, 코어위브·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등 미국 AI주 실적, 국내 주요 기업 실적 등을 소화하면서 지난주 폭락분을 만회해 나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간 코스피 예상 범위는 4800~5350으로 제시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이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급락했다. 코스피 지수는 한 주간 11.71%, 코스닥 지수는 11.06% 하락했다. 주 초반에는 10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59.4% 증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코스피 지수가 2% 넘게 반등했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주 약세와 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재부각된 데 이어 중간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민주당의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사용 규제 강화 가능성이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로 이어졌고 외국인 매도세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5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6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장 초반 8% 넘게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 지수는 6일 5.98% 내린 5059.69에 마감했다.
다만 미국 증시에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세가 유입됐다. 6일 마이크론은 5.1%, AMD는 11.0%, 엔비디아는 2.8% 상승했다. 네오클라우드 업체 아이렌도 실적 호조로 20.0%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2%, 나스닥지수는 1.1% 올랐다. 한 연구원은 “이번 주에도 민주당의 데이터센터 규제발 패닉의 여진이 잔존하겠지만, 주가상으로는 추가 급락보다 반등의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는 6월 22일 고점 대비 약 44.5% 하락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3년 7개월에 걸쳐 75.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12개월에 걸쳐 54.5% 하락했다. 이를 기간 대비 평균 하락 강도로 환산하면 올해 조정 속도는 외환위기의 약 5.6배, 금융위기의 약 2.2배에 달한다. 한 연구원은 “과거 대형 위기급 조정을 역대급 빠른 속도로 겪은 만큼 낙폭과대 인식에 기반한 저가매수 수요가 높아졌다”며 “매크로와 AI 측면에서 신규 악재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지난주와 같은 연쇄 폭락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주 매크로 측면에서는 미국 10월 CPI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은 이미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전망을 상당 부분 반영했지만, 10월 고용 호조 이후 미국 시장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 연구원은 “10월 중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CPI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높아졌다”며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기만 해도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의 확산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반등 강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특히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를 촉발한 코어위브 실적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코어위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100bp를 돌파했고 회사채 수익률도 15~16%까지 상승했다. 한 연구원은 “코어위브 실적에서는 수주잔고의 매출 전환 속도와 연간 설비투자(CAPEX) 변화, 잉여현금흐름(FCF) 개선 여부 등이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실적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증설과 공정 전환을 위한 장비 수요, 메모리 설비투자 전망이 중요하다. 관련 수주와 고객사 투자계획이 견조하게 확인된다면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이익 둔화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진입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5배로 2025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연중 고점인 2.01배에서 단기간에 50% 이상 하락한 것이다. 한 연구원은 “지난주 후반 패닉 장세의 여진 속 주요 이벤트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은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현재 지수대에서는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거나 낙폭 과대 업종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에 나서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낙폭 과대 업종으로는 5~6일 2거래일 동안 IT하드웨어가 21.5%, 기계가 16.6%, 반도체가 16.1% 하락한 점을 제시했다. 이들 업종은 급락에 따른 주가 회복 여력이 상대적으로 커진 만큼 반등 국면에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