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으로 민생·미래 다 지킨다는 추미애…'뺄셈 명단'은 아직

입력 2026-11-0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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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재원 예년 40%대·빚 다 내도 1조 부족…장애인 일자리 첫 시험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3일 필수 민생 최우선, 지출구조 개선, 미래 투자 지속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내년 손에 쥘 수 있는 재량 재원은 1조5000억원 안팎이다.

지방채를 한도까지 발행해도 예년보다 1조원가량 모자란다는 게 경기도 스스로의 계산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덜어낼지, 그 명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3일 경기도의회 제395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추 지사는 이날 주간회의에서 2027년도 가용재원 현황을 보고받고 필수 민생 최우선과 지출구조 개선을 지시했다.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3일 경기도의회 제395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추 지사는 이날 주간회의에서 2027년도 가용재원 현황을 보고받고 필수 민생 최우선과 지출구조 개선을 지시했다. (경기도)

3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지사는 이날 주간회의에서 하종목 경기도 행정1부지사로부터 2027년도 본예산 가용재원 현황을 보고받았다.

하 부지사는 “2027년 가용재원은 예년에 비해 40%대 수준으로 추가재원 확보를 위해 지방채 발행, 기금 예치금 활용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를 받은 추 지사는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필수 민생을 지키고, 미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4조·3조5000억→1조5000억…출발점은 달라도 반토막 아래

가용재원은 인건비와 법정·의무지출을 빼고 도가 정책사업에 나눠 쓸 수 있는 돈이다. 추 지사가 밝힌 숫자는 자리마다 출발점이 달랐다. 10월26일 페이스북에서는 올해 3조5000억원에서 내년 1조5000억원으로 약 2조원 줄어든다고 적었다. 10월30일 국회의원회관 지방세제개편 정책토론회에서는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약 4조원이던 가용재원이 내년 1조5000억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비교 기준에 따라 감소폭은 2조원에서 2조5000억원까지 벌어진다. 어느 쪽이든 쓸 수 있는 돈은 절반 아래로 줄어든다. 1조5000억원은 3조5000억원의 43%, 4조원의 38% 수준이다.

빚을 내도 메워지지 않는다. 홍은광 경기도 대변인은 10월 26일 서면 브리핑에서 "지방채를 한도까지 발행하고, 모든 채무성 재원을 끌어모아도 예년 대비 가용재원이 1조원가량 부족하다는 객관적 현실"이라고 밝혔다.

△ 지시는 셋, 숫자는 없었다

추 지사의 지시는 세 갈래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같은 필수 민생사업은 최우선으로 예산을 확보한다. 관행적 지출과 중복·비효율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AI·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교통·SOC 같은 핵심사업은 우선순위를 정해 투자를 이어간다.

지키겠다는 쪽은 분명했지만 덜어낼 쪽은 이름이 없었다. 이날 공개된 서면브리핑에는 지방채 발행 규모, 기금 활용액, 지출구조 개선으로 마련할 금액, 필수 민생사업에 배정할 예산이 담기지 않았다. 민생과 미래 투자를 함께 지키려면 나머지 사업에서 그만큼을 줄여야 하지만, 어떤 사업을 얼마나 줄일지는 본예산안이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 5465억 줄인 추경 3주 만에…다시 원점 재검토

허리띠는 이미 한 차례 졸랐다. 도는 8월 1355개 사업을 다시 들여다보며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담은 42조2420억원 규모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냈다. 추 지사는 당시 이번 추경과 내년 본예산에 자신의 공약을 위한 신규 사업을 넣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추경안은 진통 끝에 10월 12일 도의회를 통과했고, 도의회는 산후조리비·어린이집 보육 등 216억원을 되살렸다.

그 과정에서 도의회의 주문은 분명했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은 9월 1일 임시회 개회사에서 "재정이 어렵더라도 모든 사업을 같은 폭으로 줄여서는 안 된다"며 "사업별 삭감 이유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예산 삭감이 도민에게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추경 통과 3주 만에 내려진 '원점 재검토' 지시가 이 기준을 어떻게 채울지가 본예산 심사의 출발점이다.

△ '필수 민생' 첫 시험대…중증장애인 일자리 127억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경기지부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내년도 예산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경기지부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내년도 예산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추 지사가 '취약계층 보호 최우선'을 지시한 날, 도청 1층 로비에서는 그 취약계층이 예산을 요구했다.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경기지부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도의회 정례회 개회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장애인 노동자 880명의 고용 보장을 위해 내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을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중증장애인이 권익옹호와 문화예술 활동 등으로 임금을 받는 사업이다.

단체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2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예산 담당 부서 단계에서 빠져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 규모는 약 127억원이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노동자 880명과 전담인력의 고용이 끊길 수 있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단체는 근로계약 12개월 확대와 퇴직금 보장,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 고용 인원 축소 금지도 요구했다. 10월 27일에도 같은 곳에서 300여 명이 모여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도는 구조적 해법으로 세제 개편을 내세운다. 추 지사는 국회 토론회에서 지방소비세율을 25.3%에서 40.3%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법인세 세수의 5%를 광역지방정부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내년 본예산의 빈칸을 바로 채우기는 어렵다.

△ 남종섭 "숫자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11일 본예산 제출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3일 제395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이 3일 제395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도의회는 같은 날 제395회 정례회를 열고 45일간의 회기에 들어갔다. 남 의장은 개회사에서 "예산안의 숫자를 맞추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그 숫자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놓칠 수 있다"며 "재정을 다루는 데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그 판단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경기도의 재정적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추미애 도지사의 노력에는 의회도 뜻을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추 지사는 본회의에서 전날 도의회와 함께 연 여·야·정 협치위원회를 언급하며 "비 온 뒤 땅이 더 굳는 것처럼 집행부와 의회가 더 잘 소통하고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되도록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했다.

도는 11일 2027년도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낼 계획이다. 도의회는 6~19일 행정사무감사를 거쳐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16일까지 예산안을 심사한다. 추 지사는 주간회의에서 "민생을 지키는 일과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도정의 책무"라며 "모든 실국이 이러한 기조를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어려운 재정상황을 함께 극복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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