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거의 핵심 축 빌라 공급 위축…비아파트 시장 침체의 골 깊어진다 [공급 속도전의 병목③]

입력 2026-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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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월 비아파트 착공 10.1% 감소
전세사기 여파에 매매 수요 위축
정비사업 확대로 신축 부지도 부족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 빌라가 밀집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 빌라가 밀집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민 주거의 핵심 축인 연립·다세대주택(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은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매매 수요가 위축되고 임대보증금을 통한 자금 회수도 어려워진 데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공급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상태다.

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6년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비아파트 착공은 2만159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4025가구)보다 10.1% 감소했다. 9월 한 달간 착공 실적은 2198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2949가구)보다 25.5% 줄었다. 비아파트 인허가도 올해 1~9월 2만416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향후 공급으로 이어질 선행 지표까지 부진한 셈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최근 비아파트 공급은 뚜렷이 위축되고 있다"며 "2022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이후 브리지론·PF대출이 위축되고 경직적 건축규제가 겹치며 분양성이 저하돼 비아파트 중심의 민간 공급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아파트 공급이 회복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매매 수요 위축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빌라를 매입하면 언제 다시 팔릴지 알기 어렵다"며 "이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거나 신도시로 이주하려는 경우 기존 주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빌라가 팔리지 않으면 자금이 묶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수요 위축은 공급자의 사업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비아파트는 개인 건축주와 중소 시행·건설사가 주로 공급한다.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조달해 주택을 지은 뒤 매매대금이나 임대보증금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준공 이후 주택이 팔리지 않거나 임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다음 사업에 투입할 자금도 부족해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이후 빌라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며 "안 팔리면 전세로라도 돌려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워졌고, 월세를 받아서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주택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면 공급에 나설 수 있다"며 "그러나 준공 이후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가 상승하면 사업자의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사업성도 악화한다"며 "높아진 비용을 분양가격에 반영하면 수요자들의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매각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는 정비사업 확대가 비아파트 공급을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본지 자문위원)은 "서울에서는 모아타운과 신속통합기획 등 정비사업이 확대되는 점도 비아파트 공급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서울에서 정비사업 추진 지역이 많아지면서 소규모 비아파트를 신축할 수 있는 사업 부지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한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7월 20일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축매입임대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토지 확보 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로 높이고, 공정률에 따라 3개월 단위로 공사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서울시도 모아주택 초기사업비 융자 대상지 7곳을 선정해 총 8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초기 자금 지원만으로는 공급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업자가 주택을 준공한 이후 매각하거나 임대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여건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함 랩장은 "사업자가 비아파트를 신축한 이후 일반 분양이나 매각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LH나 지자체에 매각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면 사업 추진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매입은 사업자의 매각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민간사업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공공의 매입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비아파트 공급 위축의 근본 해법은 한시적 세제 특례의 반복적 연장이 아니라, 신축판매업자의 매도 경로인 다주택자-등록임대 순환 구조를 상시 제도로 회복하는 데 있다"고 했다. 비아파트를 공급하는 신축판매업자가 준공 이후 주택을 매각하고, 이를 매입한 임대사업자가 장기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은 "비아파트 공급 위축의 본질은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재고 순환의 제도적 통로가 막힌 데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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