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공사 43.7%⋯선별 수주 확산

"예전에는 수주 물량 확대가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손실 위험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집을 짓고 싶어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 확보가 절실한 건설사들이 정작 신규 수주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사비 상승에 미분양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 건설수주액은 15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했다. 공공수주는 5.9% 증가했지만 민간수주가 13.0% 줄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민간 주택 수주는 압구정4구역 등 대형 정비사업에 힘입어 전월 대비 13.7%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1.5% 줄어 회복세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감은 줄어드는 반면 공사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 2020년을 100으로 봤을 때 약 39% 높은 수준이다. 자재비와 인건비 등 원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수주하더라도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준공된 2492개 현장 가운데 공사 실행률이 100%를 초과한 적자공사 비중은 43.7%다. 조사 대상 10곳 중 4곳 이상에서 당초 실행예산보다 많은 비용이 투입된 셈이다. 건설업 매출액순이익률도 1.8%로 제조업(4.9%)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건설사들은 일감 확보하기보다 입지와 공사비, 분양 가능성 등을 따져 사업성이 확보되는 현장에 집중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올라도 입지 경쟁력이 높은 사업장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수주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전 같으면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을 핵심 정비사업장에서도 경쟁이 사라졌을 정도다. 일례로 서울 목동10·12단지와 성수2지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주요 사업장에서 특정 건설사만 단독 응찰하면서 경쟁입찰이 잇따라 무산됐다.
미분양 위험도 신규 사업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어떻게든 맞춰도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뚜렷하다보니 사업을 추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사업을 안하면 돈을 못버는데 그치지만 실패하면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택건설시장은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분양 리스크가 낮지만 높은 공사원가와 수주 경쟁으로 이익률 확보에 한계가 있고, 비수도권은 수익성이 양호하더라도 분양에 따른 자금 회수 불확실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적정 공사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용적률 인센티브와 기부채납 부담 완화, 인허가 기간 단축, 금융비용 절감 등을 통해 사업성을 개선하고 민간 공급의 수익구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