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폐업 신고 27% 급증⋯주택공급 속도전 속 시공사 확보 난항 우려 [공급 속도전의 병목①]

입력 2026-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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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월 3274건, 17년 만에 최대
광주·춘천 등 시공사 부도로 공사 중단
건산연 "준공까지 자금 공급 이어져야"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주택공급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현장에서는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 폐업 신고가 1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어난 데다 건설업계의 경영 여건도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워 시공사 확보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계획을 실제 착공과 준공으로 이어갈 기반이 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수도권에서 공공주택 6만2000가구를 포함해 26만8000가구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에서 발표한 10월 둘째 주까지의 착공 실적은 9만9000가구 이상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21만8000~23만5000가구 이상이 착공될 것으로 전망했다. 8·13 공급대책의 세부 과제 145건 가운데 48건도 완료했다.

하지만 실제 공사를 수행할 건설업계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9월 건설업 폐업 신고는 32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69건보다 705건(27.4%) 증가했다. 변경·정정·철회가 포함된 신고 건수로, 2009년 같은 기간 3340건 이후 17년 만에 가장 많다. 같은 기간 폐업 신고는 2020년 1855건에서 2021년 2019건, 2022년 2021건, 2023년 2597건, 2024년 261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2569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 다시 3000건을 넘어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시설에 공사 물량이 집중되는 반면 주택사업은 위축됐다"며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업체는 일감 확보가 어려워 경영난이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시공사 부도로 사업 추진에 차질을 겪는 곳도 나온다. 광주 광산구 신창유탑유블레스리버시티는 아파트 204가구와 연립주택 100가구 등 총 304가구 규모로, 기존 시공사인 유탑건설의 부도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잔여 공사비 약 390억원을 조건으로 승계 시공사를 모집했지만 8월 첫 입찰이 유찰돼 재모집에 나섰다. HUG 관계자는 "1차 입찰 유찰 이후 조건을 개선해 2차 모집을 진행했고, 현장설명회에는 건설사 몇 곳이 참석했다"며 "다른 업체가 진행하던 공사를 이어받는 만큼 건설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318가구 규모 민간임대아파트 '시온 숲속의 아침뷰'도 2024년 10월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됐다. 당초 2024년 6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공사 중단 이후 입주 지연과 임대보증금 반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67위이자 대구 '빅3' 건설사인 태왕이앤씨는 자금난으로 8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9월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태왕이앤씨는 대구 북구 관음동 '태왕아너스 프리미어' 등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분양과 공사대금 대신 받은 부동산 자산의 처분 지연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관련 피해를 줄이고 공사 현장의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가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더라도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이어지면 시공사를 확보하지 못해 공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이 어려워 어느 업체가 부도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특히 지방은 수도권보다 대체 시공사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공사 선정 난항은 서울에서도 발생했다. 강동구 둔촌2동 모아타운의 3개 구역은 시공사 선정 경쟁입찰이 모두 유찰돼 수의계약 절차로 전환했다. 이후 대우건설이 3개 구역을 묶어 시공권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둔촌2동 모아타운 3개 구역을 동시에 묶어 단독으로 수의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건설업체의 폐업·업종 전환 증가는 건설 생산망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장기적으로는 프로젝트 수행 능력 자체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경연 건산연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주택공급 관련 모든 참여 주체의 기능과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경색을 해소하고 민간의 공급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조속히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단순한 PF 보증 확대가 아니라 준공까지 필요한 자금이 중단 없이 공급되는 금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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