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이란에서 날아올 먹거리 공포

입력 2026-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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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제경제부장

전쟁은 언젠가 끝납니다. 다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휴전이나 종전 선언으로 아물지 않습니다. 파괴된 도시는 재건할 수 있고 끊어진 도로는 다시 연결하면 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상흔은 적잖은 피해로 되돌아올 겁니다.

전쟁은 물가를 끌어올립니다. 화폐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지요. 돈의 가치가 떨어지니 은행은 이자를 올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물가 상승이 멈춥니다. 떨어진 화폐 가치를 금리로 붙잡는 방식입니다.

경제학에서 교과서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선 쉽지 않습니다. 세계은행이 최근 내놓은 전망도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은행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작년보다 23%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가격은 32%, 식량 원자재는 약 10% 오를 것으로 전망 중이지요.

더 심각한 것은 충격의 지속성입니다. 세계은행은 내년 원자재 가격이 7% 하락하더라도 식량 가격은 다시 약 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식량 원자재 가격의 누적 상승률은 약 18%에 달합니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식탁 물가는 쉽게 제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는 것과 이미 높아진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이란전쟁이나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도 빚과 고물가, 복구 비용은 남고 여기에 식량위기까지 직면한 셈이지요. 한국도 앞으로 몇 년 경제적 부담이 이어져 밥값을 걱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쟁이 던진 경제적 충격은 도미노와 같습니다. 유전과 정유시설이 공격받으면 국제유가가 오릅니다. 유가 상승은 선박과 항공기의 연료비를 밀어 올리고 이는 곧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높아진 운송비는 고스란히 상품 가격에 반영되게 마련이지요.

비료와 농기계의 생산·운영비가 오르면 농산물 가격이 뒤따라 오릅니다. 전쟁터에서 시작된 충격이 지구 반대편 가정의 식탁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내년부터 밥값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르면 식량 대란이 내년 하반기에 시작돼 2~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기후변화까지 가세하니 식량은 더 모자랄 상황입니다. 세계은행은 엘니뇨에 따른 작황 악화와 흑해 곡물 운송 차질이 겹치면 식량 가격이 기본 전망보다 12%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쟁과 기후위기가 동시에 세계의 먹거리 공급망을 흔들고 있는 셈인데요.

이렇게 물가, 그것도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쉽게 금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통화를 풀어야 하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긴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동시에 위축됩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된 충격이 금융비용 증가와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세계가 준비해야 할 것은 전쟁 이후의 경제입니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 식량안보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전략이 됐습니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국가일수록 무차별적인 보조금보다 취약계층에 집중하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도 단기적인 유가 안정 대책을 넘어 외부 충격을 견딜 산업과 에너지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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