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순방외교 놓고 여야 충돌…與 “국익 외교” 野 “혈세 낭비”

입력 2026-11-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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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경제협력 성과 폄훼는 자해 정치”…정부도 이례적 공개 반박
국힘 “성과로 증명해야”…정상외교 예산 증액 놓고 예산정국 공방 예고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6.10.29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6.10.29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협력 확대 등 순방 성과를 강조하며 국민의힘의 공세를 ‘자해 정치’로 규정한 반면 국민의힘은 순방 횟수와 비용, 외교 성과를 문제 삼으며 ‘혈세 낭비’라고 맞섰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순방 외교 논란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김승수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민생은 무너지는데 대통령은 벌써 14차례, 23개 국가를 순방했다”며 “6일 중 하루는 외국에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다. 김혜경 여사의 순방 동행 일정도 문제 삼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튿날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참석해야 할 다자회의가 늘었다고 반박했다. 김 여사의 동행을 두고도 “정상외교는 관행적으로 다 영부인을 수반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까지 직접 반박에 나서면서 공방은 한층 거세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엑스(X·옛 트위터)에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사람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니 이해해달라”고 적었다.

이어 “높은 강도의 사전 준비, 장시간 비행과 한나절도 빼지 않는 빽빽한 공식 업무 일정, 높은 업무 강도로 수시로 링거 주사를 맞으며 코피가 터지는 해외 순방”이라며 국민의힘의 비판을 맞받았다.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에 가세했다.

외교부는 “일부 친교·문화교류 장면만을 부각해 순방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어렵게 일군 ‘K-컬처’의 가치와 성과에 대해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계신 데 대해 문화정책의 주무 장관으로서 깊은 안타까움과 당혹스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민주당은 정상외교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이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상대국의 환대와 높아진 우리 문화산업의 위상을 ‘놀러 간 순방’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외교에 대한 무지이자 국익을 해치는 자해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한미 상호관세 협상과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 측 지지 확보 등을 외교 성과로 꼽았다. 그러면서 “경상수지 세계 2위, 중소기업 수출 역대 최고라는 성적표도 이재명 정부의 발로 뛴 외교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와도 비교했다. 그는 전임 정부의 순방 외교를 “국민의 세금으로 국격을 깎아 먹는 망신 외교”라고 평가하며 “윤석열 시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수출 강국으로의 도약과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확대를 위해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초당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국익의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합의와 필리핀과의 방산·핵심광물 분야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거론하며 “외교 성과를 평가하고 후속 이행을 점검해도 모자랄 판에 흠집 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순방 횟수 자체보다 실질적인 외교 성과가 문제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감정적인 기 싸움이나 벌이면서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며 대남 도발을 일삼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는 항의 한 번 못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외교의 처참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 우리 외교가 제대로 되고 있느냐”며 “직전 여당 대표와 국회 국방위원장마저 미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서 애먹는 상황이 정상적인 한미관계의 모습이냐”고 반문했다.

김 여사의 순방 일정도 재차 문제 삼았다. 정 원내대표는 김 여사의 단독 일정이 이례적으로 많고 수행 업체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부부 순방 외교의 목적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전임 정권 탓, 전임 정권과의 비교는 그만하고 성과로 증명하길 바란다”고 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상외교 예산을 꺼내 들었다. 최 수석대변인은 “전 정부가 정상외교 본예산 약 249억원에 예비비 약 329억원을 편성하자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기네스북감 혈세 낭비’라고 몰아세웠다”며 “야당 때는 ‘혈세 낭비’였던 순방이 집권하니 ‘링거 투혼’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정상외교 예산은 두 배 넘게 늘리면서 북핵 공조와 대미 전략협력 관련 사업 예산은 각각 20%가량 깎았다”며 “비행기 타는 돈은 늘리고 비핵화와 한미 공조에 쓰는 돈은 깎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순방 외교를 둘러싼 공방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면서 정상외교 관련 예산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대대적인 삭감 심사를 예고한 만큼 정상외교 예산의 적정성과 외교 성과가 예산정국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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