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기원이 쓴대로 與의원이 대표발의한 ‘바둑특혜법’[국비로 놓은 돌]

입력 2026-11-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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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홍철, 바둑법개정안 발의…지원대상·범위 대폭 확대
한국기원 이사회 문건엔 "본원 전달 개정안 모두 반영"

▲의정부 바둑전용경기장 조감도. 당초 한국기원 본원 이전을 전제로 추진됐다. (사진제공=의정부시)
▲의정부 바둑전용경기장 조감도. 당초 한국기원 본원 이전을 전제로 추진됐다. (사진제공=의정부시)

9월 발의된 바둑진흥법 개정안에 한국기원의 초안이 사실상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초안을 토대로 대표발의했고 한국기원은 내부 문건에서 "모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에는 바둑 후원기업 세 감면, 바둑분야 사업자까지 국비보조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전방위 지원 근거가 담겼다. 현행법 하에서 300억원 규모의 바둑예산이 투입되고도 성과관리 체계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업계 요구를 고스란히 받아준 셈이다.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제2차 한국기원 이사회' 문건에 따르면 한국기원은 올해 초 바둑진흥법 개정안 초안 3개를 마련한 뒤 국회기우회장인 민 의원을 만나 초안을 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 의원은 9월 바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11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 문건에는 '본원이 전달한 개정안 내용이 전반적으로 모두 반영됨'이라고 명시됐다.

민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기원이 '바둑을 더 진흥하고 당시 기본법보단 더 보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발의해줬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보면 우선 바둑분야 사업자까지 국비 지원 대상으로 확대하는 근거가 신설됐다. 구체적으로 문체부 장관이 공공기관·바둑단체, 그 외 바둑분야 사업자가 바둑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경우 경비 전부·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바둑대회 후원 기업·개인에 대한 조세 감면 근거도 담겼다. 세 감면을 촉매로 민간 기전 유치에 탄력을 받겠다는 것이다. 또한 문체부 장관이 초·중·고, 대학 등을 바둑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의 필요한 경비를 최대 전액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관련 비용추계서에서 "현시점에서 지원 대상·규모 및 조세수입 감소 규모 등을 추정할 수 없다"고 했다.

개정안에는 바둑경기장 운영을 바둑단체에 위탁하고 그 비용을 국가·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 이달 준공된 의정부 바둑전용경기장을 겨냥한 조항이다. 총사업비 411억원 규모의 의정부 바둑경기장은 당초 한국기원 이전을 전제로 2020년 추진됐는데, 한국기원은 올해 의정부시에 "재정여건과 운영상 한계로 본원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국기원은 내부적으로 이미 서울 잔류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전임 시장 시절 의정부시는 관련 상호이행각서에서 한국기원에 바둑경기장 사용료 면제 등의 조항을 담아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다. 이후 시는 올해 공유재산법상 위탁기관 사용료 면제가 어렵다며 6억원의 연간 임대료를 한국기원에 요구해 이러한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시는 문체부에 바둑경기장 매입 또는 운영비 지원 확대를 건의하기로 했다. 양측의 잡음으로 결국 '붕 떠버린' 바둑경기장 운영비를 중앙정부가 대줄 근거를 개정안에 담은 것이다.

개정안에는 '바둑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국비 7000만원이 투입된 2024년 대한바둑협회(대바협) 발표 조사를 기준으로 5년간 3억5000만원이 관련 비용으로 추계됐다. 한 업체가 대바협 의뢰를 받아 진행했던 2024년 조사는 표본 1576명을 대상으로 "바둑을 둘 줄 안다"는 취지로 답한 315명(20.0%)을 바둑인구로 분류, 당시 18세 이상 총인구(4425만명)에 대입해 884만명으로 환산한 조사다.

해당 조사는 같은 기준으로 청년층(18~29세) 바둑인구 비중을 130만명(14.7%)으로 환산하기도 했다. 응답자 수만 보면 표본이 46명에 불과해 정책 성과지표로 내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1차 바둑진흥기본계획(2022~2026)에는 9% 수준인 20·30 청년층 바둑인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진흥법에 따라 지급된 예산이 바둑인구 증가에 어떤 효과를 냈느냐'는 윤 의원실 질의에 "2024년 청년층 인구는 14.7% 수준"이라며 46명이 응답한 해당 자료를 인용했다.

특히 기본계획상 30대까지 포함하면 2024년 실태조사 기준으로 20·30 바둑인구는 무려 229만명(25.9%)에 달한다. 해당 조사상 30대 바둑인구라고 답한 응답자 수는 36명이다.

이러한 '과대포장' 실태조사를 정부 지원으로 매년 실시하겠다는 것이 바둑계 구상이고, 민 의원을 통해 법안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한 중견 프로기사는 통화에서 "바둑인구 884만명은 우리도 신뢰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바협은 "다음 실태조사에서는 바둑인구 통계를 새로 정립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문체부 관계자는 본지에 "매년 바둑 실태조사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개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문체부 장관 소속 바둑진흥자문위원회 신설, 문체부 장관 명의 바둑유공 포상 신설, 문체부 장관의 바둑대회 육성·지원 근거, 국가의 기보저작권 보호 조항 등이 개정안에 두루 담겼다.

바둑진흥법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20대 국회 금배지를 단 조훈현 9단이 대표발의해 2018년 제정된 후 2019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33억원 규모의 예산을 한국기원과 대바협에 지원하게 한 근거가 된 법이다. 바둑도 씨름진흥법, 전통무예진흥법 등 개별법을 토대로 정부 지원을 받는 '특혜 종목'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다만 정부의 바둑예산 집행이 그간 뚜렷한 원칙과 기준 없이 두 바둑기관에 사실상 양분된 데다 성과평가 체계 미흡, 일부 쓰임새 등의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지원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업계발 개정안 초안이 걸러지지 않고 국회에 직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체부는 향후 바둑예산 집행 기준을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민 의원은 "기원의 요구가 많아 법안 심의 과정에서 빠질 것들은 빠질 것"이라며 "당연히 예산 낭비는 방지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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