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기본법·인프라 먼저" 윤상현 "준비 미흡"
"유예 반복은 조세 신뢰 훼손" 시행론도 맞서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의 추가 유예 여부가 11월 국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2주 안에 쟁점 검토를 마치고, 유예로 결론 낼 경우 11월 말까지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당내에서는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의견이 교차하는 한편, 업계는 과세 기반 미비를 들어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30일 당 정책위원회·재경위원·가상자산사업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예 여부는 1~2주 안에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재경위 조세소위원회가 가동되는 만큼 유예로 가닥을 잡으면 11월 말 법안 처리에 맞춰 그 전에 쟁점 검토를 끝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을 팔거나 빌려줘 번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제도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뒤 세 차례 시행이 미뤄졌다. 다시 유예하려면 또 소득세법을 고쳐야 해 결론은 정기국회 세법 심사, 12월 초 예산안 처리 일정과 맞물려 돌아가게 됐다.
민주당은 과세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두나무 등 5대 거래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시장과 투자자 모두에게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당의 입장을 조속히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 시장이 개인 투자자 중심인 반면 미국은 법인 참여와 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하다는 환경 차이를 들어 유예를 요청했다.
여야 의원들이 같은 날 각각 연 토론회에서도 제도 정비가 먼저라는 유예론에 무게가 실렸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민병덕 의원은 국회에서 연 ‘2027 가상자산 과세 유예, 시행시기는?’ 토론회에서 "최소한 시장의 기본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고, 과세에 필요한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진 뒤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올해 손실을 이듬해 이익과 상계해 주는 손실 이월공제가 없는 점을 들어 "이익에 세금을 매기려면 손실도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과세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국민의힘에서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청년 투자자들과 연 토론회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은 당연하다"면서도 "세 차례 유예됐지만 시장의 복잡성과 특수성으로 여전히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예정대로 걷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민병덕 의원 주최 토론회에 나온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다른 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으니 가상자산에도 과세하지 말자는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는 논의"라며 "여러 의견이 충돌할 때는 조세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두 차례 유예 끝에 폐지된 전철을 가상자산 과세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변혜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행 과세 제도가 완벽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률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행을 미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도를 시행하면서 법률 해석과 불복 절차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