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소각장 폐쇄는 결정했지만…시장의 ‘생곡과 별개’ 설명, 해법은 있나

입력 2026-10-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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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된 노후시설 폐쇄 결정…신규 소각시설 확충과는 선 그어
2033년 안정적 처리체계 약속했지만 대체 처리용량·경로는 여전히 과제
생곡소각장 논란과 분리할수록 커지는 질문…“명지 폐쇄 이후 쓰레기는 어디로”

▲전재수 부산시장이 명지소각장 폐쇄에 대해 기자회견을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전재수 부산시장이 명지소각장 폐쇄에 대해 기자회견을하고 있다. (서영인기자 @hihiro)

부산시가 강서구 명지자원에너지센터(명지소각장) 폐쇄를 결정했다. 2003년 가동 이후 23년 만이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시설 노후도와 안전성을 폐쇄 이유로 내세우면서 신규 소각시설 확충과는 별개로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산의 폐기물 처리 현실에서 명지소각장 폐쇄와 신규 소각시설 문제를 완전히 분리해 설명하기는 어렵다. 명지소각장이 처리해온 생활폐기물은 폐쇄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폐쇄 결정은 또 다른 지역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전 시장은 30일 브리핑에서 “시설의 노후화와 안전성, 향후 운영의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규모 보수까지 시행하면서 계속 가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는 기술진단 최종보고서와 지난 28일 박상준 강서구청장의 공식 폐쇄 요청이 반영됐다. 기술진단에서는 노후시설의 폐쇄 필요성이 제시됐지만, 대규모 보수를 통한 수명 연장 방안도 검토 대상이었다. 보고서와 실무진은 신규 소각시설 확충과 연계한 폐쇄가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시장은 이와 관련해 신규 소각시설 확충과 별개로 명지소각장 자체의 노후도와 안전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폐쇄 판단의 근거를 시설 자체의 문제로 한정한 것이다.

하지만 행정적 판단과 폐기물 처리체계는 다른 문제다. 명지소각장이 맡아온 처리 물량을 대체할 시설과 처리 경로가 마련돼야 폐쇄가 가능하다. 대체 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폐쇄를 먼저 결정했다면, 그 부담은 결국 다른 소각시설이나 지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제시한 목표는 2033년까지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도 차질 없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브리핑에서는 명지소각장 폐쇄 시점과 폐쇄 이후 처리 물량의 배분, 대체 처리시설 확보 방안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생곡소각장 건립 문제와의 관계도 명확히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부산시는 생곡소각장 건립을 둘러싼 에코델타시티 주민들의 우려에 공감하고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명지소각장 폐쇄는 신규 시설 확충과 무관한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두 사안을 별개로 설명한다고 해서 정책적 연관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명지소각장 폐쇄로 줄어드는 처리용량을 어떤 시설이 대체할 것인지, 생곡소각장 계획이 그 대안에 포함되는지, 포함된다면 주민 수용성과 입지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

전 시장은 부산의 폐기물 문제를 특정 지역에 맡겨둘 수 없다며 16개 구·군이 참여하는 공동대응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폐기물 처리 부담을 부산 전체가 나눠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공동대응이라는 선언만으로 지역별 부담의 형평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시설별 처리용량과 구·군별 배출량, 운반 거리와 비용, 주민 수용성 등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분담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명지와 생곡 모두 강서구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강서구 주민들이 느끼는 부담을 가볍게 볼 수 없다. 부산 전체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이 특정 지역에 시설과 부담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공동대응의 취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 시장은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공식적인 절차나 검토 없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시민의 건강과 환경, 세금과 시간을 정치적 논란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부산시가 보여줘야 할 것도 분명하다. 명지소각장 폐쇄의 근거뿐 아니라 폐쇄 이후의 처리 대안, 생곡소각장 건립과의 관계, 16개 구·군의 책임 분담을 하나의 계획으로 설명해야 한다. 시설의 노후도를 이유로 폐쇄를 결정했다면 그 이후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처리까지 책임지는 것이 행정의 몫이다.

명지소각장 폐쇄는 끝이 아니라 부산 폐기물 정책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생곡과 별개라는 설명만으로는 시민들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부산시가 내놓아야 할 것은 폐쇄 선언이 아니라 부산 전체의 쓰레기를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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