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두고 운 챙깁니다⋯잘파세대의 특별한 '행운 충전' 방법 [솔드아웃]

입력 2026-10-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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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기에는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운'에도 마음이 갑니다. 실력을 쌓는 데 쏟은 시간만큼 시험 당일에는 작은 행운까지 내 편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데요. 응원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비슷합니다. "잘 봐"라는 응원은 부담일까 싶고, "긴장하지 마"라는 말만으로는 어쩐지 부족한 느낌이죠.

이럴 때 건네기 좋은 게 바로 행운입니다. 주는 사람은 응원을 담고, 받는 사람은 든든한 기분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이 행운, 생김새부터 꽤 귀여워졌습니다. 가방에 달고 다니거나 지갑 한쪽에 넣어두기 좋고요. 친구에게 선물하려다 내 것까지 하나 고르게 되기도 합니다. 효험이 있는지는 몰라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면, 일단 제 몫은 하는 셈입니다.

행운을 챙기는 데 발품을 들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좋은 기운이 있다는 곳을 찾아가고, 시간이 없을 때는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며 잠시 마음을 다잡는데요. 간절한 마음에 작은 재미를 더한 잘파세대의 ‘행운 충전’. 수능을 앞둔 이들의 응원 풍경에도 이런 변화가 스며들고 있습니다.

▲(사진제공=투썸플레이스, 파리바게뜨)
▲(사진제공=투썸플레이스, 파리바게뜨)

가방엔 클로버, 프로필엔 부적…행운도 취향껏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는 이제 풀밭을 뒤지지 않아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생화를 코팅한 책갈피부터 뜨개 키링, 작은 클로버를 담은 투명 장식까지 형태도 다양한데요. 수능이나 시험을 앞둔 친구에게 건네는 응원 선물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방과 필통에 달거나 책 사이에 끼워두면 공부하다가도 한 번씩 눈길이 가는 물건이죠.

부적 역시 한층 친근한 모습입니다. 최고심처럼 귀여운 캐릭터와 긍정적인 문구를 결합한 부적이 대표적인데요.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에 응원을 담아 지니고 다니거나 친구에게 선물하는 식입니다. 반 배정을 앞둔 초등학생들이 원하는 친구와 같은 반이 되기를 바라는 부적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리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포착됩니다.

젊은 층의 관심은 조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4월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네잎클로버 키링이나 돌, 목걸이 등 '행운의 아이템'을 소지해 본 경험은 10대가 49.5%, 20대가 40.5%로 나타났는데요. 특정 부적이나 물건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비율도 각각 47%, 40%였습니다. 행운을 기대하는 마음이 손에 잡히는 작은 물건에 담기는 셈입니다.

유통업계도 이런 마음을 협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투썸플레이스는 30일 '행운의 가나디'를 주제로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는데요. 네잎클로버 등의 장식을 적용한 스퀴시부터 액션 볼펜, 인형 쿠션 담요, 케이크까지 총 7종으로 구성했습니다. 수험생을 비롯해 응원이 필요한 소비자를 겨냥한 기획으로, 모든 협업 제품에 60종 중 하나의 띠부씰을 무작위로 넣어 수집하는 재미도 더했습니다. 행운을 전하는 선물에 좋아하는 캐릭터를 모으는 즐거움을 함께 담은 거죠.

수능의 단골 선물인 찹쌀떡과 초콜릿에도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미피와 협업해 '미피 행운가득 찹쌀떡 세트'와 '미피 행운책가방 찹쌀떡 세트' 등을 선보입니다. '반짝! 소원의 별 미피 케이크'는 별똥별 장식을 미피가 들고 있는 별에 가져다 대면 별이 반짝이도록 만들었습니다. 합격을 기원하는 선물에 소원을 비는 작은 놀이까지 곁들인 겁니다.

뷰티업계에서는 부적을 협업 굿즈로 활용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는 다음 달 1일부터 일본에서 최고심 협업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최고심 캐릭터를 적용한 화장품 6종과 함께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부적 카드를 구매 혜택으로 마련했습니다. 일본 진출 15주년을 기념한 협업으로, 캐릭터의 응원 문구와 부적이 화장품의 소장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활용된 사례입니다.

이들 상품에서 행운은 선물을 고르는 이유이자 마음을 전하는 표현이 됩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고르고, 자주 사용할 물건에 응원의 의미를 더할 수 있는데요. '꼭 합격해'라는 말을 길게 적지 않아도 클로버 하나, 작은 부적 한 장이 그 마음을 대신 전해줍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장유진 기자 @yxxj)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장유진 기자 @yxxj)

절에서 템플스테이만? 불교용품점이 '굿즈숍'으로

행운을 담은 물건을 찾아가는 목적지에는 절이 빠질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울 강남구 봉은사, 종로구 조계사의 불교용품점이 대표적인데요. 최근 관심을 모은 제품은 버튼을 누르면 목탁 소리가 나는 '공덕 키링'입니다. 누를 때마다 공덕이 하나씩 쌓인다는 재미있는 해석이 붙으면서 SNS에서 입소문을 탔죠.

인기는 판매 현황에서도 드러납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조계사 불교용품점이 지난달 중순 처음 들여온 공덕 키링 약 500개는 하루 만에 동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봉은사에서도 같은 달 23일 재입고한 약 6000개가 당일 소진됐다고 합니다. 매장에는 품절과 재입고 일정 미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고, 제품을 찾는 문의도 이어졌습니다.

'합격 기원' 문구가 새겨진 염주 팔찌나 소원초, '소원성취·액운소멸' 문구를 담은 띠별 키링 앞도 붐비는 모습이었는데요. 귀여운 물건에 대한 관심과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모습이죠.

이런 흐름을 이해하려면 젊은 층이 불교문화를 접하는 방식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운영사무국에 따르면 올해 4월 2~5일 총 나흘간 열린 행사에는 약 25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관람객 가운데 2030세대가 73%, 무종교인이 48%를 차지했습니다. 신앙이 없어도 불교적 소재를 활용한 상품과 체험을 즐기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뜻입니다.

박람회에서도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공(空) 뽑기'와 '서원 공 체험', '스님과의 문답' 등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했는데요. 불교의 개념을 놀이와 대화로 접하도록 구성한 겁니다. 사찰 굿즈 역시 평소 쓰는 물건에 목탁과 염주 같은 익숙한 불교적 요소를 담아, 종교문화에 다가가는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물론 절을 찾는 이유가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합격을 기원하고, 누군가는 갖고 싶던 키링을 구하러 가죠.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히 머무는 시간 자체가 반가울 수도 있습니다. 수험생의 사찰 방문을 바라볼 때도 행운에 대한 기대와 굿즈를 고르는 재미, 마음을 가라앉히는 경험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데요. 손목에 찬 염주나 가방에 단 키링에는 그날 자신이 빌었던 소원과 잠시 쉬어 갔던 시간이 함께 남습니다.

▲온라인 절 '산사', 온라인 성당 '인피스'. (출처=산사, 인피스 사이트 캡처)
▲온라인 절 '산사', 온라인 성당 '인피스'. (출처=산사, 인피스 사이트 캡처)

스마트폰으로 염주 돌린다…'온라인 절' 가볼까

절에 갈 시간이 없다면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최근 X(옛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는 온라인 사찰 '산사'인데요. 사찰 풍경을 감상하며 염불을 듣고, 절을 하거나 염주를 돌리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개발자는 29일 본인의 SNS를 통해 "어디서든 편하게 절에 가고 싶어 만든 사이트"라며 하루에 약 10만 명이 접속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서버 안정화 및 기능 추가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앱 '석가머니-운 모으는 부처'는 이름부터 행운을 모으는 재미를 내세웁니다. 화면 속 목탁을 두드리고 염주를 굴리거나 걸음 수를 채우며 '운'을 얻는 방식인데요. 모은 운으로 부처 캐릭터를 꾸밀 수도 있습니다. 매일 5000보를 걸으면 보너스 운을 받는 '복주머니' 기회를 제공하는 등 걷기와 수집, 꾸미기를 연결했습니다.

염주도 자신의 취향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반려동물 사진을 염주알에 넣고, 재질과 소리를 선택하는 식인데요. 손가락으로 화면을 움직일 때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면서 나만의 염주를 굴릴 수 있습니다. 앱은 불안하고 초조할 때 염주를 돌리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목탁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종교 도구에 개인의 취향과 간단한 조작을 더한 모습이죠.

이런 콘텐츠는 행운을 바라는 마음과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부적을 고르고 소원을 비는 일에는 원하는 결과에 대한 기대가 담기지만, 목탁 소리를 듣거나 염주를 반복해 굴리는 과정에서는 당장의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을 수도 있겠죠.

수능을 앞두고 건네는 행운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작은 클로버가 정답을 알려주거나 목탁을 두드린 횟수가 점수를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선물을 보며 나를 응원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잠시 긴장을 풀 수 있다면 의미는 있겠죠.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귀여운 물건과 가벼운 행동에 담는 것. 잘파세대의 '행운 충전'에는 이렇게 응원을 전하고 받는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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