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8월 선언한 '재정 비상'의 근거를 숫자로 내놨다. 갚아야 할 원금은 7조415억 원이고, 2028년부터 3년 동안은 해마다 1조 원 넘게 상환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에 기댄 취득세는 4년 새 3조 원 넘게 줄었고, 쓰임새가 정해진 경상지출 비율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1위다.

3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이날 경기연구원과 함께 기획한 '경기 재정이슈 브리프' 제1호 '경기도는 왜 재정비상을 선언했나'를 공개했다. 이장욱 경기연구원 자치혁신연구실장이 작성한 5쪽 분량의 보고서다. 도는 세입·세출 구조와 가용재원 전망, 재원 확보 방안을 담은 브리프를 매주 한 편씩 모두 4차례 낼 계획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재정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도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재정위기 극복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도민께서 도의 재정 상황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브리프에 실린 채무상환 일정표(2026년 제1회 추경 기준)를 보면 상환 부담은 2028년부터 가팔라진다. 갚아야 할 원금 7조415억원 가운데 지방채는 1조9117억원이다. 나머지 5조1298억원(72.9%)은 지역개발기금(3조9462억원)과 통합계정(1조1836억원)에서 빌려 쓴 돈으로, 브리프는 이를 '내부거래'로 분류했다. 도 밖의 채권자에게 진 지방채와 회계상 성격은 다르지만, 일정표에 따라 재원을 마련해 기금에 되갚아야 한다.
연도별 상환액은 2027년 6186억원에서 2028년 1조3104억원으로 두 배를 웃돈다. 2029년 1조4258억원, 2030년 1조2469억원으로 3년 연속 1조원대다. 이 3년 동안 갚을 돈은 3조9831억원으로 전체의 56.6%에 이른다. 그 뒤 2031~2038년 8년간 상환액 2조4398억원보다 1조5433억원 많다.
빚을 당겨 쓰는 구조는 올해 예산에도 들어 있다. 제2회 추경 기준 경기도 총예산은 약 42조2000억 원이지만 자체 투자사업은 약 3조4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약 1조5000억 원(약 44%)은 지역개발기금과 지방채, 통합계정에서 채무를 당겨 마련했다. 일반회계 세출 37조6115억 원으로 넓혀봐도 도의 몫은 좁다. 국고보조사업 등(55.5%)과 법정경비(21.9%)가 4분의 3을 웃돌고, 도가 기획하는 자체사업은 10.5%인 4조원에 그친다.
세입부터 흔들렸다. 도세 결산액은 2021년 16조7987억원에서 2025년 15조3615억원(잠정)으로 1조4372억 원(8.6%) 줄었다. 감소분은 취득세에서 나왔다. 취득세는 같은 기간 10조9301억원에서 7조8473억원으로 3조828억원(28.2%) 빠졌다. 취득세를 뺀 도세가 1조6456억원 늘었지만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도세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5.1%에서 51.1%로 낮아졌다.
브리프는 도세의 절반이 부동산 거래에 연동되는데도 경기가 꺾일 때 받쳐 줄 완충장치가 없다고 짚었다. 경기도는 서울시, 화성시, 성남시와 함께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이고, 도 본청 세입에는 지방소득세 같은 소득 기반 세목이 없다.
지출은 갈수록 굳었다. 인건비와 운영비 같은 경상적 지출이 경상일반재원에서 차지하는 경상수지비율은 2021년 77.91%에서 2024년 86.09%로 8.18%포인트 올랐다. 행정안전부 재정분석에서 2024년 수치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높았다. 브리프는 기초연금·무상보육 같은 법정 복지지출 증가, 국고보조사업 매칭 분담, 노후 도로·공공시설 유지보수비 누적, 세입 정체를 원인으로 들었다.
2025년 경기도는 빚과 기금으로 버텼다. 세 차례에 걸쳐 지방채 9430억원을 발행했다. 20년 만의 발행으로, 한도 9460억원의 99.7%를 채웠다. 같은 해 5월에는 '경기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를 고쳐 기금 여유자금 예탁을 2025년 12월 31일까지로 제한한 부칙을 삭제했다. 이후 세 차례 추경을 거쳐 각종 기금 재원 약 5588억원을 통합계정을 통해 일반회계 등에 썼다. 그런데도 2026년 본예산에는 노인장기요양과 학교급식 등 일부 민생사업의 10~12월분 약 3000억원을 담지 못했다. 결산상 여유재원인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은 2022회계연도 6676억원에서 2024회계연도 364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앞으로 더 무거워질 짐은 복지다. 도 본예산에서 복지예산 비율은 2022년 41.8%(14조528억원)에서 2026년 49.0%(19조6007억원)로 올랐다. 도는 2031년 이 비율이 60.5%(30조19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보다 10조5913억원 많은 규모다.
추 지사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차년도 가용재원이 평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2025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2.55%로 재정위기 주의 기준인 25%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분모가 크기 때문에 채무가 아무리 늘어나도 예산 대비 채무 비율에서는 심각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맞섰다. 브리프도 경기도 재정 규모가 광역자치단체 중 2위 수준이어서 재정 여건이 양호할 것이라는 외부의 오해가 있다고 적었다. 도의 재정 비상은 지방재정법에 따른 행정안전부의 재정위기단체 지정과는 별개인 자체 선언이다.
올해 민생예산 공백은 추경으로 넘겼다. 도는 8월 19일 세출 5465억원을 구조조정하고 지방세 3000억원을 감액한 제2회 추경안을 내놨다. 도의회는 10월 12일 민생사업 예산 216억원을 되살린 수정안으로 이를 처리했다. 브리프는 당장의 공백은 메웠지만 '줄어든 취득세'와 '늘어나는 경직성 의무지출'이라는 구조는 그대로라고 진단했다. 해법으로는 세제 개편 등 세입 확보와 세출 구조조정, 재정 실태를 도민이 알기 쉽게 공개하는 일을 제시했다.
세제 개편 논의는 같은 날 국회로 향했다. 도는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 국회의원 12명이 공동주최하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지방세제 개편 정책토론회'를 마련했다. 추 지사가 제안한 3대 과제의 입법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과제는 △지방소비세율 25.3%에서 40.3%로 단계적 인상 △법인세 5% 광역지방세 이양 △연말 일몰 예정인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의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 전환이다. 발제는 김우성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한편, 브리프에는 '작성자의 의견으로서 경기연구원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도는 남은 세 차례 브리프에서 세입·세출 구조의 문제점을 깊이 분석하고 재정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