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땐 동반자, 회수할 땐 분쟁"…PEF 엑시트의 딜레마

입력 2026-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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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카운티 매각 놓고 MBK·골프존홀딩스 충돌
DICC·교보생명도 IPO 무산 이후 장기간 법적 분쟁
"소수지분 투자 회수시 분쟁 없는 경우 없을 정도"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기업 간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투자 유치 당시에는 기업가치 제고와 성장을 위해 손을 잡지만, 투자금 회수(엑시트) 단계에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특히, 기업공개(IPO)가 무산되거나 지연될 경우 투자 당시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이 분쟁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골프존홀딩스는 골프존카운티 매각을 놓고 대립 중이다. MBK는 지난달 27일 더시에나그룹·씨엘자산운용 컨소시엄과 골프존카운티 지분 100%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에서 평가된 골프존카운티의 기업가치는 약 1조8000억원이다.

MBK는 골프존카운티 지분 68.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31.6%는 골프존홀딩스가 보유 중이다. MBK는 2018년 투자 당시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골프존홀딩스 지분까지 함께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골프존홀딩스는 MBK의 매각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당초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와 경영권 보장을 전제로 투자를 유치했지만, MBK가 이를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골프존홀딩스는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MBK는 IPO가 무산될 경우 제3자에게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도록 양측이 사전에 합의했다고 반박했다. 골프존홀딩스에 우선 인수 기회도 제공했지만 구체적인 인수 제안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양측 모두 투자 당시 체결한 계약을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거래 종결까지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골프존카운티처럼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주주 간 갈등이 불거진 사례는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는 IPO 무산 이후 드래그얼롱 행사를 둘러싸고 장기간 법적 분쟁을 겪었다. 2011년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미래에셋자산운용, 하나금융투자 등으로 구성된 FI 컨소시엄은 DICC 지분 20%를 약 38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FI들은 일정 기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을 확보했다.

그러나, 중국 건설경기 악화로 IPO가 무산됐고, FI들이 추진한 지분 매각도 성사되지 못했다. FI들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 공방은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가 FI 보유 지분 20%를 305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FI들은 약 10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지분 매각대금은 최초 투자금에 미치지 못했다.

교보생명 역시 소수지분 투자 이후 회수 과정에서 갈등이 장기화한 사례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FI 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

하지만, IPO가 무산되면서 2018년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했고, 주식 가치 산정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제중재 절차까지 이어졌다. 이후 2025년 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7년 가까이 이어진 분쟁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다만, 당시 IMM PE와 EQT 등 다른 FI들의 회수 문제는 별도로 남아 있었다.

이처럼 PEF 운용사들이 투자 단계에서 확보한 회수 권리는 실제 행사 과정에서 기존 주주와 충돌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특히, 소수지분 투자는 경영권을 확보하는 바이아웃 투자와 달리 투자자가 IPO 추진 여부나 매각 시점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PEF 운용사는 통상 5~10년 안팎의 펀드 운용기간을 고려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야 하지만, 기존 주주는 기업의 장기 성장이나 경영권 유지에 무게를 둘 수 있다. IPO가 지연되거나 기업가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양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투자 당시 주주 간 계약에 풋옵션이나 드래그얼롱 등을 명시하더라도 실제 회수 과정에서는 계약의 해석과 행사 요건, 적정 기업가치 등을 둘러싼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소수지분으로 투자했다가 기존 주주와 갈등 없이 회수하는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IPO를 통한 회수를 약속받고 투자하더라도 실제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수 방식을 놓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지분 투자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향후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계약상 권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회수 단계에서 기존 주주와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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