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버스 노사가 총파업을 예고한 당일 새벽 시급 3.2% 인상에 합의하면서 버스 4130대가 첫차부터 정상 운행했다. 그러나 노사정이 약속한 ‘2026년 서울 버스 동일임금'은 약속의 해 마지막 교섭에서 추후 논의로 넘어갔고, 임금인상 소급분 지급은 해를 넘기게 됐다. 운영비의 70%를 시·군이 떠안는 공공관리제 구조에서 늘어난 인건비가 도와 시·군 재정에 얼마의 부담으로 돌아올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3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노총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과 사용자 측은 이날 오전 2시32분께 수원 영통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최종 조정회의에서 임금·단체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29일 오후 3시 시작된 협상은 사측 요청으로 조정 시한을 자정에서 오전 3시로 늘린 끝에 11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파업 대상이던 854개 노선 4130대가 정상 운행했고, 이 가운데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는 63개 노선 942대다.
합의안은 공공관리제와 민영제 노선의 시급을 각각 3.2% 올리고, 인상분은 소급해 2027년 2월 말 지급하는 내용이다. 주 2일 휴일을 연이어 주고 휴무 요일을 고정하며, 조합원 독감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연간 무사고자 유급 포상휴가는 노조 요구(5일)보다 짧은 3일로 정해졌다.
출발점과 도착점의 거리는 멀었다. 노조는 23일 찬반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9420명 가운데 9001명이 투표해 8792표(97.7%)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 요구는 공공관리제 21.56%, 민영제 30% 인상이었고, 사측은 경기도의 재정 악화를 이유로 민영제 임금 동결을 고수했다. 최종 인상률 3.2%는 공공관리제 기준으로 노조 요구치의 7분의 1 수준이다. 2025년 협상에서 공공관리제 노선 임금을 8.5% 올린 것과 비교해도 폭이 크게 줄었다.
가장 큰 쟁점은 결론 없이 넘어갔다. 경기도와 버스 노사는 2026년까지 경기 버스기사 임금을 서울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2023년 기준 서울과의 격차를 2024년부터 3년간 해마다 3분의 1씩 줄이는 방식이다. 약속한 마지막 해의 교섭에서 이 문제는 다시 '추후 논의'로 밀렸고, 격차를 언제, 어떤 기준으로 해소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약속도 코앞이다. 도와 노사는 2025년 협상에서 2027년 1월부터 민영제 노선도 준공영제와 같은 임금·근로체계로 전환하기로 3자 합의했다. 이번 교섭에서 사측이 민영제 임금 동결을 주장한 가운데, 그 시점까지는 두 달이 남았다.
돈 문제는 이제부터다. 공공관리제는 운송원가와 운송수입의 차이를 공공재정으로 메우는 방식으로, 재원은 도가 30%, 시·군이 70%를 나눠 낸다. 운전기사 임금이 오르면 운송원가가 함께 오르고, 원가와 수입의 차이를 메우는 구조에서는 재정지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3.2% 인상에 따른 추가 인건비 총액과 도·시군별 분담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시·군은 이미 분담 구조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고양시는 2월 25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정기회의에서 도비 분담률을 30%에서 50% 이상으로 높여달라고 건의했다. 공공관리제가 2027년 전면 시행되면 고양시 부담만 연간 약 8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이동환 고양시장은 "도 주도의 사업임에도 도비 보조율을 낮게 책정해 시군에 실질적인 운영비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도의 곳간도 넉넉하지 않다. 도는 8월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면서 올해 본예산에 공공관리제 10~12월 운영비 291억 원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른 소급분 지급은 내년 회계연도로 넘어가고, 2027년도 본예산안은 11월 도의회에 제출된다.
파업이 현실화했다면 비용은 하루 단위로 쌓일 뻔했다. 도는 29일 24시간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주요 거점 160곳에 전세·관용버스 200여대 투입을 준비했다. 전세버스 운영비는 하루 최대 2억4000만 원, 파업 철회 때 위약금은 최대 1억2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번 합의가 도내 모든 버스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도내 최대 운송업체인 KD운송그룹 계열사는 별도로 교섭하고 있어 이번 조정 대상에서 빠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서 "도민의 일상과 안전한 출퇴근길을 지키기 위해 파업 없이 합의라는 결단을 내려준 노사 양측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