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주민 86만 시대에 경기도 전담국 폐지…’포용 외치며 이주민 배제하나'

입력 2026-10-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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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년만에 존폐 기로…성과 발표하던 전 국장도 '반대'

외국인주민 86만명이 사는 경기도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 첫 이민정책 전담조직인 이민사회국이 출범 2년여 만에 폐지 기로에 섰다.

외국인 지원 현장 단체들은 경기도청 앞에서 "포용을 외치면서 이주민을 배제하는가"라며 조직 개편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1년 전 이민사회국의 성과를 직접 발표했던 전직 국장도 회견에 나와 반대 목소리를 보탰다.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 회원과 이주민들이 29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기도 이민사회국 폐지를 즉각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도청 인근 약 1.2㎞를 걸으며 조직개편안 철회를 요구했다.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 회원과 이주민들이 29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기도 이민사회국 폐지를 즉각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도청 인근 약 1.2㎞를 걸으며 조직개편안 철회를 요구했다.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

2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는 이날 오전 수원 광교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 조직개편 이민사회국 폐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사회국 해체는 이주민 권리 보호와 사회통합의 해체"라고 밝혔다. 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도청 인근 약 1.2㎞를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반대 입장을 알렸다.

도는 20일 본청 조직을 30실·국 151과에서 25실·국 141과로 줄이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21~26일 입법예고했다. 이 안에는 이민사회국을 없애고 관련 기능을 성평등가족국 등으로 옮기는 내용이 담겼다. 국 단위 전담조직이 과 단위로 내려앉는 구조다.

김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은 "이주민은 경기도의 공장에서 일하고 농촌에서 땀 흘리며 지역사회에서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는 주민"이라며 "이주민은 표가 없거나 적다는 이유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을 행정의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 공정이냐"고 되물었다.

도가 이민사회국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내세운 것은 불과 1년여 전이다. 도는 2025년 7월 출범 1주년을 맞아 '경기도 이민사회 종합계획(2025~2027)'에 4개 분야 33개 과제를 담았다고 밝혔다. 의정부에 문을 연 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는 인력을 7명에서 18명으로 늘리고 10개 언어 상담을 시작했다.

2025년 2월에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이주배경아동 2037명에게 취학 안내장을 보냈고, 지역특화 E-7 비자 쿼터는 전국 1210명의 52%인 630명을 확보했다. 당시 김원규 이민사회국장은 "이민사회국 출범 이후 도민과 이주민이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했다.

그 김 전 국장이 이날 회견장에 섰다. 그는 "행정 효율화를 내세우지만, 전담조직 폐지는 단순히 조직도에서 한 칸을 지우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능을 부서별로 흩어놓으면 총괄·조정의 중심은 약해지고 정책의 책임 주체는 흐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 칸막이를 줄인다면서 정작 이주민에게는 더 많은 문턱을 만드는 역설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책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8일 발표한 ‘2025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2025년 11월1일 기준 경기도 외국인주민은 85만9943명으로 1년 새 1만4869명 늘었다. 17개 시·도 가운데 규모와 증가폭 모두 가장 크다. 외국인주민이 많은 기초자치단체 1~4위도 안산(10만9544명), 화성(8만3657명), 시흥(7만9706명), 수원(7만4161명) 등 모두 경기도다.

이민사회국은 2024년 7월 출범했다. 한 달 앞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졌고, 희생자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였다.

우다야라이 이주노동자조합 위원장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이후 경기도에 이민사회국이 만들어져서 그나마 이주민, 이주노동자를 위한 행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며 "경기지사는 이주민과 이주노동자의 삶과 권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것이냐"고 했다.

현장 상담사의 호소도 이어졌다. 네팔 출신 산제이 구룽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이주민 상담사는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 일하다 다쳐 치료 방법을 몰라 걱정하는 분, 체류자격 문제로 불안해하는 분, 자녀 교육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며 충분한 인력과 예산, 행정적 권한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협의회는 추 지사의 노동 공약도 겨눴다. 협의회는 "추 지사의 노동권 강화 약속은 이주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이주민의 노동은 필요하지만 그 권리를 지킬 행정은 불필요하다는 식의 모순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민사회국 폐지와 성평등가족국 편입 방안 전면 재검토 △노동·체류·인권·의료·교육·가족지원을 잇는 도 차원의 통합 조정권 보장 △외국인복지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전문인력·예산 확대 △노동산업안전 행정과 이민행정의 상설 협력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도는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해 행정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개편 취지라는 입장이다. 추 지사는 27일 입법예고 기간에 나온 의견을 충실히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사회연대경제 추진 체계와 동물복지 정책기획 기능 강화를 주문하고, 필요하면 재입법예고까지 하라고 했다. 이 지시에서 이민사회국은 거론되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유관단체와의 면담을 통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라며 "제기된 의견을 충실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는 제기된 의견을 종합 검토한 뒤 도의회와 협의해 11월 정례회에 조직개편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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