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광장-임미화의 부동산, 가격 너머] 정비사업 늘수록 비싸지는 서울

입력 2026-10-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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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용 사라지고 고가 주택 들어서
지방선 정비구역 해제·노후화 가속
규제 풀어 다양한 가격대 짓게 해야

서울에 집이 더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빈 땅이 없는 서울에서 정비사업은 사실상 유일한 대량 공급 수단이고, 규제를 풀어 시장이 공급하게 하자는 방향도 옳다. 다만 공급을 말하기 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을 허물고, 무엇을 짓는가.

서울시가 공개한 정비사업 472곳의 계획을 보면 멸실 예정 주택은 약 35만9000가구, 신축은 48만5000가구다. 12만 가구 넘게 늘어나니 숫자로는 공급 확대가 맞다. 더 큰 문제는 구성이다. 사라지는 것은 다가구·다세대의 전월세이고, 생기는 것은 전용 59㎡도 평균 분양가가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다. 주택시장은 가격대별 하위시장의 합이다. 상층 공급이 늘어도 하층 재고가 줄면, 가구수는 늘어도 서민이 거주할 수 있는 집은 순감한다. ‘순증의 착시’이다.

저렴주택은 철거 이전에 이미 사라지고 있다. 서울 저층주거지 상당수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의 대상이나 후보가 되면서, 빌라는 사는 집이 아니라 미래 아파트의 입주권으로 거래된다. 올해 1~5월 서울 빌라값은 18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고, 정비 예정지에서는 대지지분 3.3㎡당 1억원이 기본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아파트만 묶자 수요가 빌라로 옮겨 간 풍선효과도 겹쳤다. 가격이 사용가치가 아닌 개발 기대를 반영하는 순간, 빌라는 포크레인이 오기 전에 서민 주거의 기능을 잃는다.

새 단지의 모습도 짚어야 한다.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을 넘는 시대에 수영장과 스카이라운지, 조식 서비스를 갖춘 ‘호텔형 단지’가 경쟁적으로 들어선다. 자산가치를 높이려는 조합의 선택 자체는 합리적이다. 문제는 그 비용이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분담금과 관리비 부담으로 이어져 원주민의 재정착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공공이 내준 용적률이 담장 안 전용 시설로 귀결되는 것도 문제이다. 용적률은 도시가 함께 쓸 공간을 내준 대가이다.

같은 모델이 서울 밖에서는 정반대로 실패한다. 수도권에서는 조합원 투자금과 시세 차이가 수천만원에 불과해 안전마진이 사라진 단지가 늘고, 시공사 입찰은 유찰을 거듭한다. 지방에서는 정비구역이 해제되고 노후주택이 그대로 남는다. 한국의 정비사업은 미래의 집값으로 오늘의 비용을 치르는 구조이다. 집값이 오르는 곳은 비싸지고, 오르지 않는 곳은 낡아 간다. 그런데도 제도 개편 논의는 서울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용적률 1.2배 완화와 임대비율 조정은 서울 사업장을 위한 처방이다. 지을 사람이 없는 지방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는 종이 위의 숫자이다.

처방은 공급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공급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을 낮춰도 용적률을 더 주면 임대주택의 절대 물량은 유지된다고 말한다. 비율이 아닌 절대량을 보자는 논리와 시세의 60~70%에 그치는 임대주택 인수가격을 현실화하자는 요구는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절대량이라는 잣대를 허물어지는 저렴주택에도 적용해야 한다. 정비계획 단계에서부터 사업으로 사라지는 저렴주택의 규모를 산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다만 그 빈자리를 공공임대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 전세사기 이후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이 정상화되도록 신축 규제와 금융을 풀어, 시장에서 다양한 가격대의 주택을 짓게 해야 한다. 아울러 용적률 인센티브는 단지 안 고급시설이 아니라 외부에 개방하는 공공시설에 연동해야 한다. 지방에는 미래 가격 대신 공공 보증과 신용보강이 사업 위험을 나눠 지는 ‘공공재원 지원 모델’이 필요하다.

시장에 맡기자는 것은 가격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자는 뜻이지, 개발 기대가 저렴주택을 먹어 치우도록 방치하자는 뜻이 아니다. 정비사업의 성적표를 몇 가구를 지었느냐로만 매기는 한, 서울에서는 집이 늘수록 살 곳이 줄어드는 역설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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