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심 곳곳의 공사장에서 시민들은 공사 구역 바로 옆을 지나 다닌다. 일부 소규모 공사장에서는 안전펜스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거나 보행로가 협소해 시민들이 차도로 이동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위험은 항상 존재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사장 안전제도는 기본적으로 현장 노동자의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공사장 안전이 현장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사장 밖을 지나가는 시민 역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공사장 사고를 개인의 불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발생한 뒤 책임을 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자체를 막는 것이다. 시민을 안전관리의 중심에 두는 제도 개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공사장 안쪽의 안전은 노동자의 권리다. 동시에 공사장 밖을 지나는 시민의 안전도 보호받아야 할 권리다. 이번 오산역 사고는 단순히 시설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 시설이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됐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반복되는 공사장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의 범위를 공사장 담장 안에서 시민의 보행로까지 넓혀야 한다. 시민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길, 그것이 안전관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인허가 단계부터 시민안전계획이 충실히 수립되어야 한다. 착공 전 제출하는 안전관리계획서에 보행자 안전대책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수립토록 해야 한다. 보행 동선, 방호시설 배치, 대체 보행로 확보 방안, 위험 작업 시간대 관리계획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착공 승인을 제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둘째, 공사장별 보행자 위험도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안전관리계획을 공사 전 단계에서 보행량, 인도 폭, 인근 학교와 역사의 위치, 차량 통행량 등을 평가해 위험등급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위험등급이 높은 현장은 추가 방호시설과 안전관리 인력을 의무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보행자 보호구역 설치를 법적 의무사항으로 규정해야 한다. 현재 낙하물 방지망은 공사 중 떨어지는 자재를 막기 위한 시설이지만 튕겨 나오거나 비산하는 물체까지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인도와 접한 공사장에서는 보행자 통로 상부에 방호선반이나 방호지붕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10m 이상 높이에서 자재를 취급하거나 양중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은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 또한 시설 설치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구조 안전성과 내하력 검토 결과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시민이 공사장 옆을 지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을 감수할 의무가 없다. 낙하물 방지망이 있었는데도 사람이 다쳤다면 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기준이다. 이제 안전의 시선을 현장 안에서 공사장 밖 시민의 보행로로 돌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