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가용재원 2조 감소' 다음날…새 슬로건 교체비는 빠졌다

입력 2026-10-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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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개발 예산 없이 제작… 교체 대상·시기·비용은 미제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내년 가용 재원이 2조원 줄어든다고 경고한 다음 날, 경기도가 민선 9기 새 도정 슬로건과 브랜드아이덴티티(BI)를 공개했다. 도는 별도 개발 예산 없이 디자인을 만들었고 기존 시설물의 불필요한 교체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 디자인을 적용할 시설물의 규모와 교체 시기, 예상 비용은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슬로건을 만드는 돈과 현장에 입히는 돈은 서로 다른 항목이다.

▲경기도가 27일 공개한 민선 9기 도정 슬로건 '미래가 있다, 경기가 잇다'와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사각형(공정·파랑), 우상향 화살표 모양의 삼각형(혁신·하늘), 원(포용·초록)으로 도정 가치 '공정·혁신·포용'을 표현했다. (경기도)
▲경기도가 27일 공개한 민선 9기 도정 슬로건 '미래가 있다, 경기가 잇다'와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사각형(공정·파랑), 우상향 화살표 모양의 삼각형(혁신·하늘), 원(포용·초록)으로 도정 가치 '공정·혁신·포용'을 표현했다. (경기도)

28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27일 '미래가 있다, 경기가 잇다'를 민선 9기 도정 슬로건으로 공개했다.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인 경기도가 1420만 도민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더 밝은 미래를 잇겠다는 뜻을 담았다.

BI는 추 지사가 제시한 도정 가치 '공정·혁신·포용'을 세 가지 도형과 색으로 표현했다. 사각형은 치우침 없는 공정(파랑), 우상향 화살표 모양의 삼각형은 뻗어가는 혁신(하늘), 원은 모두를 품는 포용(초록)을 뜻한다. 도는 명함과 현수막, 행사장 배경막 등에 쓸 응용 디자인과 사용 기준을 담은 BI 매뉴얼도 함께 배포했다. 부서별 홍보물과 행사에 통일된 디자인을 쓰기 위해서다.

비용에 대한 도의 설명은 두 갈래다. 개발에는 별도 예산을 들이지 않았고, 기존 시설물의 불필요한 교체는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원구 경기도 홍보기획관은 "슬로건 개발에 별도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기존 슬로건이 적용된 시설물도 불필요한 교체를 최소화하는 등 어려운 재정 여건을 고려해 예산 절감 기조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에서 빠진 것은 교체의 규모다. 민선 8기 슬로건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가 들어간 시설물과 간판, 홍보물이 얼마나 되는지, 이 가운데 어디까지 새 디자인으로 바꾸는지, 언제 바꾸고 얼마가 드는지는 공개자료에 없다.

교체 비용을 기존 홍보예산에서 쓸지 별도로 편성할지, 산하 공공기관도 새 BI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개발비가 들지 않았다는 것과 교체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명함이나 현수막처럼 주기적으로 새로 만드는 소모품은 다시 제작할 때 새 디자인을 넣으면 된다.

반면 간판과 조형물, 차량 표시처럼 오래 쓰는 시설물은 바꾸는 순간 별도 비용이 생긴다. 도는 어떤 경우를 '불필요한 교체'로 보고 어떤 시설물을 교체 대상으로 삼을지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발표는 추 지사의 재정 경고 다음날 나왔다. 추 지사는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년 가용재원이 올해 3조5000억원에서 2조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지방채를 최대한 발행하고 남아 있는 기금까지 탈탈 털어 모두 동원하더라도 26년과 같은 수준의 사업과 예산을 모두 담아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도 역시 같은 날 대변인 브리핑에서 2027년 가용 재원이 예년의 40%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채를 발행 한도까지 활용하고 채무성 재원을 최대한 동원해도 약 1조원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도는 "추가로 확보된 가용재원은 도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민생경제 회복 등 가장 절박한 사업에 최우선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7년 본예산안은 11월 도의회에 제출돼 12월 심의·의결을 거친다.

예산 사용 원칙은 추 지사가 여러 차례 직접 밝혔다. 그는 7월1일 취임사에서 도민의 세금 한 푼 한 푼이 가장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하고, 보여주기식 성과보다 실질적인 변화에 재원을 쓰겠다고 했다. 8월 5일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며 내놓은 4대 재정 정상화 방안에는 '낭비성 예산 편성·집행 전면 차단'이 담겼고, 추 지사는 불필요한 행사 중단도 지시했다. 당시 그는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감당하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슬로건 교체는 이미 예고된 일정이었다. 도는 8월 6일 민선 8기 캐릭터 '봉공이'는 유지하고 슬로건만 바꾸겠다고 밝혔다. 새 캐릭터를 개발하려면 최소 2200만원 이상이 든다는 점을 유지 이유로 들었다. 새 슬로건은 취임 100일에 맞춰 내놓고 교체 작업은 최소한의 예산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캐릭터는 개발 비용을 따져 지켰지만, 슬로건 교체에 드는 비용은 이번 발표까지 숫자로 제시되지 않았다.

조례에 따른 대표 상징물 'ㄱㄱㄷ'은 이번 교체 대상이 아니다. 바뀌는 것은 도정 운영 방향을 알리는 슬로건과 BI다.

도는 기존 시설물과 홍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 슬로건을 도정 전반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홍보기획관은 "도민께서 민선 9기 도정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도정 슬로건을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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