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하노이에서 쓰는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

입력 2026-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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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라, 700만의 가능성이 깨어난다
한인 2·3세와 한국 청년을 잇는 ‘YES for K 디아스포라’를 제안한다

김우중 회장의 글로벌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는 하노이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교 국제총장. (출처=본인 제공)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교 국제총장. (출처=본인 제공)
2026년 10월, 하노이 국립대학(VNU) 기조연설을 위해 하노이를 다시 찾았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외친 김우중 대우 회장이 주로 활동하던 곳이자, 내가 김우중사관학교에서 강의했던 곳이다. 세계에 도전했던 K-기업가 김우중 회장의 흔적이 남은 하노이를 다시 걸으며 대한민국 청년과 K 디아스포라의 2·3세 청년들을 생각한다. 세계는 기회이고, 이들을 연결하면 한국의 미래 가능성으로 꽃필 수 있다. 하노이에서 품은 희망이다.

출발 전 갑자기 이루어진 연락은 회사 방문이 되고, 방문이 견학이 되고, 견학이 만찬이 되고, 만찬이 사례 연구가 되었다. 한 사람과 이어지자 또 한 사람이 이어졌다.

하노이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한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였다. 한국계 유통기업의 경영자, 베트남 코참(KOCHAM, 한국상공인연합회)을 이끌었던 기업인, 코트라의 현지 책임자, 옥타(OKTA, 세계한인무역협회)의 현지 리더, 그리고 김정인 GYBM(김우중사관학교) 베트남 원장이다.

전 세계 재외동포는 700만 명이다. 이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700만 개의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지금 나라별로 흩어져 고립되어 있다.

해외동포를 자원으로 보지 말고, 가능성으로 보라

우리는 오랫동안 해외동포를 '자원'이라고 불러 왔다. 그러나 자원은 쓰면 없어진다. 해외동포를 포텐셜(Potential), 곧 가능성으로 보자. 가능성은 쓰면 쓸수록 꽃이 핀다.

자원은 유한하고, 창의는 무한하다.

하노이는 그 가능성을 눈으로 보여 주었다. 베트남의 재외동포는 19만 2천여 명으로 인도네시아 2만 7천여 명의 7배쯤 된다. 한국인 기업 수도 5배쯤 많다. 하노이의 교민 사회는 생각보다 더 활발하고 역동적이었다.

가능성의 중심에는 2·3세가 있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 초청으로 동포 자녀들을 모아 강의했을 때, 3세들이 너무나 똑똑해서 놀랐다. 그런데 이들은 기회가 너무 부족해서 힘들어했다.

해외동포 2·3세는 이미 훌륭한 엘리트로 자랐다. 그런데 엘리트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 네트워크다.

사람을 자원으로 보는 시대가 가고, 사람을 가능성으로 보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한인 교포 2·3세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가능성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넘어, 물고기 파는 네트워크를 만들라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잡는 것을 넘어 팔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하노이의 한국계 유통기업 문종범 대표에게 들은 명문장이다.

그는 대학교수로 일하다 하노이에서 K 마켓 대표이사를 맡은 경영자다. 교수가 CEO로 자리를 옮기기는 쉽지 않은데,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었다. 한국 유통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K 마켓은 한국 중소기업 수출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그는 안 팔리는 물건을 매장에 들여놓으면 매장도 망가지고, 수출도 한 번으로 끝난다고 했다. 그것은 도움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완성된다. 경영은 '혁신과 마케팅'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 그대로다.

파는 법은 나누는 법으로 완성된다. 코참 회장을 지낸 홍선 대표는 12년 전부터 코참 베트남 회원들과 함께 베트남 대학생 장학사업을 해 왔다. 장학생을 직접 뽑지 않고, 베트남의 세무·관세·노동 분야 정부 기관과 하노이시 등 10개 기관에서 130명 정도를 추천받아 1년 학비를 지원한다. 나눔이 신뢰가 되고, 신뢰가 영업이 된다.

파이도 함께 키워야 한다. 중국 식당들은 열 곳이 모여 공동구매를 한다. 한국 식당은 납품업체에 우리한테만 달라, 다른 데 주면 거래를 끊겠다고 한다. 우리는 작은 파이를 뺏어 먹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작은 파이를 나눠 먹는 시대가 가고, 함께 파이를 키우는 시대가 오고 있다. 나누는 교민사회가 성공한다.

연결하라.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 유대인 청년 초청 프로그램 '버스라이트'

국가별로 고립된 가능성을 연결하라. 그러면 대한민국의 디아스포라도 유대인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유대인은 이 원리를 제도로 만들었다. 버스라이트(Birthright Israel)는 18~26세 디아스포라 청년을 10일 동안 이스라엘로 초청한다. 버스라이트 이스라엘은 해외 청년들이 유대인의 뿌리를 발견하는 여정이다. 1999년 첫 방문 이후 70개국에서 95만 명이 넘는 청년이 다녀갔다. 2·3세를 모국과 잇고, 세계의 2·3세를 서로 잇는 정책이다.

해외의 한국 교포 청년들이 한국을 발견하고, 한국의 청년들과 협력하게 하라. 이러한 연결은 해외의 시장과 한국의 혁신을 연결하는 엄청난 협력의 출발이 될 것이다. 이들이 K 디아스포라로 자부심을 가지게 하자.

따로 두면 문제, 이어 주면 답이다.

한국 국내의 청년들과 해외 한인 2·3세 청년들이 손잡게 하라. 한국 청년이 한국 안에서 서로 경쟁하게 할 것이 아니라, 해외 동포 2세와 손잡고 협력하게 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한인 2세, 인도네시아의 한인 2세, 하노이의 한인 2세, 그리고 한국의 대학생이 서로의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에는 일도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20~30대가 71만 명이 넘는다. 한국에는 청년이 있고, 해외에는 한국을 조금만 더 알면 무엇이든 해낼 2·3세가 있다. 한쪽에는 기술과 열정이 있는데 무대가 없고, 다른 한쪽에는 시장과 언어가 있는데 한국과 이어 줄 네트워크가 없다.

이처럼 한국의 청년들은 성장의 뒤편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이 청년들이 글로벌로 나가게 하자. 이때 최고의 파트너는 해외의 한국 청년, K 디아스포라이다.

연결의 힘은 하노이에서 이미 보였다. 하노이의 한인 리더들은 사람과 사람을 정말 잘 연결했다. 한 번의 만남이 곧 힘을 합쳐 무언가 하나 해 보자는 약속으로 이어졌다. 하노이 국립대학 기조연설에서 K-기업가정신을 소개하자 함께하자는 연결 요청도 많이 받았다.

옛날에는 경제 영토를 물리적으로 넓혔지만, 지금은 연결로 넓힌다. 연결되고, 연결되고, 또 연결될 때 가치는 계속 커진다.

고립된 가능성의 시대가 가고, 연결된 가능성의 시대가 오고 있다. 연결하라.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청년기업가 학교 ‘YES for K 디아스포라(Young Entrepreneur School, 가칭)’를 제안한다.

K 디아스포라를 키우자. 대한민국 이민 1세대 정책을 2세대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세계의 청년들이 좋아하게 된 K-문화는 청년 K 아스포라의 가능성을 키운다.

하노이 대우호텔은 30주년 기념 장식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서 코참 회장을 지낸 김정인 GYBM 베트남 원장을 만나 오랜 경륜과 지혜를 들었다.

하노이의 한인 사회는 청소년 K 디아스포라를 키워 왔다. 김 원장은 하노이한국국제학교를 설립하고, 10년 동안 초대 이사장으로서 학교의 성장과 기반 조성을 위해 봉사했다. 이 학교는 지금 초·중·고 학생 2,200여 명이 다니는 학교로 자랐다..

김우중사관학교라 불리는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 과정)은 김우중 회장이 생전에 남긴 뜻에서 출발했다. 청년들을 해외에서 교육하고 진출시켜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 한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라는 뜻이다. 대우 출신 퇴직 임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이름으로 운영하며, 정부도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올해로 개교 16년째인 GYBM은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 모두 1600명을 길러 냈다. 1년 동안 현지화 교육을 마친 청년들에게 현지 취업을 주선하고, 기업 진출을 돕는다. 베트남에서만 800여 명의 졸업생이 현지 기업의 임원으로, 창업가로, CEO로 활약하고 있다. 김 원장은 지금도 베트남에서 교육생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경제 영토를 넓히라는 김우중 회장의 뜻은 이렇게 사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김우중사관학교 2세대로 가자.

김우중사관학교 1세대가 한국 청년을 베트남과 아세안에서 키웠다면, 2세대는 700만 해외동포의 2·3세 청년들을 교육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김 원장의 이러한 미래 구상의 필요성에 동감했다. 한국 청년의 아세안 진출을 넘어, 세계 한인 2·3세 청년들이 서로 연결되는 교육과 공동 창업 플랫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해외동포 정책도 2세대에 맞추어야 한다. 2세대가 엄청난 가능성이다. 세계의 2세들과 한국의 청년들을 연결하자.

이제 해외동포 1세대 정책을 2세대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몇 명이 모였고 무슨 행사를 했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방향이 필요하다. 그 방향이 바로 차세대다.

1세대 정책과 2세대 정책은 이렇게 다르다. 1세대 정책의 대상이 이주 1세대였다면, 2세대 정책의 대상은 해외 한인 2·3세 청년과 한국 청년이다. 1세대 정책의 목표가 정착과 생존이었다면, 2세대 정책의 목표는 교육과 연결, 그리고 공동 창업이다. 1세대 정책이 행사와 지원금으로 움직였다면, 2세대 정책은 학교와 인턴, 멘토 네트워크로 움직인다. 1세대 정책이 몇 명이 모였는지를 물었다면, 2세대 정책은 몇 팀이 창업하고 후배에게 나눴는지를 묻는다.

1세대 정책의 시대가 가고, 2세대 정책의 시대가 오고 있다. 김우중사관학교 2세대로 가자.

2·3세에게 K-기업가정신의 DNA를 심어라

이스라엘 버스라이트와 같은 K 아스포라 청년 한국 방문 프로그램도 이제 시작해 볼 때이다.

한국 정부의 K 이니셔티브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한다.

한국인은 이미 혁신하는 K-기업가정신의 DNA를 갖고 있다. 나는 기업가정신의 반대말이 장인정신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본은 우동을 팔아 얻은 이익으로 더 좋은 우동을, 더 저렴한 원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카이젠(Kaizen, 지속적 개선)의 나라다. 반면 한국인은 우동을 팔아 얻은 이익으로 반도체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든다.

해외 한인의 역사도 그랬다. 접시를 닦던 사람이 식당을 만들었고, 식당을 하던 사람이 회사를 만들었고, 회사를 하던 사람이 공장을 만들었다. 1세대가 생존의 길을 열었다면, 2·3세는 혁신과 번영의 길을 열어야 한다.

그러나 DNA가 있다고 저절로 기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배워야 하고, 연결되어야 한다. 남명 조식 선생의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처럼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워야 한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은 사업의 성과를 국가의 번영과 인간의 만개로 잇는 것이다. 나는 2·3세가 부모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의 가능성을 꽃피우는 기업가가 되기를 바란다.

생존에서 혁신으로, 혁신에서 인간 번영으로. 이것이 하노이에서 쓰는 사람중심 K-기업가정신이다.

K 이니셔티브에 청년 K 디아스포라의 희망, YES를 담아라

700만의 가능성을 잇는 대한민국, K 디아스포라를 연결하라.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K 이니셔티브는 대한민국이 세계와 함께 하겠다는 제창이다.제창은 제안하고 합창하는 것이다. 그 제창을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실현할 주역은 누구인가? 우선 700만 해외동포와 그 2·3세, 그리고 한국의 청년들이다.

K 이니셔티브, 해외동포를 자원으로 보지 말고, 가능성으로 보라. 물고기 잡는 법을 넘어, 물고기 파는 네트워크를 만들라. 나누는 교민사회가 성공한다. 국가별로 고립된 가능성을 연결하고, 한국 청년과 해외 한인 2·3세 청년이 손잡게 하라. 그러려면 해외동포 1세대 정책을 2세대 정책으로 바꾸고, 김우중사관학교 2세대로 가야 한다. 그 출발은 2·3세에게 K-기업가정신의 DNA를 심는 일이다.

청년기업가 학교 ‘YES for K 디아스포라(Young Entrepreneur School)’를 제안한다. YES는 해외동포 2·3세와 한국 청년이 함께 꿈을 말하고, 한국에서 함께 배우고, 함께 창업하고,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김우중사관학교 1세대가 한국 청년을 아세안에서 키웠다면, YES는 세계의 한인 2·3세와 한국 청년을 공동 창업자로 키울 것이다. 성장의 뒤편에서 힘들어하는 한국 청년에게는 세계라는 무대를, 기회가 부족한 해외의 2·3세에게는 한국이라는 네트워크를 줄 것이다.

유대인에게 버스라이트가 있다면, K 디아스포라에게는 YES가 있어야 한다. 버스라이트 재원은 개인 기부가 67%, 이스라엘 정부가 27%를 차지한다. YES도 정부가 마중물을 붓고 한상과 기업, 대학이 함께 키우는 K 이니셔티브의 청년 디아스포라 정책이 되어야 한다. 대우 퇴직 임원들의 십시일반과 정부 지원으로 16년을 이어 온 GYBM이 그 길을 이미 보여 주었다.

YES는 청년들이 세계를 향해 하는 대답이기도 하다. 할 수 있다는 대답이고, 함께하겠다는 대답이다. 그래서 YES는 청년 K 디아스포라의 희망이다.

700만 해외동포가 자원이 아니라 가능성이 될 때, 그리고 한국 청년과 2·3세가 한 팀이 될 때, 대한민국의 디아스포라는 유대인처럼 세계를 잇는 힘이 된다. 이것이 K 이니셔티브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다.

연결하라.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김기찬 교수는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교 국제총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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