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두차례 반대는 어디로…안성 여성농민 "협상 거부, 협약 파기하라"

입력 2026-10-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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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공문·기술검토 서로 우회방류 요구했지만 산단계획 승인에 미반영…삼보일배·삭발 이어 공동행동 선언

▲삼여성농업인모임과 고삼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안성시 고삼농협 본점 앞에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처리수의 고삼저수지 직방류 철회와 2021년 상생협약 파기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읽고 있다. 참석자들은 김보라 안성시장이 제시한 재협상 방침을 거부하고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삼여성농업인모임·주민대책위)
▲삼여성농업인모임과 고삼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26일 안성시 고삼농협 본점 앞에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처리수의 고삼저수지 직방류 철회와 2021년 상생협약 파기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읽고 있다. 참석자들은 김보라 안성시장이 제시한 재협상 방침을 거부하고 공동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삼여성농업인모임·주민대책위)
김보라 안성시장이 사과와 함께 상생협약 재협상 방침을 밝혔지만, 고삼면 여성농업인들은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저수지 관리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가 2020년 두 차례 공문과 기술검토서로 고삼저수지 유입에 반대하고 우회방류를 요구했으나 2021년 산업단지계획 승인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확인되면서 반발은 더 거세졌다.

2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고삼여성농업인모임과 ‘SK하이닉스 반도체 오·폐수 고삼저수지 직방류 반대 고삼주민대책위'는 이날 고삼농협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상생협약 파기와 처리수 방류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김 시장이 23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밝힌 협약 파기 대신 재협상 방침을 두고 농민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면피용 발표라고 비판했다. 처리수 방류 시점으로 거론되는 내년 2월을 앞두고 실무협의체 구성과 보완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시간 끌기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우리의 정당하고 절박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안성의 청정자연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그 어떠한 기만적 행위도 단호히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고 공동행동을 통해 우리의 일터와 밥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오·폐수 유입 시도를 몸을 던져 막아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요구사항은 네 가지다. △2021년 상생협약 파기 △하루 최대 48만t 규모 처리수 방류계획 철회 △고삼저수지 직방류 문제의 근본적 대책 마련 △김보라 시장의 사과다. 대책위는 최대 방류량이 당초 논의된 규모보다 44% 늘어난 하루 48만6000t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안성시가 충분한 설명과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갈등의 뿌리에는 6년 전 기록이 있다.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한국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공사가 2020년 두 차례 공문과 기술검토서를 통해 고삼저수지 상류 방류에 반대하고 저수지를 우회한 하류 방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수질 악화와 농업기반시설 안전 문제가 근거였다. 기존 저수지 방류량과 처리수 방류량이 합쳐지면 하류 농경지 침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공사는 상류 방류를 추진할 경우 수혜농업인의 수용성 확보와 비용 부담, 피해 책임에 관한 조건을 요구했다. 그러나 신 의원실에 공사가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이 요구는 2021년 산업단지계획 승인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신 의원은 국감에서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반도체를 먹고살 수는 없다"며 "농업용수는 농업에 쓰이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어촌정비법상 목적 외 사용허가 권한을 공사가 적절히 행사하고 있는지 따져 묻고, 향후 환경영향평가 절차에서도 명확한 반대 의견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사의 2020년 의견서 원문과 현재의 법적 판단, 허가권 행사 여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두 차례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현재 방류계획이 위법하거나 허가가 거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우회방류도 6년 전 검토 대상이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우회방류를 실무적으로 검토했으나 한강유역환경청 협의 과정에서 인위적인 원거리 관로 매설에 따른 수환경 악영향 등을 이유로 최종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안성시의 공식 협의 공문과 생태적 영향, 시민 반발 등을 종합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수질 자료도 쟁점에 올랐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서 실제 반도체 처리수가 유입되는 이천 죽당천의 방류구 하류 0.4㎞ 지점 염소이온 평균농도는 731㎎/L, 황산이온은 1561㎎/L로 나타났다. 하류 7.4㎞ 지점에서도 각각 513㎎/L와 1060㎎/L가 측정됐다. 반면 방류수 영향을 받지 않는 인근 복하천은 염소이온 71㎎/L, 황산이온 32㎎/L였다.

국내 먹는물 수질기준은 염소이온 250㎎/L 이하, 황산이온 200㎎/L 이하로 정해져 있지만 하천과 호소를 농업용수로 이용할 때 적용하는 두 항목의 별도 수질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이천 조사 결과만으로 용인 방류수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단정할 수는 없다. 경기도는 관련 기준 마련을 중앙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김 시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2021년 협약의 법적 강제력과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기존 협약을 즉각 파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관계기관이 약속한 책임은 유지하고 고삼저수지를 거치지 않는 바이패스 방식까지 포함해 다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협약 문제로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했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SK하이닉스 방류수에 따른 지역 사회단체와 정치권의 협약서 파기 요구와 반발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고 그동안 추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성시)
▲김보라 안성시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SK하이닉스 방류수에 따른 지역 사회단체와 정치권의 협약서 파기 요구와 반발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고 그동안 추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성시)

반발은 한 단체에 그치지 않는다. 15일 주민과 농민 300여명이 내혜홀광장에서 삼보일배를 했고, 19일에는 고삼주민 100인 공동행동이 안성시청 앞에서 협약서 현수막을 찢는 행동에 나섰다. 20일 안성시의회는 본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방류와 우회방류를 포함한 안성지역 방류계획의 전면 철회와 협약 무효화를 요구했다. 삭발 투쟁도 이어졌다. 여성농업인들은 이러한 행동이 안성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같은 요구가 나왔다. 백승기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안성2)은 21일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와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간담회에서 방류계획에 반대하며 농업용수 보호 대책을 촉구했다.

안성시가 추진하는 상생협의체 구성 여부와 농어촌공사의 방류 관련 권한 검토 결과, 고삼저수지 우회방류의 구체적 대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성농업인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공동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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