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유럽 덮친 중국산 ‘저가 공세’⋯韓 수출 입지 흔들

입력 2026-10-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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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관세에 막힌 中 저가 물량, 유럽 및 아세안 등 신흥 시장 급속 잠식
신흥국 가전·자동차·배터리 점유율 1~2%대 추락⋯中과 격차 수십배

▲유럽연합 27개국 한·미·중 수입 비중 (이투데이 그래픽팀=김소영 기자)
▲유럽연합 27개국 한·미·중 수입 비중 (이투데이 그래픽팀=김소영 기자)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 수출 제조업 물량이 저가 공세를 통해 신흥국과 유럽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시장에서 한국 산업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첨단 반도체 역량 사수와 근본적인 산업 비용 경쟁력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상품 수입 및 적자 규모는 가파르게 감소했다. 미국 상품 수입액 중 25% 안팎을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최근 월평균 10% 이하로 떨어지며 2001년 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반면 멕시코, 베트남, 대만, 한국 등 미국의 기존 상위 20여 개 교역국의 수입 비중이 급증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거대한 재배치(Great Reallocation)’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됐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컴퓨팅 기기, 바이오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2017년 대비 대(對)미국 수출이 약 600억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의 거대한 수출 제조 물량이 싼 단가를 무기로 아세안 등 신흥 시장과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배터리의 경우 신흥 8개국(사우디아라비아 수입 비중 80%, 인도 86%, 필리핀 71% 등)에서 중국산 비중이 압도적인 과반을 차지했다. 가전제품(말레이시아 수입 비중 77%, 태국 76% 등), 자동차(인도네시아 42%, 태국 41% 등), 기계(인도네시아 60%, 태국 52% 등) 분야에서도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2015년 이후 이들 국가에서 한국의 수입 점유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 대에 머물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말레이시아(1.1%), 인도네시아(1.5%), 브라질(1.9%) 등에서 1% 안팎으로 내려앉았고, 자동차(말레이시아 0.6%, 태국 1.6%, 인도네시아 2.2%)와 배터리(인도 1.5%, 사우디 2.0%) 역시 1~2%대로 밀려나며 중국과의 점유율 격차가 수십 배 이상 벌어졌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테이너들이 보인다. (칭다오/AFP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테이너들이 보인다. (칭다오/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 시장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2015년 대비 2025년 EU의 역외 수입 내 중국 비중은 18.7%에서 22.7%로 상승했고, 수입액은 3564억달러에서 7248억달러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배터리(90%)와 태양광(98%)은 사실상 중국의 독점 구도가 굳어졌다.

미래차 시장 역시 한국과 중국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EU의 상계관세 부과로 중국산 순수전기차(BEV) 수입이 다소 주춤하자, 중국 기업들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HEV)로 제품군을 즉각 전환해 수입 물량을 배로 늘리는 우회 전략을 펴고 있다.

다만 신흥국과 유럽 시장에서 한국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전하는 영역도 존재한다. 엄격한 안보 장벽이 작동하는 조선과 방위산업(전차·자주포 등)을 비롯해 깐깐한 안전·위생 기준과 브랜드 파워가 요구되는 면역제품(바이오시밀러) 및 화장품 분야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통상 환경의 급변 속에서 주력 제조업을 수성하기 위한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역량 강화를 최우선으로 AI 등 미래 전략 산업 확보를 위한 대규모 원전 및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안보 측면에서 전략 산업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강화해 근본적인 산업 비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신흥 권역에 대한 과감한 현지화 투자로 반도체 등 고급 중간재의 최종 시장 점유율을 방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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