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김정은 깜짝 방중에 주목⋯“북중 경협 재개ㆍ대러 균형외교 포석”

입력 2026-10-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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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개통 신압록강대교 건너 방중
중국 권력서열 4위 왕후닝 정협 주석과 만나
APEC 계기 북ㆍ미 회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신압록강대교에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왕이 당일치기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가운데 왕후닝(맨앞 오른쪽)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주석 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배웅하고 있다. (단둥(중국)/신화연합뉴스)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신압록강대교에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왕이 당일치기 방중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가운데 왕후닝(맨앞 오른쪽)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주석 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배웅하고 있다. (단둥(중국)/신화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년 만에 개통된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가운데 주요 외신들이 김 위원장의 행보에 주목했다.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해온 북한이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도 확대하며 외교적 입지를 넓히려는 전략이라는 분석과 함께 다음 달 북ㆍ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에 관해 중국과 사전 입장 조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등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해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주석 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났다. 왕 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안부를 전달했으며 양측은 경제협력을 비롯한 실질적인 교류 확대 의지를 확인했다. 두 사람은 자동차 공장과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기념시설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당일치기 방문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그가 중국에 입출국할 때 이용한 신압록강대교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길이 약 3㎞의 왕복 4차선 교량으로, 2014년 완공됐으나 북한 측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문제 등으로 개통이 지연되다가 15일 정식 개통됐다.

AP는 새 교량이 대형 화물차와 컨테이너의 양방향 운송을 가능하게 해 북ㆍ중 교역 확대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로이터도 북한의 경제 개발에 필요한 중장비와 원자재, 에너지 제품 등의 운송이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북한의 대러시아 밀착 속에서 북ㆍ중 관계를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AP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군을 지원할 병력과 무기를 제공하면서 모스크바와의 협력을 강화해왔지만 최대 교역국이자 경제적 생명줄인 중국과의 관계도 다시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의 대러시아 밀착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관계 복원의 배경에 있다고 짚었다. 중국 역시 북한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경계하면서 경제협력을 통해 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김정은(맨앞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과 왕후닝(오른쪽)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랴오닝성 단둥의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기념관(항미원조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단둥(중국)/신화연합뉴스)
▲24일 김정은(맨앞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과 왕후닝(오른쪽)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랴오닝성 단둥의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기념관(항미원조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단둥(중국)/신화연합뉴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특히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지난달 북ㆍ러 간 첫 도로 교량 개통에 뒤이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는 가디언에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으로 얻은 이익을 활용해 중국으로부터 추가적인 경제적 혜택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엔 대북 제재가 여전히 유지되는 만큼 교량 개통이 곧바로 대규모 교역 확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방중 시점에도 외교적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일인 25일을 하루 앞두고 단둥을 방문해 참전 중국군을 추모했다. 가디언은 이 같은 일정이 양국의 혈맹 관계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AFP통신은 이번 방중의 구체적인 목적과 성과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발표에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 또는 리창 총리의 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며 양측은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 전략적 소통 확대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ㆍ미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로이터는 한국과 미국의 관련 소식통 다섯 명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의 회담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있어서 연내 회동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APEC 기간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10% 미만으로 평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원한다면 북한은 미국이 상당한 대가를 치르는 공개적인 신호를 보내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ㆍ중 관계 개선이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방중 직전 군에 “세계 최강의 군대를 건설하고 우리식 군사혁명을 가속화하자”고 주문하며 군사력 증강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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