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관광도시' 지정,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정책발언대]

입력 2026-10-27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광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9년 전 대전광역시의원 시절 전국 최초로 ‘공정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를 발의하며 품었던 이 단순한 질문은 지역소멸의 위기를 마주한 오늘날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당시 조례의 취지는 명확했다. 관광으로 창출되는 이익이 특정 자본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 주민과 사회에 고루 환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대덕구청장으로 일하며 기초자치단체 최초의 공정·생태관광 조례 제정과 지원센터 설립을 차례로 추진했고, 2022년에는 34개 지방자치단체가 뜻을 모아 ‘공정관광지방정부협의회’를 창립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이는 지역 관광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연대였다.

그동안 대한민국 관광정책의 척도는 늘 ‘방문객 수’와 ‘소비액’이라는 숫자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준비 없는 관광객 유치는 독이 되기도 한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이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과 사생활 침해를 견디다 못해 결국 ‘오후 5시 이후 통행 제한’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든 것이 대표적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사례다. 제주도 역시 밀려드는 쓰레기와 하수 처리 문제로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반면 관광객의 발길마저 끊긴 지방의 소도시들은 심각한 소멸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만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40%에 육박하는 89곳에 달한다.

이 상반된 문제의 해법은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 식당과 숙소에 온전히 스며들고, 주민이 관광의 주체로 참여하며, 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구조, 바로 ‘지속가능관광’이다. 단순히 방문객의 머릿수만 늘리는 소모적인 관광은 지역의 부를 외부 대자본으로 유출할 뿐, 지역소멸을 막을 방파제가 될 수 없다. 관광으로 발생한 이익이 지역사회에 온전히 남아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주민과 관계를 맺은 방문객이 지역을 다시 찾고, 지역상품 구매와 고향사랑기부제와 같은 정책에 참여하도록 연결해야 한다. ‘경제적 선순환’을 구축하는 것만이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이다.

변화는 이미 지역 현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2017년 대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4개 지방정부가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강원 양구군은 주민과 귀촌인이 주도하는 지역관광추진조직을 구성해 지속가능관광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그 결과 프로그램 참가자가 2023년 114명에서 2025년 약 1000명(예상)으로 급증했고, 3년간 약 3억2000만원의 경제 효과가 오롯이 지역 내에서 선순환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광주 동구 역시 주민들을 지속가능관광 기획자로 직접 길러내며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제도적 기반도 진일보하고 있다. 2019년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주민의 삶과 지역경제 상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법이 보강됐고, 2024년 1월에도 동법 개정을 통해 국가의 시책 추진 의무가 명문화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 어느 지방정부가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하는지 평가할 기준도, 이를 국가가 지원할 실질적인 법적 근거도 여전히 비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주도의 관광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 과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첫째, ‘지속가능관광도시’ 지정 제도를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지난해 5월 김재원·민형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지속가능관광도시의 지정 및 취소 기준, 성과평가, 그리고 국가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 근거를 두루 담고 있다. 1년 넘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되어 있는 이 법안이 조속히 심사돼야 한다.

둘째, 2027년도 본예산에 지속가능관광도시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 29억원이 반영돼야 한다. 5곳의 예비 지정도시가 철저한 진단과 준비를 거쳐 법 시행과 동시에 내실 있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초기 마중물 예산이 절실하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관광 관련 법제 개편 흐름을 지켜본 뒤 논의하자는 신중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제도가 완비되기를 기다리기엔 지역소멸의 시계가 너무 빠르다. 우선 현행법 체계에서 근거를 마련해 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법체계가 개편될 때 제도를 승계하면 될 일이다. 또한, 이 제도가 또 하나의 무분별한 공모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기우에 불과하다. 철저한 지표로 성과를 평가하고 기준 미달 시 지정을 취소하는 엄격한 구조를 띠고 있어, 오히려 관성적으로 집행되던 기존 관광 예산을 성과 중심으로 혁신하는 쇄신책이 될 것이다.

관광의 진짜 주인은 대자본도, 중앙정부도 아닌 지역에 삶의 터전을 둔 ‘주민’이다. 지속가능관광도시 지정은 이 지극히 당연한 원칙을 국가의 법과 제도에 명확히 새겨 넣는 일이다. 9년 전, 지역의 작은 조례에서 출발했던 발걸음이 대한민국 관광정책을 이끄는 단단한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제는 국회에서 그 역할을 다하겠다. 지역의 절박한 목소리가 입법과 예산이라는 실질적인 결과물로 이어지도록 꼼꼼히 챙기겠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알립니다] 2026 와이즈포럼 PB SHOW 개최합니다
  • ‘청모’ 필요없다고?…10명 중 6명은 ‘필요하다’ [데이터클립]
  • 美 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2종 청산…운용자산 60% 넘게 감소
  • 美 순익 증가분 34%, 엔비디아·마이크론 차지⋯AI 쏠림 심화
  • 미래에셋생명, 해킹으로 고객정보 유출⋯"피해 규모 파악 중"
  • 이택근 롯데 단장 선임이 파격인 이유 [해시태그]
  • 태풍 '인파' 예상 경로는?…'참피'는 소멸
  • 바닥 가까워진 코스피…저가매수 앞서 확인할 반등 조건은
  • 오늘의 상승종목

  • 10.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6,768,000
    • -1.04%
    • 이더리움
    • 3,088,000
    • -1.72%
    • 비트코인 캐시
    • 372,700
    • -0.37%
    • 리플
    • 1,724
    • -1.03%
    • 솔라나
    • 133,900
    • -1.69%
    • 에이다
    • 274
    • -0.36%
    • 트론
    • 441
    • -0.23%
    • 스텔라루멘
    • 225
    • -0.88%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870
    • -0.35%
    • 체인링크
    • 15,110
    • -1.88%
    • 샌드박스
    • 64.23
    • +0.5%
* 24시간 변동률 기준

Web3 레이더

  • 주목 펀딩
    • 1 Ripple $500M
    • 2 Axis Robotics Seed $12M
    • 3 World OTC $52.5M
    • 4 Erebor $350M
  • 인기 프로젝트
    • 1 DAPPOS Infra 인기지수 358
    • 2 LayerAI Infra 인기지수 302
    • 3 Axis Robotics Robot 인기지수 284
    • 4 Capricorn DeFi 인기지수 277
  • 토큰 언락 임박
    • HumidiFi 유통량 113% D-43
    • Allora 유통량 89% D-15
    • DAOBase 유통량 43% D-22
    • FLock 유통량 41% D-4
Source f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