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만8000가구 집 비운다"⋯정비구역 이주에 전·월세 시장 '긴장'

입력 2026-10-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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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4만8249가구 멸실 예정
용산·관악·영등포에 물량 집중
"대규모 이주에 임대차시장 불안 우려"

▲서울 아파트의 월세 평균 가격이 164만원을 기록한 가운데 11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8월 기준 평균 164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세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며 전세와 월세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서울 아파트의 월세 평균 가격이 164만원을 기록한 가운데 11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8월 기준 평균 164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세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며 전세와 월세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성준 기자 joonko1@ (이투데이DB)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향후 약 4만8000가구의 멸실이 예상되면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이 본격화하기에 앞서 기존 주택 철거와 주민 이주가 집중될 경우 일시적인 임대차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정비사업 구역은 총 66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구역의 기존 가구 수는 총 4만8249가구로, 향후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멸실될 예정인 주택 규모에 해당한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역들은 아직 착공 전 단계에 있지만, 상당수가 향후 2~3년 내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정비사업이 비슷한 시기에 이주를 시작하면 인근 지역의 전·월세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로 보면 용산구의 멸실 예정 물량이 8336가구(7곳)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악구 6652가구(6곳), 영등포구 6215가구(10곳), 송파구 5325가구, 서대문구 5232가구 순이었다. 상위 3개 자치구의 멸실 예정 물량은 전체의 43.9%를 차지했으며, 상위 5개 자치구로 범위를 넓히면 65.8%에 달했다.

특히 단일 구역에서 1000가구 이상이 멸실될 예정인 대규모 사업장에 물량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000가구 이상인 정비사업장 12곳의 멸실 예정 물량은 총 2만9849가구로 전체의 약 62%를 차지했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장은 관악구 신림1구역으로 기존 4410가구가 정비사업에 따라 이주할 예정이다. 신림1구역은 서울대입구역과 신림동 일대 청년·1인 가구의 임대차 수요와 맞닿아 있는 만큼 향후 이주가 본격화하면 인근 월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용산구에서는 한남4구역(3423가구)과 한남5구역(2635가구)의 멸실 예정 물량이 6058가구에 달한다. 두 사업장은 한남뉴타운 내 대규모 재개발 구역으로 향후 이주 시기가 겹칠 경우 용산뿐 아니라 인접 생활권으로 임대차 수요가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북아현3구역(3530가구)과 가재울7구역(1352가구), 송파구에서는 마천3구역(3036가구)과 거여새마을(1775가구)이 주요 이주 예정 사업장으로 꼽혔다. 이 밖에 영등포구 신길2구역(2790가구),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1960가구), 노원구 상계2구역(1819가구), 강북구 미아9-2구역(1793가구) 등에서도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문제는 멸실 예정 주택의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 주택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전체 멸실 예정 물량 가운데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물량은 2만8670가구로 약 59%를 차지했다. 재개발 구역에는 단독·다세대주택과 소형 연립주택 등이 밀집해 있어 기존 거주자들이 이주 과정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전·월세 주택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신규 주택 공급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이번 분석 대상인 66개 구역의 건립 예정 가구 수는 총 6만3072가구로 기존 멸실 예정 물량보다 1만4823가구 많다. 그러나 기존 주택의 철거와 신규 주택의 입주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이 기간 기존 거주자들의 임대차 수요가 집중되면 인근 지역의 전셋값과 월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공급 물량 중 임대주택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전체 건립 예정 물량 가운데 임대주택은 9508가구로 약 15%에 그친다. 기존 거주자들의 재정착을 지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지역별 임대차 수급을 고려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동일 생활권에서 여러 정비사업장의 이주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도록 서울시와 자치구 간 협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향후 대규모 이주에 대비해 전세임대와 매입임대주택을 적기에 추가 공급하고, 정비사업 이주 일정과 전·월세 거래량 및 가격 변동을 상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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