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딛고 HBM4 승부수…삼성 반도체 초격차 재건 [이재용 4년, 미래 지도]

입력 2026-10-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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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만에 D램 왕좌 내줬던 삼성, 1위 탈환하며 반등
전영현 등판·HBM4 승부수…첨단 공정으로 기술 재건
메모리·파운드리 역량 결집…AI 반도체 주도권 정조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사업의 위기를 딛고 기술 초격차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33년간 지켜온 D램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고 경쟁사에 영업이익마저 역전당했던 삼성전자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도체 수장을 교체하고 최첨단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과감한 쇄신도 추진했다. 취임 4주년을 맞는 이 회장이 반도체 경쟁력 재건을 넘어 AI 시대의 새로운 기술 패권 확보에 나섰다는 평가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2022년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AI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재편이었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해 왔지만 AI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핵심 성장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것이 뼈아픈 실책이었다.

실적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2024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 DS부문은 24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SK하이닉스(47조2063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 지배력에도 균열이 생겼다. 삼성전자는 작년 D램 시장에서 33년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확대됐고 3위인 중국 SMIC와의 점유율 차이는 좁혀졌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양쪽에서 기술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 회장이 꺼내 든 카드는 인적 쇄신과 기술 전략의 재정비였다. 삼성전자는 2024년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선임한 데 이어 같은 해 말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임하도록 했다. 파운드리사업부장에는 한진만 사장을 배치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책을 신설했다. 메모리 경쟁력 회복과 파운드리 기술 개발의 책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기술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6세대 HBM)에 6세대 10나노급(1c) D램과 4나노 공정 기반의 베이스 다이를 적용했다. 기존의 검증된 공정에 의존하기보다 최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성능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올해 2월에는 HBM4 양산 출하를, 5월에는 HBM4E(7세대) 12단 제품의 샘플 공급을 공식 발표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격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9.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4.9%였다. 한때 흔들렸던 D램 왕좌를 되찾으며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 회장의 다음 승부처는 메모리를 넘어선 AI 반도체 종합 경쟁력이다.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D램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파운드리 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결합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을 모두 보유한 강점을 활용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개별 사업부의 기술 개발을 넘어 대규모 투자와 사업 간 협력을 조율하고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실질적인 수주로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사업 역량을 AI 시장의 경쟁 우위로 전환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꼽힌다.

다만 기술적 반등을 사업 전반의 성과로 연결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HBM 고객사 확대와 수율 안정화는 물론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회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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