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AI도 단골이 될까요

입력 2026-10-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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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장사는 기억에서 시작된다. 손님이 즐겨 찾는 물건을 기억하고, 언제쯤 다시 올지 헤아리고, 취향에 맞는 신상품을 권한다. “늘 드시던 걸로 드릴까요”라는 한마디에 지난 거래에서 쌓인 정보와 믿음이 함께 들어 있다.

유통기업이 공들여 온 이 관계에 낯선 중개자가 끼어들고 있다. AI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소비자가 AI에게 말을 건다. “토요일 캠핑 전에 도착하는 고기를 골라줘.” 조건을 들은 AI는 상품을 비교하고 때로는 구매까지 맡는다. 가게 주인은 이 대화에 끼지 못한다. 변화는 이미 숫자로 나온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아마존의 AI 쇼핑 비서 ‘루퍼스’를 쓴 쇼핑객의 구매 전환율은 40%를 웃돌아 쓰지 않은 이용자의 두 배에 달했다.

다시 캠핑 장면을 돌려보자. 고기를 골라달라는 주문을 받은 AI가 쇼핑몰 세 곳을 훑는다. A몰은 도착 날짜가 모호하고 B몰은 재고 표시가 어제 그대로다. C몰만 “금요일 오전 도착, 반품 무료”를 정확히 답한다. AI는 어디를 고를까. 화려한 사진도 ‘오늘만 특가’도 이 선택에는 끼어들 틈이 없다. AI가 따지는 것은 배송비까지 더한 실제 가격, 남은 재고, 도착 시점, 반품 조건이다. 국내 유통 공룡 쿠팡은 최근 판매자 평가에서 ‘주문이행’ 경고 기준을 85점 미만에서 90점 미만으로 높이고 품절이 걱정되면 재고를 ‘0’으로 바꾸라고 당부했다. 화면엔 ‘구매 가능’인데 보낼 물건이 없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잣대는 클릭이 아니라 약속을 지켰는지다.

그렇다면 경영진이 들여다볼 숫자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유통기업은 클릭률과 체류 시간, 장바구니 전환율을 챙겼다. 이제는 화면에 띄운 재고가 실제 재고와 얼마나 맞는지, 약속한 날 도착한 비율이 얼마인지, 환불이 몇 시간 안에 끝나는지를 봐야 한다. 이 숫자가 낮은 가게는 AI의 선택에서 밀려날 수 있다.

전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이투데이 창간 20주년 ‘2027 테크 퀘스트’의 화두도 이와 같았다. AI 도입을 넘어 업무와 조직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천과 상담에 AI를 붙였다는 사실만으로 장사에 필요한 정보와 판단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이 던질 질문은 소박하다. 팔 수 있는 수량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약속한 날에 보낼 수 있는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판단하고 책임지는가. 답하려면 부서별 정보를 잇고 예외 처리 권한을 현장에 줘야 한다. 재고는 물류 부서에, 배송 정보는 판매자에게, 환불 권한은 본사에 흩어져 있다면 AI의 답변이 빨라져도 고객의 기다림은 줄지 않는다. 이 과정이 빠지면 AI는 잘못된 약속을 더 빠르고 능숙하게 할 뿐이다.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소비자의 AI가 플랫폼 안에서 일한다면 단골은 누구 사람인가. 상품을 고르는 기준과 추천 순서를 플랫폼이 정하면 판매자는 고객을 만나는 방식부터 그 규칙에 맞춰야 한다. 거래를 성실하게 이행해도 고객이 기억하는 이름은 판매자가 아닌 플랫폼일 수 있다. 신뢰를 쌓고도 단골을 남의 AI에 내준다면 유통기업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AI로 얼마나 팔았는지만큼, 고객이 다음에도 우리 가게를 찾을지도 살펴야 한다.

물론 AI가 장바구니를 통째로 가져가리라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은 대신 사주는 대리인보다 고르는 수고를 덜어주는 조수에 가깝다. 소비자는 추천받은 상품의 후기를 읽고 다른 판매처의 가격을 확인하며 선택을 거든다. 지금은 그 확인 과정에서 드러나는 빈틈을 고칠 시간이다. 재고가 틀리고 배송 안내가 모호한 이유부터 찾아야 한다. AI가 대신 장을 보기 시작한 뒤에야 재고와 배송 체계를 손보면 늦다.

AI도 단골이 될까. 토요일 캠핑에 쓸 고기가 약속대로 금요일 오전에 도착했다면, 손님은 AI에게 말할 것이다. “다음에도 거기서 사줘.” 단골이 생기는 순간이다. 그 한마디는 화면이 아니라 창고와 배송, 그리고 그것을 하나로 잇는 조직에서 나온다. 유통기업의 AI 전환은 거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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