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첫 변론…‘참고인 압수수색 영장 사본 미교부’ 공방

입력 2026-10-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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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인 “평등권 침해”…법무부 “수사 밀행성 보호”
김형두 “영장 제시만으로 충분한가”…실제 압수수색 영장 제시하며 질문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사본 미교부' 재판소원 변론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사본 미교부' 재판소원 변론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삼는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에게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 대법원 판단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심리에 나섰다. 헌법재판관들은 실제 압수수색 영장과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자료까지 제시하며 사본 교부의 필요성과 권리구제 절차의 실효성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물었다.

헌재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김영수 변호사가 대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취소 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영장 사본을 교부받지 못해 압수수색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장 내용을 사진으로 찍거나 메모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과 압수 대상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에게는 영장 사본을 교부하면서 범죄 혐의가 없는 참고인에게는 교부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은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교부하지 않더라도 영장 제시와 압수수색 절차 참여, 준항고 등을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피의자와 참고인은 법적 지위가 다르며, 제3자에게 영장 사본을 교부하면 수사 관련 정보가 유출돼 수사의 밀행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잇따라 영장 사본 교부의 필요성과 피의자·참고인 간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영장 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광범위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본 교부 제도가 도입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측에 "피의자이자 피압수자인 경우에만 저런 문제가 생기느냐"며 "참고인이자 피압수자인 사람에게는 저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법무부 측은 참고인에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사본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입법적 판단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압수수색 영장사본 미교부' 재판소원 변론을 위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압수수색 영장사본 미교부' 재판소원 변론을 위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 재판관은 실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압수 대상과 방법 등을 화면에 띄워 보여주며 "저걸 제시해서 충분히 이해하도록 할 수 있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다른 재판관들은 김 변호사가 준항고를 통해 압수수색 처분을 일부 취소 받은 점과 피의자·참고인의 법적 지위 차이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조한창 재판관은 영장 사본을 교부받았다면 어떤 추가적인 권리 보호가 가능했을지 물었다. 조 재판관은 "피의자와 참고인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와 형사절차가 다르다고 볼 수 있지 않냐"고도 질문했다.

정형식 재판관은 김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된 뒤 별도의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은 이유를 질문했다. 피의자에 대해서만 영장 사본 교부를 규정한 법률조항 자체의 문제인지, 이를 해석·적용한 법원 판단을 문제라 보는 것인지도 따져 물었다.

김 변호사는 영장 사본을 교부받지 못해 압수수색 당시 범죄사실과 압수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재차 주장했다. 특히 준항고를 제기하면서도 영장번호 일부만 기억해 기재하는 등 구제 절차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날 청구인과 법무부 측의 변론에 이어 최호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의 참고인 의견을 듣고, 재판관들의 질의를 거쳐 양측의 마무리 변론을 각각 5분씩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롯됐다.

특검팀은 2022년 7월 참고인 신분이던 김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확보했다. 당시 특검팀은 김 변호사의 압수수색 영장 사본 교부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압수수색 처분과 영장 사본 교부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준항고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5월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대한 압수수색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고 취소했다. 다만 피의자가 아닌 제3자를 압수수색할 경우 수사기관이 영장 사본을 교부할 의무는 없다며 사본 교부 거부처분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김 변호사와 특검팀은 각각 재항고했지만 대법원은 2월 양측의 재항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대법원 결정이 평등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4월 이번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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