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연쇄방화 70대 “사기당했다”…4년 전에도 같은 건물 노려

입력 2026-10-2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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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동묘앞역 인근서 4시간 만에 긴급체포
상표 등록증으로 갈등…2022년에도 방화 시도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건물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해외 상표 등록 과정에서 특허법인과 갈등을 빚은 뒤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화재로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고 18명이 다쳤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역삼동 일대 건물 두 곳에 불을 지른 혐의로 7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11시 54분께 역삼동 신명빌딩 3층에 불을 지른 뒤 약 200m 떨어진 한양빌딩으로 이동해 낮 12시 1분께 4층에서도 방화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두 건물에는 모두 특허법인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범행 배경에는 상표 등록증 발급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과거 한 특허법인에 해외 상표 등록을 맡겼으나 해당 국가에서는 등록증이 전자문서로만 발급된다는 설명을 듣고도 종이 형태의 증명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특허법인 측이 자신의 상표를 가로채려 한다고 의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오후 6시 15분께 수서경찰서로 압송되면서 취재진에게 특허법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2000년 특허를 출원한 일을 언급하며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특허법인 측과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 출력물을 취재진 앞에 펼쳐 보이기도 했다. 해당 문서에는 이미 전달한 서류를 등록증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범행을 얼마나 준비했느냐는 질문에는 약 3일이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특허법인이 더 이상 사기를 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A씨가 제기한 사기 의혹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당일 오전 서울 강서구 자택 인근에서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용기 두 개를 들고 이동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이후 첫 번째 범행 장소인 신명빌딩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확인됐다.

A씨는 화재 발생 이후 택시와 도보, 지하철 등을 이용해 동대문구 방면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동 경로를 추적한 끝에 이날 오후 4시 16분께 동묘앞역 주변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가 해당 건물들을 대상으로 방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22년에도 같은 건물 두 곳에서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신명빌딩 3층 특허법인에서 일하던 변리사 B씨가 건물 복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사무실에 함께 있던 B씨의 남편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명빌딩에서는 B씨 외에 9명이 다쳤으며 60여명이 스스로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한양빌딩에서도 8명이 부상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소방당국은 현장 진화 작업을 벌여 한양빌딩 화재를 낮 12시 35분께, 신명빌딩 화재를 오후 2시 20분께 각각 완전히 진압했다.

경찰은 A씨가 특허 업무와 관련한 개인적 불만을 이유로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사전 준비 과정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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