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도 뛰어든 머니게임⋯SK하이닉스, 마주한 자본의 방정식 [AI 반도체 자본 경쟁]

입력 2026-10-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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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장비투자 2029년 2270억달러 전망
오픈AI·앤스로픽, 수백억달러 투자·자금 확보 경쟁
SK하이닉스 솔리다임 美 상장 가능성도 주목
투자 속도·자본배분 효율이 기업 경쟁력 좌우

AI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 기술력에서 자본 조달 능력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누가 먼저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해 생산능력을 늘리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막대한 현금보다 중요한 것은 자본을 끌어오는 능력과 투자 속도다. 기술력에 자본 조달 경쟁력까지 갖춰야 살아남는 ‘반도체 자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0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글로벌 300㎜ 웨이퍼 팹 전공정 장비 투자액은 올해 1490억달러(약 198조원)에서 2029년 2270억달러(약 302조원)로 약 52%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3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생산시설 확충으로 이어지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대규모 자본 투자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AI 기업들의 자금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오픈AI는 앤스로픽의 기업공개(IPO)에 앞서 약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며, 앤스로픽 역시 AI 연산능력 확보를 위해 약 45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의 추가 인프라 계약을 협상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UBP(Union Bacaire Privee)는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설비투자가 8200억달러(약 108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도 내부 자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회사채 발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 신용, 자산 유동화, 지분 투자 등으로 자금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고 있다. 투자 재원을 적기에 확보하면서 재무적 유연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는 투자 시점을 놓쳤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중요한 변수다. 첨단 생산시설은 부지 확보부터 장비 발주와 설치, 양산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자금 조달이 늦어지면 고객사 공급 일정과 시장 진입 시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한 기업이 고객 물량을 선점할 가능성도 커진다.

최근 제기된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 기업공개(IPO) 가능성 역시 이러한 자본시장 변화와 맞닿아 있다. 시장에서는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 가능성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확정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은 제도적 판단을 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중복상장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해외 자회사에 국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기업용 고용량 SSD(eSSD) 등 AI 메모리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인 투자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솔리다임에 대한 투자까지 모두 자체 현금으로 충당하면 다른 성장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외부 자본을 활용하면 SK하이닉스의 직접적인 자금 부담을 덜면서 솔리다임의 투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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