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친일파 글씨 셀프 전시’ 사과…여야 검증 부실 질타·野 “사퇴해야“ [국감]

입력 2026-10-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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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에 산 개인 소장품 ‘애국지사 유묵’으로 출품…외부 제보 뒤 철거
민주 “왜 소장 사실 안 밝혔나”…국힘 “개인 판단으로 전시, 책임져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자신의 개인 소장품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글씨를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잘못 전시한 이른바 ‘셀프 전시’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증 부실과 소장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경위를 집중 추궁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하며 유 관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유 관장은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국정감사에서 “철저하지 못한 고증으로 친일파의 글씨가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잘못 전시돼 국민 여러분과 역사 앞에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작품은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에 전시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다. 당초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됐지만 이후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물관은 검증을 거쳐 전시물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까지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은 ‘셀프 전시’ 문제로 번졌다. 유 관장은 2019년 경매에서 해당 작품을 5만원에 낙찰받았으며, 애국지사 박원근의 작품이라고 판단해 소장했다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아이옥션 경매에서 2019년 5만원에 낙찰받았다”며 “박원근이 애국지사 박원근이라고 판정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소장했다”고 말했다.

전시에 개인 소장품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전시 기획상 해당 작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전시 이후 다른 기관에 기증할 예정이었던 만큼 금전적 이익을 얻을 목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작품 자체의 오인뿐 아니라 유 관장이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공개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앞선 박물관의 사과 당시 소장자가 본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묻자 유 관장은 “제가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주저했다”며 “그게 제 큰 실책이었다”고 답했다.

유 관장은 “자료를 구성해서 국정감사장에서 사실관계를 상세히 말씀드리고 사과드리려고 했다”며 “사전에 언론에 먼저 보도가 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얘기해서 한 사람의 미술사가로서 좀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서 그냥 지나가 줬으면 하는 그런 아주 참 솔직하지 못한 생각”이 있었다며 “저로서는 부끄럽고 참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박물관의 근현대사 전문인력과 검증 체계 문제를 짚었다. 국립중앙박물관 내 근현대사를 다루는 학예 인력이 부족해 관련 사료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유 관장 역시 검증 절차가 미흡했던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유 관장이 개인 소장품을 직접 전시에 올린 과정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단순히 실수가 아닌 상당히 고의성이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유 관장이 기관장 지위를 이용해 전시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별도의 외부 감정 없이 유 관장의 판단을 토대로 작품이 전시에 오른 점을 문제 삼았다. 유 관장이 자신이 관련 분야 전공자여서 박원근의 작품이라고 확신했다는 취지로 답하자 김 의원은 “개인이 확신한 것을 가지고 아무런 감정평가도 없이 전시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유 관장의 거취 문제까지 제기했다. 유 관장이 문화재청장 재임 당시인 2008년 숭례문 화재 직후 관리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던 전례를 거론하며 이번 사안에서도 책임 있는 처신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본인의 소장품을 본인이 추천했고 그 작품이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대한민국 최고 박물관에 걸려 있었다”며 “외부 제보로 친일파 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박물관 역사 80년 사상 처음으로 철거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관장이 업무보고에서 사과한 것을 두고 “엄중한 책임에 대해 본인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하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유 관장은 “기관장으로서 이것이 맞나 안 맞나를 섬세하게 따지지 못한 것은 제일 큰 불찰”이라며 “미술사학자로 살아온 제 자신의 실수를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은 저의 중대한 착오이자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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