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달러 약세 버팀목…연말 1320원 안팎 전망
AI기업 신용위험 우려에 주식시장이 흔들렸지만 원·달러 환율은 되레 하락세다(원화 강세).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에도 반도체 수출에 따른 달러 공급이 원화를 떠받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배당금 역송금과 미국 통화정책에 따른 변동성 등을 경계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28.6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2024년 10월2일(장중기준 1317.1원) 이후 2년만에 최저치다. 전장인 16일에도 1331.4원에 마감해 2024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오후 3시30분 종가기준).
반면 코스피는 15일 5554.22까지 떨어져 4월7일(5494.78p) 이후 6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도 2일부터 15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섰다. 같은기간 순매도규모는 18조1311억47000만원에 달했다. 이날도 1631억1900만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오후 2시40분 기준).

이번 외국인 매도는 올 상반기 포트폴리오 조정과 달리 AI 투자 확대에 따른 부채·현금흐름 우려가 부각됐다는 점에서 위험회피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통상 외국인 주식 매도는 달러 환전으로 이어지며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 신용리스크가 일부 가시화하며 외국인 매도가 급하게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오히려 약세를 보였고,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로 달러 수급 자체가 견조해 원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통상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수출과 무역수지는 각각 1209억4000만달러와 498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들어 8월까지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2792억달러에 이른다. 현 추세라면 한은이 전망한 올 경상수지 4500억달러 흑자 전망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기반도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 3분기 대고객을 제외한 은행간 원·달러 현물환 거래는 일평균 192억3000만달러(공휴일 제외)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평균(144억5000만달러)보다 47억8000만달러 늘어난 것이다. 거래량 증가가 곧 원화 강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나, 최근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맞물려 그만큼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 수요 기반이 탄탄함을 시사할 수 있겠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지난주 흐름만 보면 이상하다 할 수 있겠다. 대내외 여건 모두 원화가 상당히 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외국인들도 매도했고 커스터디 달러 수요도 있었다. 다만 원화 강세 달러 약세에 기댄 수급 흐름이 더 크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식과 채권시장은 향후 실적과 가이던스에 민감하지만 외환은 당장의 수급흐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추가하락에 무게를 뒀다. 다만 하락 속도에는 의견차가 있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수출대금 유입으로 외국인 주식 매도와 환율이 탈동조화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수급이 우호적이라 연말 환율은 1320원 정도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 다만, 11월 중 삼성전자 등 배당금 역송금으로 단기적으로 1350원까지 열어 둘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상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발 리스크가 더 확산돼 위기로 전염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미국 중간선거와 유가 불안 등이 있지만 달러화가 급격히 강세로 갈 것 같지 않다”며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도 진정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전반적인 흐름은 원화 강세를 예상한다. 연말 1300원 초반대까지는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규호 책임연구원도 “연준 금리결정과 중간선거, 유가, 물가, 공급 등 대외 요인들이 있고, 엔화도 강해질 분위기가 아니어서 원·달러 하단을 막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하이퍼스케일러 실적 발표를 제외하면 FOMC까지 큰 이슈가 없고, 대내적으로도 반도체 수출이 꺾이지 않았고 계절적으로도 달러 매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주가 흐름과 관계없이 원화는 강세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