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앞당기는 재계⋯‘관리형 CEO’보다 ‘실행형 리더’ 뜬다 [재계 인사 셈법]

입력 2026-10-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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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HD현대, 10월 초 정기 인사 마무리
SK 이르면 이달 말…삼성·LG 11월 전망
관세·AI 전환 등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
사업계획 수립부터 새 경영진에 주도권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글로벌 통상 환경의 급변과 AI 중심의 산업 재편 속에서 국내 주요 그룹들의 연말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 한 해의 성과 평가와 조직 정비에 머물렀던 연말 인사의 중심이 내년도 전략의 조기 확정과 실행력을 극대화할 ‘실행형 리더십’ 발탁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주재로 전 계열사 사업보고회에 돌입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사를 시작으로 화학과 통신서비스 계열사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다. 계열사별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사업 계획을 점검하는 자리로, 다음 달 정기 인사를 앞두고 경영진을 평가하는 과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사업보고회에서는 AI를 비롯한 미래 성장 분야의 사업 기회 확보와 실행 전략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AI 팩토리와 피지컬 AI, AI 전환(AX) 등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인사를 마무리한 그룹도 있다. 한화그룹은 8월 주요 경영진 인사에 이어 이달 1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예년보다 약 한 달 빠른 일정이다. HD현대 역시 7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조선업 호황과 미국 시장 진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진 구성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사장단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에도 10월 30일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하며 기존 12월 초 인사 관행에서 벗어났다. 올해는 다음 달 12~14일 예정된 CEO 세미나에 앞서 새 경영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임 경영진이 그룹의 중장기 전략 논의에 처음부터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삼성그룹도 이달 말까지 임원 평가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중하순 사장단 인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S그룹도 통상 11월 말 실시하던 인사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룹별 구체적인 인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재계가 인사 시점을 앞당기는 배경에는 경영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현지 투자 요구,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기업을 둘러싼 대외 변수가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AI 투자 경쟁까지 격화하면서 기존 사업 운영 방식만으로는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통상 연말에 인사를 단행하면 신임 CEO가 기존 경영진이 수립한 사업계획을 넘겨받아 실행해야 한다. 반면 인사를 앞당기면 투자 우선순위와 조직 운영 방향을 새로운 리더십에 맞춰 조정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경영 성과가 확인된 인물은 유임해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변화가 필요한 조직에는 새로운 리더십을 투입하는 선별적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재계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교체 규모보다 인사 이후 사업 추진 속도에 있다"며 "조기에 경영진을 정비한 기업들이 내년 투자계획과 조직 개편을 얼마나 빠르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인사 성과도 평가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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